『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律詩(칠언율시)

春帖字大殿 (춘첩자대전) 外

-수헌- 2025. 1. 27. 14:15

七言律詩

春帖字大殿   춘첩자대전 

대전에 올린 춘첩자

 

從來乾道李勞謙 종래건도리로겸

지금까지 건도는 흡족한 이씨의 노고이니

聖德如天仰具瞻 성덕여천앙구첨

하늘 같은 성덕을 갖추어 우러러보는구나

至報陰消寒欲盡 지보음소한욕진

음기 사라지고 추위 끝나는 소식이 오니

臘傳陽長化先霑 납전양장화선점

섣달이 전한 양기가 생장하여 스며드네

楊垂太液新舒眼 양수태액신서안

버들 늘어진 태액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梅映含章已滿簷 매영함장이만첨

시구 머금은 매화 빛이 처마에 가득하네

睿澤淪肌無遠近 예택륜기무원근

멀고 가까움 없이 성은이 몸에 스며들어

春光依舊遍窮閻 춘광의구편궁염

봄빛처럼 거리 끝까지 두루 펼치는구나

 

※太液(태액) : 한 무제(漢武帝)가 곤명호(昆明湖)의 물을 끌어들여 황궁(建章宫) 옆에 만든 큰 호수인 태액지(太液池). 여기에 신선이 산다는 세 개의 인공 섬[瀛洲 蓬莱 方丈]을 만들었다 한다.

 

 

臘天   납천 

섣달의 날씨

 

玄冥風起臘天寒 현명풍기랍천한

겨울바람이 일어나 섣달 날씨가 차가운데

擘絮雲晴雪意闌 벽서운청설의란

솜 찢은 듯한 구름이 눈기운을 가로막았네

釣玉溪冰懷呂望 조옥계빙회려망

얼음 언 옥계에 낚시하니 여망이 생각나고

干人屨冷愧袁安 간인구랭괴원안

신발 차가운 간인은 원안에 부끄러워하네

琴彈流水商聲咽 금탄류수상성인

거문고로 유수곡 연주하니 상성에 목메고

劍刜長空紫氣漫 검불장공자기만

검으로 장공을 베니 자색기운이 흩어지네

欲駕素霓朝玉帝 욕가소예조옥제

흰 무지개에 올라 옥황상제를 뵙고자 하나

傍人体說學仙難 방인체설학선난

주위 사람들 신선을 배우기는 어렵다하네

 

※呂望(여망) : 주 문왕(周文王)을 도와서 주(周) 나라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 강태공(姜太公)을 말한다. 강태공(姜太公)은 반계(磻溪)에서 낚시를 하다가 주 문왕(周文王)을 만났으며, 본명이 강상(姜尙)이나, 선조가 여(呂) 땅을 식읍(食邑)으로 받았다고 하여 여상(呂尙)이라고도 불린다. 문왕이 ‘선왕(先王) 태공이 기다리고 바라던 신하’라고 하여 태공망(太公望)이라고 불러서 강태공(姜太公) 또는 여망(呂望)이라고도 한다.

※干人屨冷愧袁安(간인구랭괴원안) : 간인(干人)은 남에게 폐 끼치는 사람을 말하고 원안(袁安)은 후한(後漢)의 명상(名相) 원안(袁安)을 말한다. 원안(袁安)이 미천(微賤)했을 때, 낙양(洛陽)에 큰 눈이 와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서 눈을 치우고 걸식(乞食)을 하는데, 원안의 집만 유독 눈도 치우지 않고 있으므로, 낙양 현령(洛陽縣令)이 왜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원안이 ‘큰 눈이 와서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는데 남에게 폐 끼쳐서는 안 된다. [大雪人皆餓 不宜干人]’라고 하므로, 그를 어질게 여겨 효렴(孝廉)으로 천거했던 고사가 있다.

※유수곡(流水曲) : 고산유수(高山流水), 미묘한 음악을 형용하는 말. 춘추시대 백아(伯牙)가 연주하는 고산곡(高山曲)과 유수곡(流水曲)을 아무도 몰라주는데 종자기(鍾子期)만 잘 이해하고 감상했다는 고사(故事)에서 유래한 말이다. 전하여 교묘한 악곡을 고산 유수곡이라 한다.

