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夏日卽事 (하일즉사) - 李奎報 (이규보)

-수헌- 2024. 5. 4. 08:55

夏日卽事 二首 하일즉사 이수 李奎報 이규보  

簾幕深深樹影廻 염막심심수영회

나무 그늘 돌아드는 깊숙한 주렴장막에

幽人睡熟鼾成雷 유인수숙한성뢰

깊은 잠든 은자의 코 고는 소리 요란하고

日斜庭院無人到 일사정원무인도

해 기우는 정원에는 오는 사람도 없는데

唯有風扉自闔開 유유풍비자합개

오직 바람에 사립문만 절로 여닫히는구나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

바람 부는 난간 대자리에 홑적삼으로 누웠다가

夢斷啼鶯三兩聲 몽단제앵삼량성

꾀꼬리 우는 두서너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니

密葉翳花春後在 밀엽예화춘후재

봄 지난 뒤에도 무성한 잎에 가린 꽃은 남았고

薄雲漏日雨中明 박운루일우중명

엷은 구름에 새어 나는 햇빛이 빗속에도 밝구나

 

夏日卽事 三首 하일 즉사 3수 李奎報 이규보  

 

風曉床琴咽 풍효상금인

아침 바람에 거문고도 목이 메이고

陰天柱礎津 음천주초진

날씨가 흐리니 주춧돌도 눅눅하구나

讀殘書在手 독잔서재수

읽다 남은 책이 그대로 손에 있는데

睡氣着來頻 수기착래빈

졸음기가 자꾸만 와서 달라붙는구나

 

靜戶風開幔 정호풍개만

고요한 집에 바람이 휘장을 걷어주고

明窓日弄塵 명창일롱진

밝은 창문엔 햇살이 티끌을 희롱하네

屋烏啼孝子 옥오제효자

지붕 위에는 효자 까마귀가 울어대고

簷燕舞佳人 첨연무가인

처마 밑엔 제비가 미인처럼 춤을 추네

 

有意尋園去 유의심원거

동산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無端入閣來 무단입각래

까닭 없이 도로 집으로 들어왔네

脚危心莫制 각위심막제

떨리는 다리 마음으로 억제 못해

<制一作使 제일작사

다른 작품에는 제(制) 자를 사(使) 자로 썼다.>

難遣上層臺 난견상층대

층대를 올라가기가 어렵기만 하네

 

※屋烏啼孝子(옥오제효자) : 까마귀는 새끼가 커서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 하여 새 중의 효조(孝鳥)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