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初夏獨吟 二首 (초하독음 이수) - 徐瀅修 (서형수)

-수헌- 2024. 5. 9. 15:47

初夏獨吟 二首   초하독음 이수     徐瀅修   서형수  

초여름에 홀로 읊다   2수

 

艸屩簑衣滿四坪 초교사의만사평

짚신에 도롱이 쓴 농부 온 들판에 가득하니

村南村北室如傾 촌남촌북실여경

남촌 북촌 사람들 다 쏟아져 나온 듯하구나

鸎啼柳樾留春色 앵제류월류춘색

꾀꼬리 우는 버들 그늘은 봄빛이 남아있고

鵲語松簷報晩晴 작어송첨보만청

소나무 끝의 까치는 개인 저녁을 알려주네

天與耐窮愁不解 천여내궁수불해

하늘이 곤궁을 참게 하니 시름 풀리지 않고

人知忘世謗漸平 인지망세방점평

사람은 세상 잊을 줄 알아 비방도 잦아드네

楞嚴卷盡香烟了 능엄권진향연료

능엄경 읽기를 마치니 향연도 사그라들고

怕走睡魔幾失明 파주수마기실명

수마가 두려워 달아나다 실명할 뻔하였네

<阿那律陀 多樂睡眠 如來訶云 咄咄胡爲睡 螺螄蚌蛤類 一睡一千年 不聞佛名字 那律於是徹曉不眠 失其雙明

아나율타 다락수면 여래가운 돌돌호위수 라사방합류 일수일천년 불문불명자 나률어시철효불면 실기쌍명

아나율타(阿那律陀)는 잠자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는데, 여래가 꾸짖기를 ‘쯧쯧. 어찌하여 잠을 자는가? 소라나 조개는 한번 잠들면 천 년을 자기 때문에 부처의 이름을 듣지 못하느니라.’라고 하였다. 아나율타가 이에 밤을 새 가면서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여 양쪽 눈을 실명하였다.>

 

其二   둘째 수

麥穗稻針一色靑 맥수도침일색청

보리 이삭과 벼의 모 잎도 하나같이 푸르고

綿山碧幬下連坰 면산벽주하련경

푸른 휘장 두른 산은 들판 아래로 이어졌네

午鷄鳴罷村仍寂 오계명파촌잉적

낮닭 울음소리 그친 마을은 이내 한적해지고

晩饁歸遲戶不扃 만엽귀지호불경

들밥이 늦어 귀가도 늦으니 문 걸지 않았네

虛了半生勞柴柵 허료반생로시책

반생을 나무 울타리에 갇혀 힘을 허비했으나

<莊生以紳笏爲柴柵  장생이신홀위시책

장생(莊生)은 신홀을 나무 울타리로 여겼다.>

尙多閑日卧雲汀 상다한일와운정

한가히 구름 낀 물가에 누울 날 그래도 많네

胸中底事排難遣 흉중저사배난견

가슴속의 무슨 일이 떨쳐내기 이리 어려우나

文苑佳傳發聞馨 문원가전발문형

향기 나는 좋은 작품 문단에 전하려고 하네

<聲發聞惟馨字 出尙書 성발문유형자 출상서

명성을 발하는 것이니, “오직 향기롭다. [惟馨]”라는 문자가 서경(書經)에 나온다.>

 

※阿那律陀(아나율타) : 아나율타는 석가여래의 10대 제자의 한사람으로, 제자들 가운데에서도 마음의 눈으로 모든 것을 다 꿰뚫어 보는 천안통(天眼通)으로 불린다.

 

※稻針(도침) : 벼 모의 잎이 처음 나올 때 농부들이 벼의 침이 나왔다고 한다.

 

※莊生以紳笏爲柴柵(장생이신홀위시책) : 장생(莊生)은 장자(莊子)를 말하고, 신홀(紳笏)은 벼슬아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장자(莊子)는 벼슬을 자유로운 삶을 구속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말이다.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취사선택과 성색으로 내면을 가로막고, 피변과 휼관을 쓰고 홀을 꽂고 큰 띠를 두르고 긴치마를 입고서 외면을 속박하여, 안으로는 빙 둘러친 나무 울타리에 꽉 막힌 듯하고, 밖으로는 새끼줄과 끈으로 겹겹이 묶여 있는 듯하다. [且夫趣舍聲色 以柴其內 皮弁鷸冠 搢笏紳脩 以約其外 內支盈於柴柵 外重纆繳]’라고 하였다.

 

*서형수(徐瀅修, 1749~1824) : 조선후기 사은부사, 이조참판, 경기관찰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유청(幼淸), 여림(汝琳), 호는 명고(明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