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律詩(오언율시)

水木 (수목) 外

-수헌- 2025. 1. 27. 11:48

水木 수목  

石洞煙霞古 석동연하고

바위굴에 안개와 노을이 예스럽고

山居水木淸 산거수목청

산에 있는 물과 나무는 깨끗하네

飛潛觀物性 비잠관물성

날고 잠기는 것들의 물성을 보니

魚鳥沒人情 어조몰인정

물고기와 새는 사람의 정이 없네

簪紱非衰病 잠불비쇠병

늙고 병들지 않은 벼슬아치들은

文章豈强名 문장기강명

문장이 이름나기 바라지 않을까

天台有鶴髮 천태유학발

천태산에는 백발노인이 있다하니

去欲問黃精 거욕문황정

황정을 찾으러 가고 싶구나

 

※簪紱(잠불) : 벼슬아치가 쓰는 관(冠)에 꽂는 비녀와 인끈. 전하여 고위 관리, 또는 벼슬아치를 이르는 말.

※鶴髮(학발) : 학의 머리처럼 하얀 머리털이란 뜻으로, 노인의 백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黃精(황정) : 죽대의 뿌리로 둥굴레로 알려져 있으나, 선가(仙家)에서 복용하는 약초를 말한다.

 

休同  휴동 

같이 되지 말라.

經草堂於靑溪 溪漲糧絶 書投洞陰守告糶 告者臨水空返

경초당어청계 계창량절 서투동음수고조 고자림수공반

경초당의 청계에서 개울물이 불어 양식이 떨어지니 동음 수령에서 글을 보내 쌀을 보내 주도록 고했는데, 고하러 간 사람이 물을 만나 헛되이 돌아왔다.

 

茅棟靑溪岸 모동청계안

청계 언덕에 오두막집을 지어

經營風雨秋 경영풍우추

가을이 되어 비바람을 겪었네

未成燕雀賀 미성연작하

아직 연작의 축하도 못 받았는데

先急癸庚憂 선급계경우

먼저 식량과 물 걱정이 급하구나

告糶稽淋漲 고조계림창

물이 불어 넘쳐 양식을 구하려고

飛波寄往投 비파기왕투

물결 넘어 보내 달라 부탁하니

休同王錄事 휴동왕록사

왕록사의 일과 같이 되지 말게

嗔却少陵求 진각소릉구

노여움에 소릉처럼 나무랄테니

 

※洞陰守(동음수) : 동음(洞陰)은 경기도 포천(抱川)의 옛 지명이니 포천 수령을 말한다.

※燕雀賀(연작하) : 새로운 집이 낙성된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이다. 회남자(淮南子)에 ‘큰 집이 지어지면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겼다고 제비와 참새들이 서로 축하한다. [大廈成而燕雀相賀]’는 고사가 있다.

※癸庚憂(계경우) : 식량과 물 걱정. 계(癸)는 북방(北方)으로 물을 주관하고, 경(庚)은 서방(西方)으로 곡식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오(吳)나라 신숙의(申叔儀)가 공손 유산씨(公孫有山氏)에게 군량미를 청하자, 공손 유산씨가 대답하기를, ‘수산(首山)에 올라가 경계(庚癸)라고 외치면 갖다주겠다.’ 하였다는 기록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온다.

※休同王錄事(휴동왕록사) : 왕 녹사(王錄事)는 신상이 분명치 않으나, 두보(杜甫)가 완화계의 초당에서 지낼 때 초당의 수리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늦어 두보로부터 타박을 들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즉 곡식을 보내 주는 일을 늦지 말라는 의미이다.

※嗔却少陵求(진각소릉구) : 소릉(少陵)은 두보(杜甫)를 말하는데, 위의 고사를 읊은 시 ‘왕록사허수초당자불도료소힐(王錄事許修草堂貲不到聊小詰)’에 ‘왕 녹사가 노엽구나, 초당 수리할 돈을 부쳐 주지 않으니. 내 어제 봄비를 걱정하기에 다다랐으니, 비가 곧 새게 될 것을 잊을 수 있으랴. [爲嗔王錄事 不寄草堂貲 昨屬愁春雨 能忘欲漏時],’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卜居   복거  

살 장소를 가려 정하다.

鹿門山下 古有長者居址 今有廢砌頹垣 門外有石靈龜 酷似眞形 上可坐百餘人 背上鑿二斗宂 俗傳長者作鉄柱觀 坐玩懸燈瀑布

녹문산하 고유장자거지 금유폐체퇴원 문외유석령구 혹사진형 상가좌백여인 배상착이두용 속전장자작철주관 좌완현등폭포

녹문산 아래에 예부터 큰 부자가 살던 곳이 있는데 지금은 섬돌과 담장이 무너져 폐허가 되었다. 문밖에 신령한 거북 같은 바위가 있는데 진짜 모습과 꼭 닮았다. 위에는 백여 명이 앉을 수 있고, 등에는 두말 넘는 구멍이 뚫렸는데, 전하기로는 큰 부자가 철 기둥을 만들어, 앉아서 폭포에 걸린 등을 보며 즐겼다 한다.

 

欲築靑山屋 욕축청산옥

청산에다가 집을 짓고 싶어서

重尋淥水湄 중심록수미

거듭하여 물 맑은 곳을 찾았네

崩榛橫古道 붕진횡고도

옛길에 개암나무 쓰러져 있으니

長者去何時 장자거하시

큰 부자는 어느 때 떠나갔는가

谷響樵童斧 곡향초동부

골짝에 초동의 도끼 소리 울리고

風吟木客詩 풍음목객시

바람은 나무꾼의 시를 읊는구나

靈龜元示兆 영귀원시조

신령 거북은 원래 좋은 조짐이니

不用問然疑 불용문연의

의심스러워도 물어보지 않았네

 

 

春帖字 大殿   춘첩자 대전  

純陽方動日 순양방동일

순양이 바야흐로 태양을 움직이니

宸意感乾文 신의감건문

임금님의 생각을 하늘도 느꼈구나

溫古勞三夜 온고로삼야

사흘 밤 노력하여 옛것을 익히니

知新就十分 지신취십분

새로워지는 것을 충분히 알겠구나

時隨天健改 시수천건개

때로 하늘의 뜻에 따라 잘 고치고

治自聖功勤 치자성공근

성인의 공덕으로 부지런히 다스려

寒谷條風暖 한곡조풍난

찬 골짝 가지에 따뜻한 바람 부니

歡聲沸四聞 환성비사문

기뻐 지르는 소리가 사방에 들리네

 

※純陽(순양) : 음(陰)이 가장 극에 달한 동짓날에 일양(一陽) 처음 생겨나는데 이를 순양이라 하며, 순양의 기운은 소한 대한을 거쳐서 입춘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