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初夏 (초하) - 李應禧 (이응희)

-수헌- 2024. 5. 7. 16:34

初夏   초하      李應禧   이응희

초여름  

 

四月南風至 사월남풍지

사월이 되어 남풍이 불어오니

田家日正長 전가일정장

농가에는 해가 정말 길어졌네

提壺鳴近岸 제호명근안

제호는 가까운 언덕에서 울고

布穀喚無方 포곡환무방

뻐꾸기는 사방에서 소리치네

農餉燒山蕨 농향소산궐

농가는 양식으로 고사리를 삶고

蠶功掇陌桑 잠공철맥상

누에 치려고 밭두둑의 뽕을 따네

衰年驚節序 쇠년경절서

늙어 가며 계절 변화에 놀라니

雙鬢覺添霜 쌍빈각첨상

양쪽 귀밑털에 서리만 늘었구나

 

※提壺(제호) : 제호로(提壺蘆)라고 하는 새이다. 옛사람들은 이 새의 울음소리를 ‘호로록 피죽’으로 듣고 한자로 제호로(提壺蘆), 직죽(稷粥) 등으로 표현하였다. 한자로 제호로(提壺蘆)는 술병을 들라는 뜻이 된다. 구양수(歐陽修)의 제조(啼鳥)라는 시에 ‘꽃 위에 홀로 제호로가 있어서, 술사서 꽃그늘 앞에 취하라고 권하네. [獨有花上提壺蘆 勸我沽酒花前醉]’ 하였다.

 

※布穀(포곡) : 뻐꾸기 울음을 형용한 의성어로 뻐꾸기의 이칭이다. 포곡(布穀)은 곡식을 파종한다는 뜻으로 ‘사방에서 곡식 파종하라고 소리친다.’로도 이해된다.

 

*이응희(李應禧,1579∼1651) :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자수(子綏), 호는 옥담(玉潭). 조정에서는 그의 학식이 고명함을 알고 중용하려 했으나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