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來亭 비래정
海入壺中地 해입호중지
바다로 들어가니 별천지가 있고
樓居水上天 누거수상천
누대가 물 위의 하늘에 떠 있네
青浮雙玉筍 청부쌍옥순
쌍 옥순이 푸른빛 띠고 떠 있고
紅折萬金蓮 홍절만금련
만금의 붉은 연꽃잎이 꺾여있네
煉汞龍吟鼎 연홍용음정
수은을 달이니 용이 솥에서 울고
餐霞骨已仙 찬하골이선
노을을 먹으니 몸은 이미 신선일세
君招黃鶴酒 군초황학주
그대는 황학을 불러 술을 마시게
吾與白鷗眠 오여백구면
나는 백구와 더불어 졸고 있을테니
※비래정(飛來亭) : 양사언이 은거하려고 고성(高城)의 감호(鑑湖)가에 지은 정자.
※호중지(壺中地) : 호리병 속의 세계. 별세계나 신천지를 비유하는 말. 후한서(後漢書) 방술전(方術傳)에 나오는데, 신선을 따라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그 안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옥당(玉堂)이 있었고, 그곳에 좋은 술과 고기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며, 일호지천(一壺之天), 호천(壺天), 호중천(壺中天), 호중지천(壺中之天), 호중천지(壺中天地)라고도 한다.
※煉汞(연홍) : 수은을 달이다. 수은(水銀)은 단약(丹藥)을 만드는 원료다. 곧, 신선(神仙)이 되기 위하여 단약을 달인다는 뜻이다.
鷺鷥 노사
해오라기
鷺鷥何蕭灑 노사하소쇄
해오라기 어찌 이다지도 깨끗한가
風儀玉雪清 풍의옥설청
풍채는 옥과 눈처럼 맑기만 하네
不羣雲鶴舉 불군운학거
구름 속의 학무리와 함께하지 않고
長伴海鷗行 장반해구행
항상 갈매기와 함께 다니는구나
白日遙分影 백일요분영
밝은 낮에는 그림자 멀리 생기니
紅蓮近讓明 홍련근양명
붉은 연꽃도 밝은 빛도 사양하고
青山過飛處 청산과비처
푸른 산을 날아서 지날 적에도
飄落水烟情 표락수연정
물안개의 정취를 잊지 않으리
寒梅次蓀谷韻 한매차손곡운
겨울 매화. 손곡의 운을 차운하다.
竹塢庾嶺樹 죽오유령수
대유령 대나무 둑의 나무에는
先放南枝花 선방남지화
남쪽 가지에 꽃이 먼저 피었네
玉蕋看初冷 옥예간초랭
차디찬 예쁜 꽃술을 처음 보니
淸香聞更多 청향문경다
맑은 향을 더욱 많이 맡는구나
無仍寄驛使 무잉기역사
역관을 시켜 부칠 수가 없으니
有淚如懸河 유루여현하
흐르는 눈물이 강물과 같구나
明日風吹去 명일풍취거
내일 바람이 불면 떨어질텐데
空華奈若何 공화내약하
꽃이 없어지면 어찌해야 하나
※庾嶺(유령) : 중국 강서성(江西省)의 대유령(大庾嶺)을 말하는데, 매화가 많아 매령(梅嶺)이라고도 한다. 이 유령(庾嶺)의 매화는 ‘남쪽 가지에는 꽃이 피어도, 북쪽 가지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한다.
元韻 蓀谷 원운 손곡
손곡의 원운
客有故山夢 객유고산몽
고향의 꿈을 꾸는 나그네가
他鄕見此花 타향견차화
타향에서 이 꽃을 보는구나
攀枝不忍折 반지불인절
가지 잡아 차마 꺾지 못하고
恐傷春意多 공상춘의다
봄 정취 상할까 많이 두렵네
所思在遠道 소사재원도
그리움은 있어도 길은 멀고
急景如長河 급경여장하
빠른 세월은 긴 강처럼 흐르네
芳華未能久 방화미능구
아름다운 꽃은 오래가지 못하니
抱恨其如何 포한기여하
가슴에 품은 그 한을 어찌할까
經夏 甲戌年四月初八日 在江陵府
경하 갑술년사월초팔일 재강릉부
여름을 지내며. 갑술년 사월 초파일 강릉부에 있을 때다.
不識三春去 불식삼춘거
삼월이 다 가는 줄도 몰랐는데
那知四月還 나지사월환
사월이 돌아왔음을 어찌 알까
風林少紅雨 풍림소홍우
바람에 붉은 꽃잎 조금 떨어지고
雪嶺盡靑山 설령진청산
눈 녹은 산봉우리 청산이 되었네
往者不應復 왕자불응부
떠난 사람 응당 돌아오지 않으니
居人愁萬端 거인수만단
있는 사람은 온갖 시름에 잠겼네
長歌聞皷笛 장가문고적
북 피리소리 듣고 길게 노래하니
使我涕汍瀾 사아체환란
나로 하여금 눈물 짓게 하는구나
※紅雨(홍우) : 붉은 꽃잎이 비 오듯 많이 떨어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丘山書院謁聖像 구산서원알성상
구산 서원에서 성인의 초상을 뵙고
肅肅宣尼廟 숙숙선니묘
공자님의 사당은 엄숙한데도
天天禮拜遲 천천례배지
날마다 예배를 게을리 하였네
如聞浮海語 여문부해어
바다 건너온 말씀 듣는 것처럼
親見欲居時 친견욕거시
살아있을 때를 직접 보고 싶네
吾道東來久 오도동래구
나의 도는 오래전 동으로 와서
斯文復在玆 사문부재자
사문이 다시 여기에 존재하네
丘山終不陊 구산종불치
구산은 끝내 무너지지 않으니
宇宙日星垂 우주일성수
우주에 해와 별이 드리웠구나
※宣尼(선니) : 포성선니공(褒成宣尼公)으로 추시(追諡)된 공자(孔子)를 말한다.
