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元日記故事 (원일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4. 2. 9. 15:25

元日旣以短律記故事 復申長律   원일기이단률기고사 부신장률     尹愭   윤기  

설날에 이미 단율로 고사를 적었으나, 다시 장률로 쓰다.

 

新歲倐來舊歲飜 신세숙래구세번

묵은해가 바뀌어서 훌쩍 새해가 오니

三朝三朔亦三元¹ 삼조삼삭역삼원

삼조 삼삭에다가 또한 삼원이로구나

禮行上日虞儀盛² 예행상일우의성

설날에 행한 의례는 순 임금처럼 성대하고

心洗嘉辰漢詔溫³ 심세가진한조온

좋은 날 마음 씻고 따뜻한 조서를 내리니

育物對時先后務⁴⁾ 육물대시선후무

선왕이 때 맞춰 백성을 기르기에 힘쓰네

禳凶迎吉俗方繁 양흉영길속방번

재앙 쫓고 복을 맞이하는 풍속이 많으니

度山飼虎羅荼壘⁵⁾ 도산사호라도루

도산에서 호랑이 기르는 신도 울루를 세우고

桃梗畫雞遍戶門⁶⁾ 도경화계편호문

도판 부적과 닭 그림을 대문에다 붙였네

迹遁山臊驚爆竹⁷⁾ 적둔산조경폭죽

산조는 폭죽 소리에 놀라 자취를 감추고

火燃虛耗繼燒盆⁸⁾ 화연허모계소분

등불은 밤새 계속하여 허모를 비추네

鍾馗夢寐應啣感⁹⁾ 종규몽매응함감

종규는 은혜에 감사하여 꿈에 나타났는데

如願糞堆倘有魂¹⁰⁾ 여원분퇴당유혼

혹시 화장실엔 여원의 혼이 정말 있을까

逐頌椒花延淑氣¹¹ 축송초화연숙기

산초화 노래 따라 맑은 기운 끌어들이고

隨銘栢葉照初暾 수명백엽조초돈

명을 따른 잣 잎에 새해 첫 해가 비치네

屠蘇後飮衰年歎¹² 도소후음쇠년탄

도소주 나중에 마시는 노년이 한탄스럽고

葦索先懸少輩喧¹³ 위색선현소배훤

갈대 노끈 먼저 걸려는 아이들 시끄럽네

村禮擎來看綵勝¹⁴⁾ 촌례경래간채승

민가에선 공손히 받쳐온 채승이 이쁘고

宮花剪出笑銀幡 궁화전출소은번

궁궐에선 오려 만든 은번이 아름답구나

膠牙一楪餳頗妙¹⁵⁾ 교아일접당파묘

한 접시 가락엿은 그 맛이 자못 오묘하고

藍尾三杯酒不渾 남미삼배주불혼

세 잔의 남미주는 탁하지가 않구나

長樂初儀肇慶賀 장악초의조경하

장락궁에선 신년하례로 의식을 시작하고

開封新制試弓鞬 개봉신제시궁건

개봉부에선 새로 제작한 궁건을 시험했네

舞繩漱霧魚龍戱¹⁶⁾ 무승수무어룡희

줄타기하고 안개 뿜으며 어룡놀이 펼치니

鳴佩峩冠鵷鷺奔¹⁷⁾ 명패아관원로분

관이 높은 백관들도 패옥 울리며 달려오네

疑難實令探奧義 의난실령탐오의

어려운 건 실제로 깊은 의에서 찾게 하고

宴歡猶必導忠言 연환유필도충언

연회에서도 반드시 충언으로 간하였네

博通獨奪丹螭席¹⁸⁾ 박통독탈단리석

널리 통한 사람이 단리석을 독차지했으니

鯁直誰開白獸樽¹⁹⁾ 경직수개백수준

직언으로 백수준을 열 강직한 이 누굴까

楊惲仰天缶自拊²⁰⁾ 양운앙천부자부

양운은 하늘 우러러 질 장구를 두드렸고

欒巴救火酒遙噴²¹ 난파구화주요분

난파는 불을 끄려고 술을 멀리 뿜었다네

籍田奏頌詞何贍²² 적전주송사하섬

적전부의 가사는 얼마나 화려하였으며

木屑布廳事不煩²³ 목설포청사불번

톱밥을 관청에 뿌려 불편하지 않게 했네

