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竹樓避暑 (죽루피서) - 蔡濟恭 (채제공)

-수헌- 2024. 7. 26. 17:28

竹樓避暑 죽루피서 蔡濟恭 채제공

죽서루에서 더위를 피하다

 

杪夏苦熱蒸 초하고열증

찌는 듯한 늦여름 더위가 괴로워

赫日光如爇 혁일광여설

이글거리는 태양이 불타는 듯하네

蝸屋簷覆地 와옥첨복지

처마가 땅에 무너진 오막살이에서

滴滴汗瀋滑 적적한심활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번들거리네

出門厚地沸 출문후지비

문밖을 나서니 대지가 끓어올라서

惟恐步不疾 유공보부질

오직 발병이 나지 않을까 두렵구나

西樓洞軒豁 서루동헌활

죽서루는 높고 덩그렇게 트여있어

風氣常吸欻 풍기상흡훌

바람이 항상 세차게 불어온다는데

前日雨大過 전일우대과

전날 큰비가 한바탕 지나가더니

碧水沙半沒 벽수사반몰

푸른 물에 모래톱이 반쯤 잠겼네

快哉憑朱檻 쾌재빙주함

붉은 난간에 기대니 상쾌해져서

俄頃凉到骨 아경량도골

이내 서늘한 기운 뼛속에 스미네

童子也解事 동자야해사

동자 또한 일을 익히 잘 알아서

磨墨數升潑 마묵수승발

먹물을 몇 되나 잘 갈아 두었네

邑人求我書 읍인구아서

고을 사람들이 내게 글을 청하며

委紙如雲雪 위지여운설

맡긴 종이가 구름과 눈과 같구나

一笑脫衣巾 일소탈의건

한번 웃고는 의관을 벗어 두고서

揮灑不淹刻 휘쇄불엄각

지체없이 붓을 휘둘러 글을 쓰네

姸媸何足論 연치하족론

글의 곱고 추함을 어찌 논할까

聊以適其適 료이적기적

그저 내 맘에 맞으면 되는 거지

書罷枕臂卧 서파침비와

글 다 쓰고 팔을 베고 누웠더니

未夕眠已熟 미석면이숙

저녁도 되기 전에 깊이 잠들었네

 

※竹西樓(죽서루) :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누각으로 관동팔경(關東八景)중 하나다. 죽서루와 그 앞을 지나는 오십천(五十川)이 이루는 경관이 뛰어나 예로부터 명승지로 이름이 높았으며, 1963년 보물 제213호로 지정되었다가, 2023년 12월 28일, 밀양 영남루와 함께 국보로 승격되었다.

 

 

삼척 죽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