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中庚日 (중경일) - 蔡濟恭 (채제공)

-수헌- 2024. 7. 20. 16:28

中庚日 自慶辰候班歸 聞無號菴岐川五沙鶴麓輩 各自招邀不使我知 僭也 第詩以問罪     蔡濟恭

중경일 자경신후반귀 문무호암기천오사학록배 각자초요불사아지 참야 제시이문죄     채제공

중복에 탄신을 경하하며 문후하는 반열에서 돌아와 듣건대, 무호암과 기천과 오사와 학록의 무리가 자기들끼리 연락하여 모임을 가지면서 내가 알지 못하게 했다고 하였다. 이는 참람한 일이기에 우선 시로서 그 죄를 묻는다.

 

妄意詩樽讓少年 망의시준양소년

젊은이에게 시와 술 양보할 생각이었는데
僭成團會定何邊 참성단회정하변

참람하게 어디에다 모이는 장소 정했는가
人言今日中庚是 인언금일중경시

사람들이 오늘이 바로 중복이라고 하기에
吾自南山北斗前 오자남산북두전

내가 남산에서 북두성 앞으로 내려왔네

<是日 卽六月十八日 시일 즉육월십팔일

이날은 바로 (혜경궁의 탄신일인) 6월 18일이었다.>

掃罷虛庭惟下鳥 소파허정유하조

쓸어 놓은 빈 뜰엔 오직 새들만 내려앉고
攪來殘夢不禁蟬 교래잔몽불금선

남은 꿈 깨우는 매미 소리만 어지럽구나
閑門刺紙頻回問 한문자지빈회문

한가한 집에 손님 왔는지 자꾸 물어보니
世態惟應證昔賢 세태유응증석현

세태는 옛 현인이 증명해 준다 하는구나

<唐人罷相詩 有曰爲問門前客 諸君嘗讀此否 당인파상시 유왈위문문전객 제군상독차부

당인의 파상시에 ‘위문문전객(爲問門前客)’이란 구절이 있는데, 제군은 일찍이 이 시를 읽어 보지 못했는가.>

 

※無號菴(무호암) : 조선후기 첨지중추부사, 병조참지, 좌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인 윤필병(尹弼秉, 1730~1810), 자는 이중(彛仲), 호는 무호암(無號庵).

※岐川(기천) : 조선후기 양주목사, 강원감사, 강화유수 등을 역임한 문신 채홍리(蔡弘履, 1737~1806). 자는 사술(士述), 호는 기천(岐川). 번암에게는 조카뻘이다.

※五沙(오사) : 조선후기 홍충도( 洪忠道 ; 충청도의 옛 이름 중의 하나)암행어사, 충청도관찰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이정운(李鼎運,1743~1800 ), 자는 공회(公會), 호는 오사(五沙).

※鶴麓(학록) : 조선후기 경기도관찰사,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이익운(李益運, 1748~1817). 자는 계수(季受).호는 학록(鶴麓).

※吾自南山北斗前(오자남산북두전) : 혜경궁의 탄신일을 맞아 남산과 북두성처럼 장수를 축원하였다는 의미이다.

※唐人罷相詩(당인파상시) : 당나라 시인 이적지(李適之)의 시 파상작(罷相作)에 ‘현인을 피해 승상 자리 지금 막 그만두고, 청주 즐기며 술잔을 입에 대곤 한다네. 문 앞에 오신 손님들께 물어보세, 오늘은 몇 분이나 찾아오셨는지.[避賢初罷相 樂聖且銜杯 爲問門前客 今朝幾個來]’라는 시를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