元后陳咸心可質²⁴⁾ 원후진함심가질

원후와 진함의 마음은 바탕을 알 수 있고

劉嘉趙世罪宜論²⁵⁾ 류가조세죄의론

유가와 조세는 죄를 논함이 마땅하구나

犴開淄縣曹稱聖²⁶⁾ 안개치현조칭성

임치현 감옥을 연 조터를 성인이라 하고

鳩獻邯鄲簡示恩²⁷⁾ 구헌한단간시은

한단에서 비둘기 바치자 조간자가 은혜 보였네

熊遠能憂塵大敎²⁸⁾ 웅원능우진대교

웅원은 큰 가르침을 더럽힐까 걱정했고

陳逵殊欲正眞源 진규수욕정진원

진규는 다만 진원을 바로잡고자 하였네

腥羶罷燕羞中國² 성전파연수중국

성전은 중국의 부끄러운 잔치를 파하게 했고

僸佅趍庭樂至尊³⁰⁾ 금매추정악지존

금매가 조정에 연주되어 지존을 즐겁게 했네

壽酒三聲騰盛禮³¹ 수주삼성등성례

축수주 올리며 만세 삼창이 하정례에 드높고

火城十里擁高軒³² 화성십리옹고헌

십 리 걸친 횃불이 성처럼 높은 누각 감쌌네

獄同李杜盃從小³³ 옥동리두배종소

함께 옥에 갇힌 이두는 어린 사람부터 마셨고

詩讓白劉誼有敦³⁴⁾ 시양백류의유돈

우의가 돈독한 백류는 서로의 시에 겸손했네

安定五辛酬節物³⁵⁾ 안정오신수절물

안정군왕은 계절의 절물로 오신반을 차렸고

孟堅一賦揭乾坤³⁶⁾ 맹견일부게건곤

맹견의 빼어난 동도부는 천지에 높이 걸렸네

新符摠映曈曈日³⁷⁾ 신부총영동동일

새해의 밝아오는 햇빛 아래 새 부적을 달고

愁詠偏生寂寂村³⁸⁾ 수영편생적적촌

적적한 시골의 치우친 삶을 시름겹게 읊었네

杜老飄零悲歲色³⁹⁾ 두로표령비세색

늙은 두보는 떠돌며 가는 세월을 슬퍼하였고

梅翁酬唱響詞垣⁴⁰⁾ 매옹수창향사원

매성유가 화답한 노래는 사원에 울려 퍼졌네

靑陽輝散憐初建¹ 청양휘산련초건

봄볕이 밝게 퍼져 예쁘게 일어나기 시작하고

白屋寒多喜稍暄² 백옥한다희초훤

몹시 추운 초가집이 조금 따스해져 기쁘구나

語送延祥鄰俗好³ 어송연상린속호

말을 전하며 복을 맞는 이웃 풍속 아름답고

醪斟辟惡古風存 요짐벽악고풍존

술을 마시며 재액을 막는 옛 풍속 남았구나

老夫未學前知術 노부미학전지술

늙은 나는 신수점 치는 법 배우지 못하여서

今歲風波問幾番 금세풍파문기번

올해에는 풍파가 몇 번이나 일는지 물어보네

 

※三朝三朔亦三元(삼조삼삭역삼원)¹ : 한 해와 한 달과 하루가 시작하는 아침 첫날 또는 그 시작이라는 의미로 모두 설날의 별칭이다. 옥촉보전(玉燭寶典)에는 설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원일(元日), 원조(元朝), 정조(正祖), 상일(上日), 삼조(三朝), 삼원(三元), 삼삭(三朔) 등을 소개하였다.

 

※禮行上日虞儀盛(예행상일우의성)² : 우(虞)는 고대 중국 전설상의 임금인 순(舜) 임금. 성이 우(虞)이며, 우순(虞舜) 유우(有虞)라고도 한다. 요 임금이 승하하고 순 임금이 즉위한 첫해 설날에 행한 성대한 의례를 말한다. 상일(上日)은 위에서 서술한바 설날, 초하루라는 의미이다.

 

※漢詔(한조)³ : 한 문제(漢文帝)가 곤궁한 백성을 구제할 대책을 논의하라고 신하들에게 조서(詔書)를 내린 고사를 인용한 것으로 한나라 황제의 조서라는 말이다. 전하여 임금이 내리는 조서를 의미한다.

