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中宮殿端午帖 (중궁전 단오첩) - 尹愭 (윤기)

-수헌- 2024. 6. 6. 10:42

단오첩(端午帖)은 단옷날 임금을 모시던 신하들이 임금에게 지어 올린 시를 기록한 첩자를 말하는데, 이 시는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가 중궁전(中宮殿)에 지어 올린 시첩이다.

 

中宮殿端午帖 四首 중궁전 단오첩4수 尹愭 윤기  

중궁전에 올린 단오첩 4수

 

自多和氣迓佳辰¹ 자다화기아가진

좋은 날 맞아서 절로 화기가 많이 생기니

不用桃符與艾人²³ 불용도부여애인

도부와 더불어 애인을 쓸 일이 없겠구나

九子剩添雙粽瑞⁴⁾ 구자잉첨쌍종서

상서로운 구자와 쌍종에 넉넉히 맛을 내고

六宮爭頌二南仁⁵⁾ 륙궁쟁송이남인

육궁에서는 어진 이남을 다투어 칭송하네

書留彤管徽音揭⁶⁾ 서류동관휘음게

동관으로 글을 써서 휘음을 높이 게양하고

薦罷朱櫻曉旭新⁷⁾ 천파주앵효욱신

붉은 앵두 올리고 나니 새벽빛이 새롭구나

坤德配乾遒百祿 곤덕배건주백록

곤덕과 건덕이 잘 맞아 온갖 복록이 모이니

禁門先覩赤靈眞⁸⁾ 금문선도적령진

궁궐 문의 참된 적령부보다 먼저 보는구나

 

休光贊玉燭⁹⁾ 휴광찬옥촉

아름다운 광채가 옥촉을 돕더니

佳節届朱明¹⁰⁾ 가절계주명

아름다운 계절은 여름이 되었네

時雨榴叢過 시우류총과

단비는 석류나무 떨기를 지나고

薰風殿角生 훈풍전각생

훈풍이 궁궐 모퉁이에 일어나네

粉團蒲細映¹¹ 분단포세영

분단엔 부들 화살 가늘게 빛나고

綵縷葛初成¹² 채루갈초성

비단옷과 갈옷이 막 만들어졌네

遐福由陰化¹³ 하복유음화

하복은 중궁의 교화에서 비롯되니

宮娥溢頌聲 궁아일송성

궁녀들의 칭송 소리가 넘치는구나

 

<被抄書進十張 피초서진십장

이 단오첩이 뽑혀서 10장을 써서 올렸다.>

 

齊明羲曜仰圓舒¹⁴⁾ 제명희요앙원서

태양을 우러러 함께 밝음을 원만히 펼치니

長養風微喜雨初 장양풍미희우초

미풍을 오랫동안 길러서 단비가 시작되네

簾捲濯龍鸎百囀¹⁵⁾ 렴권탁룡앵백전

탁룡원에 주렴 걷자 모든 꾀꼬리 지저귀니

昇平氣象畫難如 승평기상화난여

태평시대의 기상을 그려내기가 어렵구나

 

漢朝辰在北¹⁶⁾ 한조진재북

한 왕조의 시대는 북쪽에서 시작되고

周室化先南¹⁷⁾ 주실화선남

주 왕실은 옛날 이남에서 교화되었네

偶値天中節 우치천중절

때마침 천중절을 맞이하게 되니

宮人誦葛覃¹⁸⁾ 궁인송갈담

궁중 사람들이 갈담을 노래하네

 

※自多和氣(자다화기)¹ : 절로 화목한 기운이 많이 생기는 곳. 즉 중궁전을 미화한 표현이다.

 

※桃符(도부)² : 복숭아나무로 만든 악귀(惡鬼)를 쫓는 부적의 일종.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판자에, 신도(神荼) 울루(鬱壘)의 두 신상(神像)을 그려서 대문 곁에 걸어두면 악귀가 제거된다고 한다.

 

※艾人(애인)³ : 쑥을 뜯어서 사람 형상으로 만든 인형을 말하는데, 옛 풍속에 단옷날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뜻에서 만들어 문호(門戶) 위에 걸었다고 한다.

 

※九子剩添雙粽瑞(구자잉첨쌍종서)⁴⁾ : 구자(九子)와 쌍종(雙粽)은 모두 단오에 만드는 떡의 이름으로 쫑즈의 일종이다. 풍토기(風土記)에 의하면 줄풀의 잎으로 찹쌀을 싸고, 거기에 밤과 대추 등을 넣고 쪄서 만든다고 한다. 5월 5일에 멱라수에 빠져 죽은 굴원(屈原)을 애도하고 물고기들이 굴원(屈原)의 시신을 먹지 못하도록 강물에 던졌다는데서 유래한다.

