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律詩(오언율시)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外

-수헌- 2025. 1. 27. 12:32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춘첩자. 대비전에 올리다.

 

紫電三朝始 자전삼조시

정초 아침에 섬광이 번쩍이니

蒼龍一歲頭 창룡일세두

한 해의 맨 앞에 창룡이 있네

坤元師大易 곤원사대역

곤원을 스승삼아 크게 바뀌니

妊姒母宗周 임사모종주

주 나라의 모후인 임사로구나

萬壽延遐筭 만수연하산

만수를 이어서 장수를 누리고

千秋樂景休 천추낙경휴

천년을 좋은 경치 즐기시라고

永言題寶字 영언제보자

보배로운 글자로 시를 지어서

高貼綉楣留 고첩수미류

수를 놓아 문미에 높이 붙이네

 

※紫電三朝始(자전삼조시) : 자전(紫電)은 자줏빛을 띤 번갯불이나 칼 등을 휘두를 때 일어나는 섬광 같은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서광(瑞光)을 의미한 듯하다. 삼조(三朝)는 연 월 일의 처음이라는 뜻으로 정월 초하루의 아침을 말한다.

※妊姒母宗周(임사모종주) : 임사(妊姒)는 주(周)나라 창시자 문왕(文王)의 어머니 태임(太任)과 문왕의 왕비 태사(太姒)를 말한다. 모두 부덕이 높다고 해서 여성의 사표로 삼는다.

※永言(영언) : 길게 끌면서 하는 말이라는 뜻으로, 시와 노래를 이르는 말.

 

 

水原山  수원산  

在抱川縣東 穹幽陰鬱 氷雪夏淸 雲靄晝昏 天將雨 徵必先現 故當旱 土人不望雲霓 而望玆山氣 然風雲鼓噓 首發斗文海龍半月 而水原應之 然後雨

재포천현동 궁유음울 빙설하청 운애주혼 천장우 징필선현 고당한 토인불망운예 이망자산기 연풍운고허 수발두문해룡반월 이수원응지 연후우

포천 현 동쪽에 있는데, 높고 그윽하고 습하며 무성하여 여름에도 얼음과 눈이 맑으며, 운애가 끼어 낮에도 어둡다. 비가 오려 하면 반드시 징조가 먼저 나타난다. 그래서 가뭄이 닥치면 토인들은 무지개구름을 기다리지 않고, 산의 기운을 바라보면 바람 불고 구름이 인다고 한다. 먼저 두문 해룡 반월산에서 일어나고 나면 수원산이 응하고 그 뒤에 비가 내린다.

 

控北居辰極 공북거진극

북으로는 북극성이 당겨져 있고

經南背漢京 경남배한경

길은 남녘의 한성 뒤쪽에 있네

夜雲霾晝日 야운매주일

밤엔 구름 끼고 낮엔 흙비 와서

春草結秋霜 춘초결추상

봄풀에도 가을 서리가 맺혔구나

慘澹通寒峽 참담통한협

추운 골짜기를 오가니 참담하고

森沈過鐵堂 삼침과철당

수풀은 철당협보다 우거졌구나

勞勞避暑者 노로피서자

더위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자는

東走太山岡 동주태산강

동쪽 큰 산등성이를 향하여가네

 

 

半月山   반월산  

縣鎭山 以形得名 古傳 半月得三台爲案地鍾 公相不絶世 十室斗邑 今多宰輔 古所云 可驗

현진산 이형득명 고전 반월득삼태위안지종 공상불절세 십실두읍 금다재보 고소운 가험

현의 진산이다. 모양으로 이름을 얻었다. 옛날 전하는 말에 ‘반달이 삼태성(三台星)을 얻어 안지(案地)에 모이면 경상(卿相)이 대대로 끊이지 않는다.’라고 하였는데, 열 집 정도 되는 작은 고을에 지금도 재상(宰相)이 많으니, 전하는 옛말을 징험할 수 있다.

 

玉坼橫全玦 옥탁횡전결

옥을 잘라 빗겨 찬 패옥처럼

車摧臥半輪 차최와반륜

반달이 부러진 바퀴처럼 누웠네

望中弦欲上 망중현욕상

바라보니 반달이 떠오르려다가

湖外鏡將淪 호외경장륜

호수 너머 거울에 떨어졌구나

雲去娥眉蹙 운거아미축

구름 걷혀 눈썹달도 줄어들고

煙消翠黛顰 연소취대빈

안개 사라진 취대가 찡그렸네

三台前案妙 삼태전안묘

안산 앞의 삼태성이 빼어나니

宜毓鼎梅臣 의육정매신

의당 좋은 재상을 길러내리라

 

※안산(案山) : 안산(案山)은 풍수가들이 말하는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으로 여기서는 반월산을 말하는 듯하다.