 

※育物對時先后務(육물대시선후무)⁴⁾ : 주역(周易) 무망괘(无妄卦) 상사(象辭)에 ‘하늘이 우레를 내려서 만물에 거짓 없이 베푸니, 선왕이 천시에 따라 성대하게 만물을 양육한다.〔天下雷行 物與无妄 先王以 茂對時育萬物〕”라고 한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度山飼虎羅荼壘(도산사호라도루)⁵⁾ : 중국에서는 설날 같은 명절 아침에 마귀를 쫓으려고 복숭아나무로 만든 도판(桃板)에 신도(神荼)와 울루(鬱壘)라는 전설상의 신인(神人)을 그려 문짝에 붙였다 한다. 신도(神荼)와 울루(鬱壘)는 형제로서 악귀를 잡는 신인인데 도삭산 위의 복숭아나무 아래에 서 있다가 출입하는 온갖 귀신들을 잡아 호랑이에게 먹인다고 하는데, 이에 황제(黃帝)가 문 위에 복숭아나무 판자를 세우고 그 위에 이들의 모습을 그려 악귀를 쫓은 것이 도판(桃板)의 시원(始原)이다.

 

※桃梗畫雞(도경화계)⁶⁾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정월 초하루에 문 위에 닭을 그려 붙이고, 그 위에 갈대를 꼬아 만든 밧줄을 건 다음, 복숭아나무로 만든 부적을 꽂아 귀신을 쫓는다고 한다.

 

※迹遁山臊驚爆竹(적둔산조경폭죽)⁷⁾ : 산조(山臊)는 신이경(神異經)에 소개된 도깨비의 일종이다. 서방의 깊은 산속에 키가 한 자 남짓한 외발의 사람이 있는데, 이것이 사람을 범하면 병에 걸려 오한이 들고 열이 난다고 한다. 사람들이 대나무를 불에 태워 터트리면 산조가 놀라 달아난다고 한다. 신년에 폭죽을 터트리는 민속이 여기에서 기원하였다.

 

※虛耗(허모)⁸⁾ : 허모(虛耗)는 사람과 집안에 해악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허(虛)는 빈틈을 노려 사람을 홀린다는 뜻이고, 모(耗)는 집안의 기쁜 일을 우환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그믐밤에 밤새 부엌에 불을 켜놓아 허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이 풍속을 조허모(照虛耗)라고 한다.

 

※鍾馗夢寐應啣感(종규몽매응함감)⁹⁾ : 전설에 따르면 당 명황(明皇: 玄宗)이 병환 중에 꿈에 나타난 허모(虛耗)를 큰 귀신이 나타나서 잡아먹는 꿈을 꾸었는데, 이때 큰 귀신이 자칭 종규(鍾馗)라고 하면서 이전에 무과에 응시했으나 급제하지 못하고 낙향하다가 죽었는데, 왕께서 푸른 도포를 내려 장례를 치르게 하여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왕에게 세상의 요괴를 모두 없애주겠노라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명황은 꿈에서 깨어나 오도현에게 종규의 모습을 그리도록 했는데, 찢어진 모자와 누추한 옷차림에 애꾸눈으로, 왼손은 귀신을 잡고 오른손은 귀신의 눈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에 민간에서는 종규의 초상을 붙여놓으면 귀신을 쫓고 사악함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종규의 초상을 걸어놓아 귀신을 없애고자 했다. 원래 종규(鍾馗)는 종규(終葵)라는 말에서 왔는데, 그 의미는 쇠몽둥이란 뜻으로 고대 민간에서는 쇠몽둥이로 귀신을 쫓았고, 육조시대 사람들은 종규에 의해 사악함을 피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한다.

 

※如願糞堆倘有魂(여원분퇴당유혼)¹⁰⁾ : 구명(歐明)이라는 상인이 청호(淸湖)를 지나는데, 청호군(淸湖君)이라는 신인(神人)이 나타나 후하게 대접하였더니, 돌아갈 때 필요한 게 무어냐고 물었다. 상인은 단지 소원을 비는 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자 ‘소원대로’라는 뜻의 ‘여원(如願)’이라는 계집종을 보내주었다. 여원(如願)은 상인이 구하는 것이면 무엇이던 구하여 바쳤는데, 뒤에 정월 초하루에 여원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구명(歐明)이 종아리를 때리니, 여원이 도망가서 화장실로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가 되면 가는 새끼로 나무인형을 묶어 화장실 속에 던지며 소원을 들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逐頌椒花延淑氣(축송초화연숙기)¹¹ : 남북조 시대의 유신(庾信)의 시에 ‘설날 아침 액을 피하는 술로 새해 장명배를 드니 잣 잎은 명을 따라 이르고, 산초화는 노래 따라오네.〔正朝辟惡酒 新年長命杯 柏葉隨銘至 椒花逐頌來〕’라고 하였다. 중국에는 설날 아침에 잣 잎과 산초화를 넣어 만든 초백주(椒柏酒)를 마시고, 어른께 축수와 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불러드리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유신이 이렇게 노래한 것이다.

