又次湖陰龍門笑仙三賢之韻 贈雪梅
우차호음룡문소선삼현지운 증설매
또 호음 용문 소선 세 현인의 운을 차운하여 설매에게 주다.
白堂簫灑息紅埃 백당소쇄식홍애
홍진 속에서도 백당에서 말쑥하게 사시니
自愛淸寒比雪梅 자애청한비설매
맑고 깨끗함이 설매에 견주어 사랑스럽네
名出强生應外物 명출강생응외물
외물을 받아들여 굳세게 살며 이름이 나니
現非眞相覺須回 현비진상각수회
마땅히 진실 아닌 현실을 깨닫고 돌아오네
飃䬛玉屑由來事 표필옥설유래사
찬바람이 휘몰아쳐 옥가루가 날아오는데도
皎潔瑤華亦自開 교결요화역자개
깨끗하면서 고운 꽃 또한 저절로 피어나니
文章翰墨吾何敢 문장한묵오하감
문장과 글씨를 어찌 내가 평할 수 있으랴만
辜負誇張一世才 고부과장일세재
일세의 재주를 크게 부풀려서 저버리는구나
浮生何處說塵埃 부생하처설진애
속된 세상 어디에서 덧없는 생을 이야기하니
世味從來苦李梅 세미종래고리매
세상 사는 맛은 자두 매실의 쓴맛에서 오네
纔渡野橋愁欲破 재도야교수욕파
겨우 들판 다리 하나 건너 근심을 풀고 싶어
便尋山寺興先回 편심산사흥선회
문득 산사의 흥을 찾아 먼저 돌아가는구나
靑羅草帶新春碧 청라초대신춘벽
새봄의 청라 같은 풀색이 짙게 푸르러지고
紅杜花迎舊眼開 홍두화영구안개
붉은 팥배꽃 맞이하니 예전의 눈이 뜨이네
明月鴒原情話裏 명월영원정화리
밝은 달빛에 형제간의 정다운 이야기 속에
白鷗泉石幾費才 백구천석기비재
백구는 천석에서 재주를 얼마나 낭비하였나
※湖陰龍門笑仙(호음용문소선) : 조선 중종 ~ 명종 때의 문신 학자들로, 호음(湖陰)은 정사룡(鄭士龍, 1491~1570). 용문(龍門)은 조욱(趙昱,1498~1557). 소선(笑仙)은 성제원(成悌元, 1506~1559)을 말한다.
※雪梅(설매) : 조선 전기의 승려. 송인(宋寅,1517~1584)의 이암유고(頤庵遺稿)에 그에 관한 시가 실려 있으나 행적은 알 수 없다.
※世味(세미) : 세상살이에서 겪고 느끼게 되는, 괴로움이나 즐거움 따위의 세상사는 재미
※鴒原(영원) : 척령재원(鶺鴒在原)의 준말로 우애 있는 형제를 뜻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상체(常棣)의 ‘저 할미새 들판에서 호들갑 떨 듯, 급할 때는 형제들이 서로 돕는 법이네. 항상 좋은 벗이 있다고 해도, 그저 길게 탄식만을 늘어놓을 뿐이네. 〔鶺鴒在原 兄弟急難 每有良朋 況也永歎〕’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白鷗泉石幾費才(백구천석기비재) : 백구(白鷗)는 물결 위를 나는 물새로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의미하여 야인 또는 은자라는 의미로 쓰이고, 천석(泉石)은 샘물과 돌이라는 뜻이나 자연의 경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며 재능을 낭비했다는 의미이다.
雲岳山 운악산
天作高山壓震方 천작고산압진방
하늘이 높은 산 만들며 동쪽을 솟게 하여
芳名流轉小金剛 방명류전소금강
소금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전해오네
危峯聿聿參霄漢 위봉율율참소한
높은 봉우리 우뚝 솟아 은하수에 닿았고
積翠蒼蒼接大荒 적취창창접대황
푸른 기운 모여서 하늘 밖까지 이었구나
天上梵鐘雷發響 천상범종뢰발향
범종 소리 하늘 위에서 우레처럼 울리고
樹頭金刹日分光 수두금찰일분광
금빛 사찰 햇빛 받아 나무 위에 빛나네
猶然下視三千界 유연하시삼천계
나직이 아래로 삼천세계를 내려다보니
眼底乾坤兩窅茫 안저건곤량요망
눈 아래 하늘과 땅이 모두 아득하구나
※雲岳山(운악산) : 운악산(雲岳山)은 경기도 포천과 가평에 걸쳐 있는 산이다. 양주의 감악산, 가평의 화악산, 개성의 송악산, 과천의 관악산과 함께 경기도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경기오악(京畿五岳)의 하나이다.
※大荒(대황) : 지극히 먼 곳. 하늘.
王方山 在縣北里 陰幽叢鬱 有樵蘇禽獸之盛 無泉石秀麗之勝
왕방산 재현북리 음유총울 유초소금수지성 무천석수려지승
왕방산은 현북리에 있다. 깊고 어두우며 울창하여 땔감과 금수들이 번창하며 샘과 돌이 없어도 경치가 수려하다.
靈泉異石非佳境 영천이석비가경
맑은 샘 기이한 돌이 좋은 경치 아니지만
蘿薜叢林晝亦迷 나벽총림주역미
이끼 넝쿨 우거진 숲은 대낮에도 어둡구나
橡栗秖饒供草食 상률지요공초식
도토리 밤 익어서 초식을 넉넉히 제공하고
霾雲常起老虹霓 매운상기로홍예
비와 구름은 항상 무지개를 일으키는구나
杉雞竹兔尋常見 삼계죽토심상견
삼계와 죽토는 찾을 때마다 항상 보이고
廢寺殘僧一二棲 폐사잔승일이서
낡은 절에는 스님 두어 명이 남아 있네
圖籍愛名存告朔 도적애명존고삭
책에나 이름이 남은 고삭을 소중히 하니
始知蘭蕙間蒿萊 시지란혜간호래
쑥대 풀 사이에도 난초가 있음을 알겠네
※王方山(왕방산) : 경기도 포천시의 진산이다.
※杉雞竹兔(삼계죽토) : 삼나무 숲의 닭과 대숲의 토끼라는 뜻이나 야생의 금수(禽獸)를 의미한 듯하다.
※圖籍愛名存告朔(도적애명존고삭) : 고삭(告朔)은 옛날 제후가 초하루가 되면 희생양(犧牲羊)으로써 사당에 고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論語) 팔일(八佾)에 자공(子貢)이 초하루를 고하는 고삭에 희생양(犧牲羊)을 없애고자 하자, 공자(孔子)가 ‘사야, 너는 그 양을 사랑하는가? 나는 그 예를 사랑하노라.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하였다. 여기서는 고삭(告朔)을 예(禮)에 비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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