※全玦(전결), 半輪(반륜), 弦(현), 娥眉(아미)는 모두 반달을 의미한다.

※翠黛(취대) : 눈썹 그리는 데 쓰는 푸른빛의 먹인데, 여기서는 멀리 보이는 산의 경치를 말하는 듯하다.

※鼎梅臣(정매신) : 정매(鼎梅)는 음식을 조리하는 솥에 넣는 매실을 말한다. 전하여 국정을 맡아서 잘 다스리는 재상을 뜻한다. 서경(書經) 열명(說命)에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재상(宰相)부열(傅說)에게 ‘내가 국을 요리하거든 네가 소금과 매실이 되라. [若作和羹 爾惟鹽梅]’ 한 데서 유래한다.

 

 

金柱山   금주산  

白鷗東望 下有橫川 萬歲橋叢叢突兀 直截雲漢 穹石鉄積 磈礧成質 盡山松栢 不簉凡木 落景鎔涕 蕩金橫川 名不虛矣

백구동망 하유횡천 만세교총총돌올 직절운한 궁석철적 외뢰성질 진산송백 불추범목 락경용체 탕금횡천 명불허의

동으로는 백구가 바라보이고 아래에는 횡천이 있으며 만세교가 우뚝 솟았다. 높은 하늘이 시원스럽고 높이 쌓인 석철은 울퉁불퉁하다. 산에는 송백은 없고 잡목도 많지 않다, 해질 무렵 금 녹은 물이 흐르는 듯 금빛이 횡천에 흐르니 이름이 헛것이 아니다.

 

落照金成句 낙조금성구

지는 햇살은 금빛으로 휘어지고

長鳴楚望樓 장명초망루

명성은 초나라 망루처럼 오래일세

潮仙丘壑美 조선구학미

조선의 언덕과 골짝은 아름다워

爭似洞庭洲 쟁사동정주

동정호 물가와 다투는 듯하구나

射彩銜西日 사채함서일

석양은 고운 빛을 머금어 비추고

浮光蘸北流 부광잠북류

달빛은 물에 잠겨 북으로 흐르네

擎天騰九萬 경천등구만

하늘 떠받치고 구만리를 오르니

應有杞憂人 응유기우인

공연히 걱정하는 사람이 있구나

<潮仙 卽朝鮮圖籍▣ 以有山水名 조선 즉조선도적▣ 이유산수명

조선(潮仙)은 기록에 의하면 곧 조선(朝鮮)이다. 그래서 강산의 이름이 되었다.>

 

 

簡寄重答楊景霖時中   간기중답양경림시중

다시 양경림 시중에게 답장을 부치다.  

十五日 復使邀遊 且示水頗漲 不於遊有妨云 故戱投此作

십오일 부사요유 차시수파창 불어유유방운 고희투차작

십오일에 다시 유람을 하려고 하니, 물이 많이 불어나 보여서 방해가 되어 놀지 못하리라 한다. 그래서 장난삼아 이렇게 지었다.

 

春風知我遊 춘풍지아유

춘풍이 우리 유람을 알고 있는지

靈雨灑滄洲 영우쇄창주

때맞추어 창주에 비를 뿌리는구나

濯沐浮靑嶂 탁목부청장

푸르게 뜬 산봉우리를 씻어내니

游深喜白鷗 유심희백구

높이 날며 노는 백구만 즐겁구나

影多從物戱 영다종물희

그늘진 곳에서 사물을 좇아 놀며

波曲信杯流 파곡신배류

구비 진 물결에 잔 맡겨 흘리네

醉後騎黃鶴 취후기황학

취한 뒤에는 황학에 걸터앉아서

高吟上玉樓 고음상옥루

크게 읊으며 옥루에 올라가리라

 

※滄洲(창주) : 물빛이 푸른 은자(隱者)가 사는 섬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경치 좋은 물가를 의미한다.

※玉樓(옥루) : 천제(天帝) 혹은 신선이 상주(常住)하는 천상의 누각을 말한다. 또는 문인이 죽은 뒤에 간다는 하늘의 누각을 뜻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