※斯文(사문) : 이 학문(學文)이라는 뜻으로 유교(儒敎)를 의미한다.
※丘山(구산) : 이구산(尼丘山)을 말하는데, 이 산에 기도하여 공자(孔子)가 탄생하여 이름을 구(丘), 자를 중니(仲尼)라 한다. 여기서는 공자의 도를 의미한 듯하다.
次孝友堂壁上韻 차효우당벽상운
효우당 벽에 걸린 운을 차운하다.
堂在江陵府東門外金德璋家 金 孝子也 嘗語曰 昔年明府枉臨 當筵醉臥 使兩妓女 彭紙於空中 偃仰而書之
당재강릉부동문외김덕장가 김 효자야 상어왈 석년명부왕림 당연취와 사량기녀 팽지어공중 언앙이서지
효우당은 강릉부 동문 밖 김덕장의 집에 있다. 김은 효자이다. 이전에 말하기를 옛날에 사또가 왕림해서 취하여 대자리에 누워서 두 기녀를 시켜서 종이를 공중에 들게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썼다 한다.
平生思孝里 평생사효리
한평생 효자마을을 사모했는데
今日對華筵 금일대화연
오늘 화려한 자리에서 마주하네
酒熟邀佳友 주숙요가우
술 익으면 좋은 벗을 맞이하고
年饑散寶錢 연기산보전
흉년이 들면 보전을 풀어내었네
筍抽號雪日 순추호설일
눈 내린 날 곡하니 죽순이 솟고
魚躍叩氷天 어약고빙천
고기 뛰어서 얼음 천장 두드리네
獨灑無從淚 독쇄무종루
홀로 뿌리는 눈물 막을 수 없어
空吟蓼蓼篇 공음요요편
부질없이 요요편만 읊고 있었네
※偃仰(언앙) : 누웠다 일어났다 한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年饑(연기) : 기근이 든 해, 즉 흉년이 든 해라는 의미이다.
※筍抽號雪日(순추호설일), 魚躍叩氷天(어약고빙천) : 병든 부모가 겨울에 죽순을 먹고 싶다 하여 곡을 하였더니 죽순이 솟아나고, 겨울에 물고기가 먹고 싶다 하여 얼음을 깨고 우니 물고기가 얼음 위로 뛰어올랐다는 고사를 인용해 김 덕장의 효행에 하늘도 감동했다는 표현이다.
※蓼蓼篇(요요편) : 시경(詩經) 소아(小雅) 蓼莪(요아)를 말하며,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내용이다.
次四美亭韻 차사미정운
사미정의 운을 차운하다.
江山何處好 강산하처호
강산은 어느 곳이 아름다울까
風月一孤亭 풍월일고정
풍월이 있는 외딴 정자로구나
玉鏡開新匣 옥경개신갑
열린 새 궤짝에 옥거울이 있어
蛾眉寫舊靑 아미사구청
예전에 푸른 초승달을 그렸지
高唐詩可賦 고당시가부
고당의 시를 노래할 수 있으며
流水曲堪聽 유수곡감청
유수곡 또한 들을 수가 있구나
咫尺人間世 지척인간세
사람 사는 세상이 가까운데도
柴門夜不扃 시문야불경
사립문은 밤에도 닫지 않는구나
※蛾眉(아미) : 누에나방의 모양처럼 아름다운 미인의 눈썹을 말하나, 눈썹같이 예쁜 초승달을 말한다.
※高唐詩(고당시) : 초나라 송옥(宋玉)이 지은 고당부(高唐賦). 그 내용에 초나라 회왕(懷王)이 무산의 고당(高唐)에서 무산신녀(巫山神女)와 함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는 내용이 있다.
※流水曲(유수곡) : 유수곡(流水曲)은 옛날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에서 연유된 거문고 곡[琴曲]인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흐르는 물소리를 말한다.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은 백아가 높은 산[高山]에 마음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좋다, 높다란 것이 마치 태산과 같구나. [善哉 峨峨兮若泰山]’라고 하였고, 흐르는 물[流水]에 마음을 두고 거문고를 타면 ‘좋다, 광대한 것이 마치 강하와 같구나. [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하여,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모두 알아들었다는 데서 연유한다. 전하여 뛰어난 악곡(樂曲)을 말한다.
'『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 > 五言律詩(오언율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映樓 (산영루) 外 (0) | 2025.01.27 |
---|---|
楓嶽中臺 (풍악중대) 外 (0) | 2025.01.27 |
春帖字 大妃殿 (춘첩자 대비전) 外 (1) | 2025.01.27 |
贈別 (증별) 外 (0) | 2025.01.27 |
水木 (수목) 外 (0) | 2025.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