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移秧 (이앙) 外 - 卞榮圭 (변영규) 외

-수헌- 2024. 6. 5. 10:53

移秧   이앙     卞榮圭   변영규  

所重人間事 소중인간사

인간사에서도 소중한 것 중에

移秧第一好 이앙제일호

모내기가 가장 좋은 일이네

及時不勞力 급시불노력

때맞추어서 노력하지 않으면

那有食夫稻 나유식부도

어찌 저 벼를 먹을 수 있을까

 

*변영규(卞榮圭) : 조선 말기의 문인

 

 

對雨   대우     徐居正   서거정 

霏霏芒種雨 비비망종우

망종 날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어

滴滴響疎簷 적적향소첨

처마에 간간이 물방울 소리 울리네

旋覺渾身爽 선각혼신상

이내 온몸이 시원함을 깨닫게 되고

都消覆覆炎 도소복복염

뒤덮인 더위를 모조리 날려 버렸네

荷心能倚蓋 하심능의개

연꽃은 연잎우산에 잘 의지하였고

薑角欲抽尖 강각욕추첨

생강은 뾰족하게 싹터 나오려 하네

小硯承殘溜 소연승잔류

조그만 벼루에 떨어진 빗물 받아서

濡毫凝著潛 유호응저잠

붓털 적시니 촉촉이 엉기는구나

 

*서거정(徐居正,1420~1488) : 조선 전기 형조판서, 좌참찬,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강중(剛中) 또는 자원(子元), 호는 사가정(四佳亭) 혹은 정정정(亭亭亭).

 

喜雨   희우     奇大升   기대승 

同風鏖暑隮氛氳 동풍오서제분온

무더운 기운 몰아내는 바람이 불어오더니

瓦響騷騷夜轉聞 와향소소야전문

밤이 되니 빗소리가 기와지붕에 울리네

已覺滂沱均率土 이각방타균솔토

큰 비가 온 나라를 골고루 흘러 적시니

還將豐穰祚明君 환장풍양조명군

하늘이 명군에게 풍년의 복을 내리겠네

郊原浩渺猶翻日 교원호묘유번일

드넓은 들판에는 다시 햇살이 번쩍이고

澗谷蒼茫欲漲雲 간곡창망욕창운

창망한 골짜기엔 구름이 넘실대는구나

巖寺閉門紬古史 암사폐문주고사

절간에서 문 닫고 옛 역사를 살펴보니

映空芳篆擢爐薰 영공방전탁로훈

화로에서 피어난 방전이 공중에 서리네

 

※芳篆(방전) : 향 연기가 피어오를 때 그 형상이 전서(篆書)처럼 꼬불꼬불하다고 하여 붙여진 말로 향(香) 연기를 미화한 것이다.

 

*기대승(奇大升, 1527~1572) : 조선 전기 성균관 대사성, 대사간, 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조선 유학의 전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주자학자.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峯) 존재(存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