 

※六宮爭頌二南仁(육궁쟁송이남인)⁵⁾ : 육궁(六宮)은 중국에서 황후가 있는 6개의 궁전을 말한다. 이남(二南)은 시경 국풍(國風)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가리킨다. 주남에 실린 관저(關雎)와 갈담(葛覃) 권이(卷耳) 등의 시편은 모두 왕후의 덕을 기린 내용이고, 소남에 실린 작소(鵲巢)와 소성(小星) 등은 왕후의 덕에 교화를 받은 제후국 부인들의 덕을 노래한 내용이므로, 이를 인용하여 중궁전의 덕을 찬양한 것이다.

 

※彤管(동관)⁶⁾ : 단심(丹心)을 나타내기 위하여 붓대를 붉게 칠한 붓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후비(后妃)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는 여자사관[女史]이 사용하였으므로 여자 사관을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중궁전에서 쓴 단오첩을 가리킨다. 휘음(徽音)은 아름다운 소문을 뜻한다.

 

※薦罷朱櫻(천파주앵)⁷⁾ :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단오가 있는 오월의 풍속을 소개하며 ‘중하(仲夏)의 달에는 함도를 올리되 먼저 침묘에 올린다.〔羞以含桃 先薦寢廟〕’라고 하였는데, 함도가 바로 앵두이다. 중하(仲夏)는 음력 오월을 뜻하고, 침묘(寢廟)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과 왕비를 모신 사당을 말한다. 즉 중궁전의 조상에 대한 예의를 찬양한 문구이다.

 

※禁門先覩赤靈眞(금문선도적령진)⁸⁾ : 적령부(赤靈符)는 단옷날 악귀를 쫓는 부적의 일종이다. 구양수(歐陽脩)의 단오첩자사(端午帖子詞)에 ‘덕으로 오병을 물리치니 적령부를 사용할 일 무어 있으랴.〔五兵消以德 何用赤靈符〕’ 하였다. 여기서는 중궁전의 덕이 훌륭하여 온갖 복록이 절로 모여드니, 중궁전의 덕이 참된 부적이라는 의미이다.

 

※休光贊玉燭(휴광찬옥촉)⁹⁾ : 휴광(休光)은 아름다운 광채 또는 훌륭한 지조(志操)를 말하고, 옥촉(玉燭)은 사시(四時)의 기운이 화창한 것을 말한다, 이아(爾雅) 석천(釋天)에 ‘사시의 기운이 화창한 것을 일러 옥촉이라 한다.’ 고 하였다.

 

※朱明(주명)¹⁰⁾ : 태양이 붉게 빛난다는 뜻으로, 여름을 달리 이르는 말.

 

※粉團蒲細映(분단포세영)¹¹ : 분단(粉團)은 수단(水團) 또는 백단(白團)이라고도 하는데 단옷날의 절식인 각서(角黍)를 말한다. 분단을 만들어 조그만 화살로 쏘아 맞추어 맞춘 사람이 먹었다.

 

※綵縷葛初成(채루갈초성)¹² : 두보의 시 단오일 사의(端午日賜衣)에 ‘궁중의 옷이 또한 이름이 있으니, 단오에 성은의 영광 입었네. 섬세한 칡은 바람을 머금어 부드럽고, 향기로운 비단은 쌓인 눈럼 가볍네. 〔宮衣亦有名 端午被恩榮 細葛含風軟 香羅疊雪輕〕’라는 구절이 있다.

 

※遐福(하복)¹³ : 끝없는 행복. 크나큰 행복.

 

※齊明羲曜仰圓舒(제명희요앙원서)¹⁴⁾ : 희요(羲曜)는 태양으로, 임금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왕비의 덕이 임금을 우러러 임금과 나란히 원만한 덕을 펼친다는 의미이다. 진서(晉書) 후비전론(后妃傳論)에 ‘해를 쫓아 원만하게 펼치니, 태양을 짝하여 밝음을 나란히 하네.〔圓舒循晷 配羲曜以齊明〕’라고 한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濯龍苑(탁룡원)¹⁵⁾ : 탁룡원(濯龍苑)은 한나라 명제(明帝)의 마 황후(馬皇后)가 잠실(蠶室)을 설치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직접 누에치고 비단 짜던 궁궐이다. 중궁전의 검소함을 마 황후에 견주어 나타내기 위해 인용한 것이다.

 

※漢朝辰在北(한조진재북)¹⁶⁾ : 한나라 왕조는 북쪽 진나라를 멸하고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周室化先南(周室化先南)¹⁷⁾ : 주나라 왕실은 앞의 주 ⁵⁾의 이남(二南), 즉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에서 덕화를 받았다는 의미이다.

 

※葛覃(갈담)¹⁸⁾ : 갈담(葛覃)은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이다. 갈담(葛覃)에 실린 시편은 모두 왕후의 덕을 기린 내용이니 궁인들이 모두 왕비의 덕을 노래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