 

※屠蘇後飮衰年歎(도소후음쇠년탄)¹² : 새해 첫새벽에 마시는 도소주는 나이 어린 사람부터 마시기 때문에 이렇게 읊었다.

 

※葦索先懸少輩喧(위색선현소배훤)¹³ : 신도(神荼)와 울루(鬱壘)가 도삭산(度索山) 아래에서 무도한 귀신들을 잡을 때 갈대 노끈으로 포박하여 호랑이에게 먹인다〔縳以葦索 執以飼虎〕는 전설이 있다. 이 때문에 설날 아침이면 아이들이 다른 집보다 먼저 갈대 노끈을 대문에 매어 달려고 서로 다투어 나가는 바람에 마당이 시끌벅적하다는 말이다.

 

※綵勝(채승)¹⁴⁾ : 채승(綵勝)은 입춘 날이 되면 오색 종이나 비단을 잘라 자그마한 깃발이나 제비, 나비, 금전(金錢) 등의 형상을 만들어 머리에 꽂는 장식인데, 입춘일에 삼성(三省)의 관원들에게 하사했다 한다.

 

※膠牙一楪餳頗妙(교아일접당파묘)¹⁵⁾ : 교아당(膠牙餳)은 가락엿을 말한다. 엿 역시 사악한 기운과 귀신을 꼼짝 못 하게 붙들어 놓거나, 또 이를 녹이는 힘이 있다고 보았다. 백거이(白居易)의 시 원일대주(元日對酒)에도 ‘석 잔의 남미주와 한 가락 가락엿〔三杯藍尾酒 一棵膠牙餳〕’이라는 구절이 있다.

 

※魚龍戱(어룡희)¹⁶⁾ : 어룡놀이는 광대들이 탈을 쓰고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광대놀이이다. 정월보름이나 나례(儺禮) 때 줄타기등과 함께 공연되었다.

 

※鵷鷺(원로)¹⁷⁾ : 원추 새와 백로인데, 이 두 새는 모습이 한아(閑雅)하고 질서가 있다 하여 조정 반열에 늘어선 백관을 비유하는 말로 곧잘 쓰인다.

 

※博通獨奪丹螭席(박통독탈단리석)¹⁸⁾ : 단리석(丹螭席)은 용무늬를 박아 넣은 붉은 방석으로, 궁궐의 방석을 뜻한다. 광무제가 새해 원단(元旦)에 신하들에게 경서의 뜻을 해설하게 하면서 경전의 의(義)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방석을 빼앗아 이긴 자에게 주도록 한 일이 있다. 이때 시중(侍中) 대빙(戴憑)이 무려 50여 개의 방석을 빼앗아 깔고 앉았으므로, 도성에서 ‘경서의 해설에 막힘없는 대 시중〔解經不窮戴侍中〕’이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이 구절은 바로 위 연의 ‘어려운 건 실제로 깊은 의에서 찾게 하고 〔疑難實令探奧義〕’라고 한 구절의 대구(對句)이다.

 

※鯁直誰開白獸樽(경직수개백수준)¹⁹⁾ : 위 무제(魏武帝) 때 새해 아침 조회(朝會) 때에 백호의 모양을 새긴 술동이〔白虎樽〕를 준비해 놓고, 직언을 가장 잘하는 신하에게 상으로 그 술을 내려 술통을 열게 했던 고사가 있다. 백호를 새긴 것은 백호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할 말을 다 하라는 뜻이다. 당나라 때 태조(太祖)의 이름을 기휘(忌諱)하여 백호를 백수(白獸)로 바꾼 이후 백수준(白獸樽)으로 통용하였다.

