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行見田野間 (행견전야간) - 金昌協 (김창협)

-수헌- 2024. 6. 1. 12:34

行見田野間 雨澤霑足 禾麥皆茂 喜而有作 金昌協

행견전야간 우택점족 화맥개무 희이유작 김창협

여행길에 들판을 보니 비가 충분히 내려 벼와 보리들이 다 무성하므로 기뻐서 짓다.  

 

我行在道已三日 아행재도이삼일

나 길 떠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났는데

天雨日日下淋浪 천우일일하림랑

하늘에서 비가 날마다 흠뻑 내려서

高壠下田霑被同 고롱하전점피동

높고 낮은 논밭을 다 같이 적셔 주니

稻苗麥穗靑且黃 도묘맥수청차황

벼 모는 푸르고 보리 이삭 누레졌네

庶草蕃茂亦得遂 서초번무역득수

온갖 초목 우거지고 또 잘도 자라니

農家喜氣頗洋洋 농가희기파양양

농가마다 기쁨이 한껏 넘쳐나는구나

東民無食已十年 동민무식이십년

우리 백성 굶주린 지 이미 십 년인데

天意或欲今年穰 천의혹욕금년양

행여 올핸 하늘이 풍년 들게 하실까

亦知九十半百里 역지구십반백리

또 백 리를 가려면 구십 리가 반인데

惡風早霜忌見傷 악풍조상기견상

거센 바람 이른 서리에 상하지는 않을까

眼前來牟不日登 안전래모불일등

눈앞의 밀과 보리 머지않아 거둬지면

田夫且不憂農糧 전부차불우농량

농부들은 장차 양식 걱정을 않겠구나

昨年憶下哀痛詔 작년억하애통조

지난해 임금께서 애통 조서 내리시니

跪讀人人涕百行 궤독인인체백행

꿇어앉아 읽으면서 모두 눈물 흘렸지

我王仁聖古未有 아왕인성고미유

우리 임금 인자함은 그 유례없었으니

得不感激回穹蒼 득불감격회궁창

하늘도 감격하여 돌아서지 않았을까

太史須書大有年 태사수서대유년

사관은 큰 풍년이 들었다고 기록하고

詩人待詠千斯倉 시인대영천사창

시인은 모든 곳간 넘친다고 읊조리리

寄語黎元且努力 기어려원차노력

백성들에게 부지런히 노력하라 전하니

鼓腹秋來歌樂康 고복추래가악강

가을 오면 배 두드리며 태평가를 부르리

 

※來牟(래모) : 밀과 보리.

 

*김창협(金昌協, 1651~1708) :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 자는 중화(仲和)이고 호는 농암(農巖), 삼주(三洲)이다. 1682(숙종 8)년에 문과에 급제하고 집의(執義)와 대사성을 지냈으나, 아버지 김수항이 기사환국 때 사사(賜死)되자 벼슬을 버리고 은거하며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였다. 당대의 문장가이며 서예에도 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