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律詩(오언율시)

贈別 (증별) 外

-수헌- 2025. 1. 27. 11:59

贈別   증별  

이별하며 주다

 

黯然消魂處 암연소혼처

혼이 다 나갈 지경으로 암울한 곳에

愁雲奈復生 수운내부생

어찌 다시 근심스러운 마음이 생기나

天低蘇武海 천저소무해

소무의 바다에는 하늘도 내려앉았고

地絶右賢城 지절우현성

우현왕의 성에는 땅마저 끊어졌었네

信欲和蠻俗 신욕화만속

오랑캐 풍속에 동화될 줄 믿었으나

居當畏物情 거당외물정

의당 세상물정 두려워하며 살았으니

莫孤平日志 막고평일지

평상시에 뜻한 바를 저버리지 말고

絃誦播新聲 현송파신성

거문고 타고 읊으며 신곡을 퍼뜨리리

 

※愁雲(수운) : 근심에 찬 기색. 근심스러운 마음.

※蘇武(소무) : 한 나라 무제(武帝) 때의 충신.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혀서 흉노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19년이나 북해(北海)에 억류되어 들쥐가 모아둔 열매를 파먹고, 들쥐를 잡아먹는 등 고생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갈 때 벗 이릉(李陵)이 소무(蘇武)에게 이별 시를 지어 주었다는 고사가 있다.

※地絶右賢城(지절우현성) : 소무(蘇武)의 벗인 이릉(李陵)은 이광리(李廣利)가 흉노의 우현왕(右賢王)과 결전을 벌일 때 5천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지원을 나갔으나, 오히려 흉노의 8만 대군에 포위되어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부득이 흉노에 투항한 고사를 말한다. 이는 소무(蘇武)와 이릉(李陵)이 흉노의 땅에 살게 된 경위를 비교한 듯하다.

※絃誦(현송) : 거문고를 타면서 시를 읊음. 전하여 학예에 힘쓰는 모양을 표현한다.

 

 

謝贈玉䃱   사증옥섬  

부싯돌을 보내 주어 사례하다.

 

玉䃱能輟送 옥섬능철송

귀한 부싯돌을 보내 주셨는데

顔色過前聞 안색과전문

모양이 전에 알던 것보다 좋구나

鐵鑄雙龍錦 철주쌍룡금

쇠를 녹여 부어서 만든 쌍룡검과

山姸五鳳雲 산연오봉운

고운 산의 오봉루보다 뛰어나구나

天形回鏡面 천형회경면

하늘 모습은 거울 속에 돌아오고

地數應羲文 지수응희문

땅의 운수는 희문에 대응하는데

桃報慚瑤贈 도보참요증

옥 선물에 복숭아 보답이 부끄러워

摩娑到夕曛 마사도석훈

어루만지다가 석양 때가 되었네

 

※鐵鑄雙龍錦(철주쌍룡금) 山姸五鳳雲(산연오봉운) : 원문의 쌍룡금(雙龍錦)은 의미가 통하지 않아 쌍룡검(雙龍劍)의 오기(誤記)가 아닐까 한다. 쌍룡검(雙龍劍)은 용천검(龍泉劍)과 태아검(太阿劍)의 두 자루 보검(寶劍)을 말한다. 오봉(五鳳)은 양 태조(梁太祖)가 낙양(洛陽)에 세운 누대인 오봉루(五鳳樓)인데, 반공에 드높이 솟았고 위에는 다섯 마리의 봉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양이었다. 후세에 문장을 잘 짓는 것을 오봉루를 조성한 솜씨에다 비유하였다. 여기서는 옥섬(玉䃱)을 만든 솜씨가 쌍룡검(雙龍劍)이나 오봉루(五鳳樓)를 만든 솜씨보다 낫다는 의미인 듯하다.

※羲文(희문) : 팔괘(八卦)를 그었다는 복희씨(伏羲氏)와 괘사(卦辭)를 지었다는 주 문왕(周文王)의 병칭이다. 전하여 주역을 가리킨다.

※桃報(도보) : 시경(詩經) 억(抑)에 ‘나에게 복숭아를 던져주니, 오얏으로 보답했다. 〔投我以桃 報之以李〕’라는 말이 있다.

 

謝惠草堂杜詩  사혜초당두시 

혜초당의 두보 시에 사례하다

 

我愛杜工部 아애두공부

내가 두공부를 좋아하는 것은

文章天下先 문장천하선

문장이 천하의 으뜸이기 때문이네

珠璣生筆翰 주기생필한

주옥같은 문장이 붓에서 생겨나니

造化謝機權 조화사기권

그 권능과 조화에 부끄러워지네

不見迨三載 불견태삼재

삼 년을 원하여도 보지 못하였고

相思抵百年 상사저백년

백년을 막았어도 그립기만 하여

今來開碧眼 금래개벽안

이제야 와서 보고 벽안이 열리니

草罷太玄篇 초파태현편

태현경을 쓰는 것도 그만 두었네

 

※珠璣生筆翰(주기생필한) : 주기(珠璣)는 옥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말하고 필한(筆翰)은 붓을 말한다.