 

※楊惲仰天缶自拊(양운앙천부자부)²⁰⁾ : 한 선제(漢宣帝) 때 평통 후(平通侯) 양운(楊惲)은 본디 진(秦) 나라 사람인데. 죄에 걸려 폐서인이 된 후, 빈객을 모아 연회를 열어 즐기므로 그의 친구 손회종(孫會宗)이 자중하라고 편지를 보내 충고하였다. 이에 양운이 손회종에게 답한 글에 ‘나는 본디 진나라 사람으로 진나라 노래를 잘하고, 부인은 조나라 여자로 평소 거문고를 잘 타며, 노비 가운데 노래를 잘하는 자가 몇 있다. 술이 거나해져 귀가 달아오르면 하늘을 올려보며 질 장구를 두드리며 노래를 한다.〔家本秦地 能爲秦聲 婦趙女也 雅善鼓瑟 奴婢歌者數人 酒後耳熱 仰天撫缶而呼嗚嗚〕’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欒巴救火酒遙噴(난파구화주요분)²¹ : 난파(欒巴)는 진나라 때 촉군(蜀郡) 사람으로, 도가(道家)의 술법을 좋아하여 세속의 일은 하지 않았다. 뒤에 상서(尙書)가 되었는데, 정월 초하루 대 조회 때에 난파가 늦게 참석하였다. 그런데 난파를 보니 술기운이 있는 듯하고, 게다가 자신의 앞에 원단 축하 술잔이 돌아왔을 때 마시지 않고 입에 머금었다가 서남쪽을 향하여 뿜었다. 황제가 까닭을 물으니, 난파가 머리를 조아리고 ‘신의 고향 고을에 큰 불이 나서 술을 뿜어 비를 내리게 하여 불을 껐습니다.〔噀酒爲雨以滅之〕’ 하고 대답하였다. 즉시 역마를 파견하여 성도에 물어보니, 과연 새해 첫날 아침에 동북쪽으로부터 비가 몰려와 불을 껐는데, 비에 술 냄새가 풍겼다고 한다.

 

※籍田奏頌詞何贍(적전주송사하섬)²² : 적전(籍田)은 왕이 몸소 농사를 짓는 땅인데, 고대에는 원일(元日)에 황제가 적전(籍田)에 친경(親耕)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진(晉) 나라 태시(泰始) 4년 정월 원일에 무제(武帝)가 동교(東郊)에서 적전에 친경하고, 무자에 대사(大赦)하자 사공(司空) 반악(潘岳)이 적전부(籍田賦)를 지어 올려 칭송하였다.

 

※木屑布廳事不煩(목설포청사불번)²³ : 진(晉) 나라 도간(陶侃)이 설날 아침 눈이 내려 관아 앞마당이 질척거리자, 톱밥을 땅에 깔아 질척거리는 것을 막았다는 고사가 있다.

 

※元后陳咸心可質(원후진함심가질)²⁴⁾ : 원후(元后)는 한나라 원제(元帝)의 황후 왕정군(王政君)이다. 원제(元帝)의 아들인 성제(成帝) 때, 그의 외삼촌(舅)들인 왕담(王谭), 왕상(王商), 왕립(王立), 왕근(王根), 왕봉시(王逢时)를 후작(侯)으로 봉했으며, 사람들은 오후(五侯)라 불렀다. 이들은 속된 사심으로 전횡하여 훗날 전한(前漢)이 망하고 신(新) 나라가 세워지는 빌미가 되었다. 진함(陳咸)은 한(漢) 나라의 대간으로 강직하게 일을 처리하자 공경(公卿)이 모두 경외(敬畏)하였는데, 뒤에 모함에 걸려 하옥되었다. 그러나 권신(權臣) 진탕(陳湯)에게 누차 뇌물을 바치면서 ‘자공의 힘을 입어 도성으로 들어가 벼슬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卽蒙子公力 得入帝城 死不恨〕’라고 하였는데, 결국에는 그 덕분에 부름을 받고 들어와 소부(少府)가 되었다. 따라서 원후(元后)와 진함(陳咸)의 행위로 그 마음의 본질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劉嘉趙世罪宜論(류가조세죄의론)²⁵⁾ : 후한(後漢) 때 광록훈(光祿勳) 유가와 정위(廷尉) 조세(趙世)는 각각 병을 핑계로 정월 초하루 하정(夏正)의 예를 올리는 조회에 입조 하지 않았다. 이에 고사(高賜)가 ‘모두 병으로 입조하지 않아 문무의 지위를 비게하고 상경의 찬송을 빠뜨리게 하였으니 불경스럽습니다.’라고 상주하여 유가는 정위로 좌천되고, 조세는 하남 윤으로 좌천된 고사를 말한다.

 

※犴開淄縣曹稱聖(안개치현조칭성²⁶⁾) : 삼국시대 조터(曹攄)는 임치 령(臨淄令)과 낙양 령(洛陽令) 등을 역임하며 많은 선정을 베풀었다. 한 번은 세모에 감옥을 순행할 때 죄수들이 한 번만 고향에 다녀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노라고 호소하였다. 이에 날짜를 약속하여 죄수들을 방면해 주자, 명절을 쇠고 약속한 날짜에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왔다. 이에 사람들이 조터를 성군(聖君)이라고 칭송하여, 뒤에 ‘조터약수(曹攄約囚)’라는 고사로 남았다.