 

 

南參判挽詞  남참판만사  

名登蓮榜聲初靄 명등련방성초애

연방에 오른 명성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身佩銅符政有聞 신패동부정유문

몸에 동부 차고 정사 돌본다고 들었는데

玉雪儀容看落落 옥설의용간락락

옥설 같은 용모 떨어지는 것을 보게되니

陽春談笑劇云云 양춘담소극운운

매우 분분하게 담소하던 날이 봄날이었네

耄期過隙辭遐筭 모기과극사하산

짧은 세월에 모기를 살며 장수도 사양하고

芝桂盈庭榦寶薰 지계영정간보훈

마당과 우물가에 지계와 보훈이 가득했네

永擊佳城舊窀穸 영격가성구둔석

무덤에 친구 장사 지내러 영원히 나아가니

薤歌悽斷碧山雲 해가처단벽산운

만가 소리에 푸른 산의 구름도 처량해하네

 

※蓮榜(연방) : 조선 시대 소과(小科)인 생원시와 진사시의 향시(鄕試)와 회시(會試)에 급제한 사람의 명부를 말한다.

※銅符(동부) : 동(銅)으로 만들어진 부절(符節). 암행어사나 지방 수령 등 관원들이 신분상의 증명을 위해 차는 부절.

※耄期(모기) : 여든 살에서 백 살까지의 나이. 모(耄)는 80~90세, 기(期)는 100세를 말함.

※過隙(과극) : 백구과극(白駒過隙). 문틈 사이로 흰 망아지가 빨리 달리는 것을 본다는 뜻으로, 세월과 인생이 덧없이 짧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遐筭(하산) : 끝없이 많은 숫자로, 장수(長壽)를 뜻한다.

※芝桂(지계) : 영지와 계수나무로 질병 예방에 쓰인다.

※永擊佳城舊窀穸(영격가성구둔석) : 가성(佳城)은 무덤 분묘 따위를 성에 비유한 말이고, 둔석(窀穸)은 무덤구덩이 또는 후하게 장사 지냄을 말한다.

 

 

秖事文昭殿   지사문소전 

공경히 문소전에 복무하며

 

九門初闢五雲深 구문초벽오운심

구문이 비로소 열리니 오색구름이 짙고

虎闥森嚴擁羽林 호달삼엄옹우림

우림군이 호위하는 호달은 삼엄하구나

雙闕聳空聯五室 쌍궐용공련오실

쌍궐이 오실에 이어져서 공중에 솟았고

百官齋列宿層陰 백관재렬숙층음

백관이 별처럼 엄숙히 그늘에 늘어섰네

鳴球柎處蓮壺斷 명구부처련호단

제례악 연주되는 곳에 연호가 끊어지고

祝冊登時曉月沉 축책등시효월침

축책이 올라올 때는 새벽달도 가라앉네

願采瓊琚編樂譜 원채경거편악보

경거편의 악보를 채집하기를 기원하며

祀庭重賦鳳凰吟 사정중부봉황음

사정에서 봉황음을 반복하여 읊는구나

 

※文昭殿(문소전) : 조선 태조의 비(妃)인 신의왕후(神懿王后)의 사당. 후에 태조와 태조의 4대조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 되었다.

※九門(구문) : 아홉 겹의 문으로 황거(皇居)의 문이나 구중궁궐의 문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虎闥森嚴擁羽林(호달삼엄옹우림) : 호달(虎闥)은 무관들이 출입하는 문이고, 우림(羽林)은 궁궐을 호위하는 근위대인 우림군(羽林軍)을 말한다.

※五室(오실) : 옛날 조상의 신주를 사당에 모실 때 천자는 7묘(廟), 제후는 5묘(廟), 대부(大夫)는 3묘(廟)였는데, 우리나라는 제후에 해당하여 5묘였으므로 오실(五室)이라 했다.

※鳴球柎(명구부) : 명구(鳴球)는 옥경(玉磬)을 말하고, 부(柎)도 악기의 일종이니 제례악(祭禮樂)이 연주됨을 의미한다.

