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五言律詩(오언율시)

次六弟楊子和韻 (차육제양자화운) 外

-수헌- 2025. 1. 27. 11:31

蓬萊詩集卷之二

五言律詩

 

次六弟楊子和韻  차육제양자화운 

여섯째 아우 양자화를 차운하다.

 

春日雙靑眼 춘일쌍청안

봄날에는 친근했던 두 사람이

秋風一葉身 추풍일엽신

가을바람에 낙엽 신세 되었네

浮沈隨白鳥 부침수백조

흰 갈매기를 쫓으며 부침하다가

瀟灑出紅塵 소쇄출홍진

홍진에서 나오니 맑고 깨끗하네

陶逕松交密 도경송교밀

도경의 소나무는 깊이 사귀는데

斑園萊食新 반원래식신

명아주 먹는 동산은 어지럽구나

愧無顔氏樂 괴무안씨락

안회의 즐거움이 없어 부끄러워

頻逐子雲貧 빈축자운빈

자주 자운의 가난을 따르려하네

 

※隨白鳥(수백조) : 수백조(隨白鳥)는 ‘흰 갈매기를 좇는다,’는 의미로 흰 갈매기처럼 한가로이 삶을 의미한다.

※陶逕(도경) : 도연명의 오솔길이라는 뜻으로, 은자의 호젓한 오솔길을 말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세 오솔길 잡초 우거져도 국화와 소나무는 여전하구나. [三經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萊食(래식) : 명아주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생활을 의미한다. 채근담(菜根譚)의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 채우는 가난한 사람. [藜口莧腸者]’이라는 표현에서 유래한다.

※顔氏(안씨) : 공자(孔子)의 제자 안회(顔回)를 말한다. 안회(顔回)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요절(夭折)하였다.

※子雲貧(자운빈) : 자운(子雲)은 전한(前漢)의 학자 양웅(揚雄)의 자이다. 박학다식하였으며 집안이 가난하였으나 맹목적으로 부귀를 쫓지 않았다 한다.

 

 

謝南仲玉惠蕨 仲玉 靑城守壻   사남중옥혜궐 중옥 청성수서

남중옥이 고사리를 베푼 데 사례하며. 중옥은 청성 수령의 사위이다. 

 

山城頻好雨 산성빈호우

산성에 때맞춰 비가 자주 내리더니

薇蕨到荊扉 미궐도형비

사립문에도 고사리가 자라났구나

採掇風猶把 채철풍유파

바람 불어도 가려서 잡고 뽑으니

泠漙露未晞 영단로미희

수북이 내린 이슬이 마르지 않았네

避周當野粟 피주당야속

주를 피해 거친 양식으로 삼았으니

輕漢勝靈芝 경한승영지

한나라를 경시한 영지보다 낫구나

肉食非吾事 육식비오사

육식은 내가 즐기는 것이 아니어서

塡坑飽我飢 전갱포아기

굶주린 내 목구멍을 실컷 채우는구나

 

※避周當野粟(피주당야속) : 백이(伯夷) 숙제(叔弟)가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수양사(首陽山)에서 고사리만 먹고 산 것을 말한다.

※輕漢勝靈芝(경한승영지) : 한(漢) 나라 때 상산사호(商山四皓)가 한 고조의 부름에도 나가지 않고, 산에서 자지가(紫芝歌)를 부르고 살았는데 그 가사에 ‘빛나는 자주색 영지로 굶주림을 면할 수 있네. [曄曄紫芝 可以療飢]’라고 한 것에 비유하였다.

 

 

觀漁 時抱川主守將白衣送酒   관어 시포천주수장백의송주

고기잡이를 구경하다. 그때 포천 수령이 심부름꾼에게 문득 술을 보내왔다.  

 

漁父窺魚地 어부규어지

어부가 물고기 잡을 곳을 살피는데

靑溪日落時 청계일락시

푸른 시내에는 해가 저물고 있구나

長竿窮丙穴 장간궁병혈

병혈 끝에다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數罟蕩龍池 촉고탕룡지

촘촘한 그물로 용지를 쓸어 버리네

膾雪飛霜刃 회설비상인

예리한 칼 놀려 눈 같은 회를 치고

胎紅煮綠葵 태홍자록규

붉은 내장은 아욱을 넣고 끓이는데

白衣將送酒 백의장송주

백의를 시켜서 술을 보내 주시니

明府亦多思 명부역다사

사또는 역시 생각이 깊은 분이구나

 

※丙穴(병혈) : 중국 섬서성(陝西省) 약양현(畧陽縣) 동남쪽에 있는 좋은 물고기가 생산된다는 동혈(洞穴)의 이름. 좌사(左思)의 촉도부(蜀都賦)에 ‘좋은 물고기는 병혈에서 나오고 좋은 나무는 부곡(裒谷)에서 나온다.’하였다.

※白衣(백의) : 백의(白衣)는 술을 가지고 오는 심부름꾼을 말한다. 진(晉)의 도잠(陶潛)이 중구일(重九日)에 술이 없어 무료하게 있을 때 자사(刺史) 왕홍(王弘)이 보낸 심부름꾼이 백의(白衣)를 입고 술을 가지고 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欲晴 二首之一   욕청 이수지일 

날이 개이려 하다. 두 수중 첫 번째.

 

望雨朝連夜 망우조련야

아침까지 밤새 내린 비를 바라보니

歸雲洩欲晴 귀운설욕청

돌아가는 구름 뚫고 맑아지려 하네

爽迎林籟發 상영림뢰발

숲에서 나는 소리를 시원하게 맞으니

深覺岸流平 심각안류평

기슭을 평탄하게 흐름을 깊이 알겠네

盡說桑麻長 진설상마장

모두가 뽕나무 삼 키우는 얘기하며

齊懽黍稷榮 제환서직영

다 같이 곡식이 무성함을 기뻐하고

江山羈老病 강산기로병

늙고 병들어 있는 강산의 나그네가

贊賀阻元亨 찬하조원형

걱정하던 원형을 찬미하고 축하하네

 

※元亨(원형) : 주역(周易)의 원형이정(元亨利貞)에서 온 말로 원(元)은 만물의 시초이고, 형(亨)은 만물의 성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