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律詩(오언율시)

楓嶽中臺 (풍악중대) 外

-수헌- 2025. 1. 27. 12:58

楓嶽中臺   풍악중대  

풍악산 중대.

 

斷岸疑無地 단안의무지

끊어진 벼랑 땅이 없나 의심했는데

憑虛喜有臺 빙허희유대

허공 위에 누대가 있어 기뻐하였네

琪花枝屈鐵 기화지굴철

아름다운 꽃가지는 쇠처럼 굽었고

瑤草葉如杯 요초엽여배

아름다운 풀잎은 술잔과 같구나

谷豁松琴引 곡활송금인

넓은 골짝에서 소나무 거문고 당기니

風高霧帳開 풍고무장개

바람은 높이 불어 안개 장막 걷히네

西山已落日 서산이락일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었으니

須待月徘徊 수대월배회

달을 기다리며 배회해야 겠네

 

 

狗峴   구현 

人世風塵隔 인세풍진격

인간 세상의 풍진과는 떨어졌고

仙山道路賒 선산도로사

선산으로 가는 길을 세내었구나

冰仍終夏雪 빙잉종하설

얼음 얼어 여름에야 눈이 녹고

林放後春花 임방후춘화

숲에는 봄 지난 뒤에 꽃이 피네

虛步秦童遠 허보진동원

진동들이 헛걸음한 지 오래이고

雲聲漢犬斜 운성한견사

운성같은 한견 소리도 사라졌네

壺中知不夜 호중지불야

별천지에는 밤이 없음을 아는데

峯外夕陽多 봉외석양다

산봉우리 너머에 석양이 짙구나

 

※狗峴(구현) : 금강산에 있는 고개 이름.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에 옛날 고성현의 수령 노춘(盧偆)이 고개를 넘을 때 개가 나타나 길 안내를 하여 구현(狗峴)이라 한다.

※秦童(진동) : 진시황(秦始皇)이 불로초를 찾으러 보낸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말하는 듯하다.

※雲聲漢犬斜(운성한견사) : 운성(雲聲)은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시에 ‘은포에 흐르는 구름은 물소리를 배우네. 〔銀浦流雲學水聲〕’라고 한 데서 인용하여 계곡 아래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라는 의미이고, 한견(漢犬)은 한(漢)나라의 개라는 의미이나, 여기서는 시제(詩題)인 구현(狗峴)에 나타난 전설상의 개로 이해된다. 따라서 듣기 좋은 개소리로 이해된다.

 

 

盧偆井 노춘정  

古井依林麓 고정의림록

오랜 우물이 산기슭 숲에 의지해

潺湲一牛涔 잔원일우잠

한줄기 좁다랗게 졸졸 흐르네

鳥去靑山靜 조거청산정

새는 떠나가고 청산은 고요한데

甃傾綠蘚沈 추경록선침

우물의 담은 기울고 이끼 끼었네

曉華呑不發 효화탄불발

새벽 꽃은 감춰져서 피지 않았고

蔘語聽難尋 삼어청난심

산삼 찾았다는 소리 듣기 어렵네

爲問空門子 위문공문자

공문자에게 묻고자 하니

何如覺海深 하여각해심

어찌하면 각해에 깊이 들 수 있을까

 

※盧偆井(노춘정) : 금강산의 고개 위에 있는 작은 우물 이름.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에 옛날 고성현의 수령 노춘(盧偆)이 고개를 넘다가 목이 말라서 방향을 바꾸니 연못이 나타났는데, 이 연못을 노춘의 이름을 따서 노춘정(盧偆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牛涔(우잠) : 소 발자국에 괸 물이라는 뜻으로 좁고 협소한 것을 말한다.

※空門子(공문자) : 불교의 문에 들어가 열반의 길로 정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세속 사람이 승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覺海(각해) : 불교. 또는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세계.

 

 

獐項嶺 此篇 上東文選   장항령 차편 상동문선

장항령. 이 시문은 동문선에 올랐다.

 

羽蓋登寥廓 우개등요곽

신선이 탄 수레 하늘에 올랐다가

狂遺七寶鞭 광유칠보편

정신을 잃어 칠보 채찍도 잃었네

天關開白日 천관개백일

하늘 관문이 열리니 대낮이 되어

鵬路掃蒼煙 붕로소창연

붕새 길에 푸른 안개를 쓸어냈네

萬壑孤笻外 만학고공외

지팡이 짚고 다닌 골짜기 밖에는

千峯一笑邊 천봉일소변

수천 봉우리가 웃고 즐길만 하네

安期何似者 안기하사자

안기생은 또 어떤 사람인가

自詫上方仙 자타상방선

나도 하늘의 신선임을 자랑했네

 

※獐項嶺(장항령) : 금강산에 있는 고개 이름. 역시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에 옛날 고성현의 수령 노춘(盧偆)이 고개를 넘을 때 노루가 나타났다 하여 獐項嶺(장항령)이라 한다.

※羽蓋(우개) : 우개지륜(羽蓋芝輪)의 약자로 새의 깃털로 만든 신선이 타는 수레를 말한다.

※安期(안기) : 동해의 선산(仙山)에 살았다는 신선 안기생(安期生). 진시황이 동쪽을 유람할 때 사흘 밤낮을 이야기한 뒤, 훗날 봉래산(蓬萊山)에서 찾으라 하고는 사라졌다 한다.

 

 

歡喜峴   환희현  

路窮雖谷口 노궁수곡구

골짜기 입구에 비록 길은 막혔어도

雲盡見天心 운진견천심

구름 걷히니 하늘 가운데가 보이네

虎嘯淸颷震 호소청표진

호랑이가 우니 맑은 바람이 일고

龍吟紫洞深 용음자동심

자하동 깊은 골짝엔 용이 우는구나

渴消瓊竇雪 갈소경두설

개천의 옥 같은 눈으로 갈증을 풀고

飢覓玉芝林 기멱옥지림

굶주리면 귀한 영지 숲을 찾는구나

數息暫流憩 수식잠류게

가던 길을 잠시 쉬며 숨을 돌리니

桂枝生綠陰 계지생록음

계수나무 가지에 녹음이 생겨나네

 

※歡喜峴(환희현) : 금강산에 있는 고개 이름이다.

※紫洞(자동) : 신선이 산다는 자하동(紫霞洞)을 말한다.

 

 

白雲橋   백운교  

笻飛三峽裏 공비삼협리

지팡이 날리며 삼협 속을 다니니

風逐馬蹄遙 풍축마제요

바람이 말발굽을 아득히 쫓아오네

鬼運凌霄幹 귀운릉소간

귀신처럼 움직여 하늘을 침범하고

雲橫駕鶴橋 운횡가학교

학을 탄 구름이 다리를 가로지르네

浪痕眠獸臥 낭흔면수와

물결은 짐승이 엎드려 잠든 듯하고

空影半虹搖 공영반홍요

반쯤 오른 무지개가 하늘에 비치니

星漢多靈鵲 성한다령작

은하에 많은 신령스러운 까치들이

今宵乞一梢 금소걸일초

오늘밤 머물 나뭇가지 하나 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