※太玄篇(태현편) : 한나라 양웅(揚雄)이 주역(周易)을 모방하여 지은 태현경(太玄經)을 말한다. 두보(杜甫)는 성도(成都)에 초당을 짓고, ‘초당을 낙성하고 [堂成]’ 라는 시를 지었는데, 이 시에서 ‘옆 사람은 양웅의 집으로 잘못 비유하지만[旁人錯比揚雄宅] 게을러서 해조를 지을 마음도 없다. [懶惰無心作解嘲]’ 했는데, 이는 초당을 지은 이유가 양웅처럼 글쓰기에 몰두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해조(解嘲)는 조롱에 대해 해명한다는 뜻인데, 태현경(太玄經)을 지은 것을 사람들이 조롱하자 양웅(揚雄)이 해조(解嘲)를 지어서 해명했다는 고사를 말한다.

 

 

箕城 次奏請聖節書狀三先生韻  

기성 차주청성절서장삼선생운

평양성. 주청사 성절사 서장관 세 분의 운을 차운하다.

 

古國依然是 고국의연시

옛 나라 터는 전과 다르지 않은데

關山未了靑 관산미료청

고향의 산은 아직 푸르지 않구나

長城臨海盡 장성림해진

장성은 바다에 임해 끝이 났는데

高閣入雲停 고각입운정

높은 누각은 구름 속에 들었구나

霞鶩滕王郡 하목등왕군

하목이 내려앉는 등왕각 고을을

煙花道子屛 연화도자병

도자가 안개와 꽃으로 가리었네

蓮舟有艶唱 연주유염창

연밥 따는 배에 고운 노래 있어도

莫遣遠人聽 막견원인청

엿들으러 사람 멀리 보내지 말게

 

※箕城(기성) : 평양의 옛 이름이다.

※奏請聖節書狀(주청성절서장) : 주청사(奏請使)는 중국에 주청할 일이 있을 때 수시로 보내던 사신이고, 성절사(聖節使)는 중국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해마다 보내던 사절이며, 서장관(書狀官)은 중국에 가는 사신을 수행하여 기록을 담당하는 벼슬이다.

※霞鶩(하목) : 낙하고목(落霞孤鶩)의 준말이다. 낙하는 지는 놀을 말하고 고목은 외로운 따오기. 당(唐)나라의 문장가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놀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긴 하늘과 함께 한빛일세[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句)는 오늘날까지 가장 아름다운 표현으로 일컬어진다.

※道子(도자) : 당나라 때의 유명한 화가인 오도현(吳道玄)을 말한다. 도자는 그의 자이다. 특히 불상과 산수화에 뛰어났으며, 현종이 도현(道玄)이란 이름을 하사했을 정도로 뛰어난 화가였다. 백대화성(百代畵聖) 또는 줄여서 화성(畵聖)으로 불린다.

※蓮舟有艶唱(연주유염창) : 여기서 염창(艶唱)은 연밥을 따는 미인들의 노래인 채련곡(採蓮曲)을 말하는데, 전하여 남녀 간의 연가(戀歌)를 의미한다.

 

 

白生員挽詞   백생원만사  

雲間仙鶴侶 운간선학려

구름 사이에서 신선과 학이 짝하여

天上老人星 천상노인성

하늘 위에 올라 노인성이 되었구나

嗜酒期無量 기주기무량

술을 좋아하여 정해진 양이 없고

耽書爲養靈 탐서위양령

글을 즐기면서 영혼을 수양했었네

蟠桃看漢殿 반도간한전

한나라 궁전의 반도를 보았는데도

甲子過堯蓂 갑자과요명

세월은 흘러 육십갑자가 지났구나

萬里登寥廓 만리등요곽

멀고도 쓸쓸한 하늘에 올라갔으나

佳城隔窅冥 가성격요명

가성은 어두운 곳에서 떨어졌으리

 

※老人星(노인성) : 노인성(老人星)은 추분(秋分) 절기에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을 말하는데, 이 별이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하고, 나타나지 않으면 병란(兵亂)이 일어난다고 하며, 또 이 별을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삼아 수성(壽星)이라고도 했었다.

※蟠桃看漢殿(반도간한전) : 반도(蟠桃)는 서왕모(西王母)의 정원에서 자란다는 복숭아로 삼천 년에 한 번씩 열매가 열리고, 먹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한다. 서왕모가 한 무제(漢武帝)에게 이 복숭아를 선물했다 한다.

※甲子過堯蓂(갑자과요명) : 요명(堯蓂)은 요(堯)임금의 뜰 앞에 나던 서초(瑞草)인 명협(蓂莢)으로, 세월을 의미한다. 명협은 초하루부터 매일 한 잎씩 나다가 보름이 지난 16일부터는 매일 한 잎씩 져서 그믐에는 다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으로 날을 계산하여 달력으로 삼았다고 한다.

※佳城(가성) : 무덤 분묘 따위를 성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