※鳳凰吟(봉황음) : 세종 때 윤회(尹淮)가 지은 악장으로 조선의 문물제도를 찬미하고 왕가(王家)의 태평을 기원한 송축가이다.

 

 

重九日次南仲玉   중구일차남중옥  

중양절에 남중옥을 차운하다.

 

碧溪流上八魚臺 벽계류상팔어대

푸른 시내를 거슬러서 팔어대로 올라가니

滿座情親盡眼開 만좌정친진안개

만좌한 정친들의 눈이 모두 확 트이는구나

村笛山歌觴百斗 촌적산가상백두

피리불고 노래하며 술잔 백 말이나 돌리니

白雲紅樹錦千堆 백운홍수금천퇴

흰 구름과 단풍이 비단처럼 높이 쌓였네

霜飛短髮秋風落 상비단발추풍락

서리 내린 짧은 머리 가을바람에 흩어지고

天爲詩人暮雨催 천위시인모우최

하늘이 시인에게 저녁 비를 재촉하게 하네

不醉今宵吾不去 불취금소오불거

오늘밤 취하지 않으면 나는 가지 않을테니

登高何羨倚樓才 등고하선기루재

높은데 올라서 어찌 기루재를 부러워하랴

 

※倚樓才(가루재) : 시를 빨리 쓰는 재주.

 

 

婦人挽 不知爲誰哉   부인만 부지위수재  

부인을 애도하다. 누구를 위함인지 알 수 없구나.

 

天敎奇夢錫蘭香 천교기몽석란향

하늘이 기이한 꿈으로 석란향을 가르쳐

擇節于歸詠鳳凰 택절우귀영봉황

봉황가를 읊으니 좋은 날 가려 시집갔네

入手絲麻傳古事 입수사마전고사

전해오는 고사에 따라 사마를 손에 넣고

齊眉酒食耀前光 제미주식요전광

주식을 거안제미하고 나아가니 빛났었네

承家餘慶振振孝 승가여경진진효

집안을 이으며 효도하니 경사를 누리고

下世高年苒苒忙 하세고년염염망

아랫세대와 어른들께도 매우 분주하였네

虛幌盆歌政嗚咽 허황분가정오열

얇은 휘장에 분가를 부르며 오열하여도

暮山松檟鎖幽堂 모산송가쇄유당

저문 산에 나무들이 무덤을 가두었구나

 

※于歸(우귀) : 신부가 처음으로 시집에 들어감.

※鳳凰曲(봉황곡) : 금곡(琴曲)의 하나로 봉새가 황새를 구하는 사랑의 노래이다. 한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문군(卓文君)을 사모하여 보고 연주하자, 탁문군(卓文君)이 그 연주에 반하여 사마상여를 따라갔다고 전한다.

※入手絲麻傳古事(입수사마전고사) : 사마(絲麻)는 명주실 삼실과 같은 좋은 물건을 말한다. 일시(逸詩)에 ‘비록 명주실과 삼[麻]이 있더라도 왕골과 띠를 버리지 말라[雖有絲麻毋棄管蒯].’는 말이 있고, 예기(禮記) 연의(燕義)에 ‘백성이 사마와 곡속을 내어 윗사람을 받드는 것이 바로 노력하는 것이다. 〔民出絲麻穀粟以奉上則勞力矣〕’라는 말이 나온다. 또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성곽 안에 밭 열 이랑만 있으면, 농사를 지어 옷 해 입기에 충분하다. [郭內之田十畝, 足以爲絲麻.]’라는 안회(顔回)의 말이 나온다. 미루어 보면 좋은 실로 좋은 옷을 지어 낭군이나 웃어른을 받든다는 의미인 듯하다.

※齊眉(제미) : 거안제미(擧案齊眉)에서 온 말로, 밥상을 눈썹과 가지런히 되도록 공손히 들어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이르는 말.

※虛幌(허황) : 얇아서 밝은 빛이 비치는 휘장, 곧 커튼.

※盆歌(분가) : 잃은 아내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장자의 장고분가(莊鼓盆歌)에서 유래한다. 장주(莊周)가 아내를 잃었을 때, 생사가 한가지요, 애락(哀樂)이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다리를 뻗고 앉아 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盆]를 치며 노래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