 

※鳩獻邯鄲簡示恩(구헌한단간시은)²⁷⁾ : 조간자(趙簡子)는 춘추시대 말기 진(晉) 나라의 대부(大夫)인 조앙(趙鞅)을 말한다. 한단의 백성이 정월 초하루에 조간자(趙簡子)에게 비둘기를 바치자, 조간자가 크게 기뻐 후하게 상을 내리고, 그 비둘기는 살려 놓아주어, 백성들에게 임금이 은덕이 있음을 보였다.

 

※熊遠能憂塵大敎(웅원능우진대교)²⁸⁾ : 웅원(熊遠)은 서진(西晉) 사람으로, 자는 효문(孝文)이다. 어사중승(禦史中丞), 태상경(太常卿) 등을 역임하였다. 진 원제(晉元帝)가 정월 초하루에 음악을 연주하게 하며 새해를 즐길 준비를 하자 웅원(熊遠)이 간하기를 ‘인심을 귀의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도(道)와 의(義) 뿐입니다. 황위를 이으신 폐하께서는 패권을 회복해 현재에 이르셨으니, 도덕의 궤도를 보이시고 충효의 의를 천명하셔야 합니다. 또, 인의를 밝히시고 예악의 근본을 널리 알려, 사방에 선비들을 파견해 법을 지키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폐하께서 하시려는 것이 선비들의 눈에는 놀이와 희롱을 숭상하는 것처럼 보일까 두렵습니다.’라고 한 고사를 말한다.

 

※腥羶罷燕羞中國(성전파연수중국)² : 성(腥)은 물고기의 비린내. 전(羶)은 짐승의 누린내라는 뜻인데. 전하여 추악한, 더러운 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여기서는 756년 정월에 일어난 이민족 출신 안록산(安祿山)의 난이 양귀비와 놀아나던 현종의 치세를 끝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僸佅趍庭樂至尊(금매추정악지존)³⁰⁾ : 금매(僸佅)는 변방국의 음악이다. 금(僸)은 북이(北夷)의 음악이고, 매(佅)는 동이(東夷)의 음악이다. 여기서는 변방의 작은 나라들이 설날에 새해를 축하하러 중국에 와서 자신들의 나라 음악을 연주하여 천자를 즐겁게 해 준다는 의미이다.

 

※壽酒三聲騰盛禮(수주삼성등성례)³¹ : 설날에 천자에게 축수주로 도소주(屠蘇酒) 석 잔을 올리고, 이때 세 번 ‘만세’를 외쳤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火城(화성)³² : 동지와 설날에 궁궐에서 조회를 할 때, 백관들이 모두 모이고 나면 수많은 횃불을 늘어 세우는데, 많게는 수백 개나 되므로 이를 두고 화성(火城)이라고 한다

 

※獄同李杜盃從小(옥동이두배종소)³³ : 이두(李杜)는 후한(後漢)의 이응(李膺)과 두밀(杜密)을 말하는데, 환제(桓帝)와 영제(靈帝) 때 이 두 사람은 환관들의 발호를 막으려다가 옥에 갇혔다. 이응과 두밀이 함께 감옥에서 설날을 맞아 도소주를 마시는데, 이때 서로 사양하며 ‘설날의 도소주는 마땅히 젊은 사람부터 마셔야 한다.〔正旦從小起〕’라고 하였다 한다. 설날 도소주(屠蘇酒)를 나이 어린 사람부터 마시는 풍습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詩讓白劉誼有敦(시양백류의유돈)³⁴⁾ : 백류(白劉)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와 유우석(劉禹錫)을 말한다. 백거이와 유우석은 동갑으로 우의가 매우 돈독하였다. 만년에 이르도록 창화시를 주고받았는데, 서로 상대의 시를 자신의 시보다 훌륭하다고 칭찬한 것을 말한다.

 

※安定五辛酬節物(安定五辛酬節物)³⁵⁾ : 입춘 일에 먹는 오신반(五辛盤)은 당나라 때 안정군 왕(安定郡王)이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신반은 입춘에 파ㆍ마늘ㆍ부추ㆍ쑥ㆍ겨자의 다섯 가지 매운 나물을 갖추어 차린 상이다.

 

※孟堅一賦揭乾坤(맹견일부게건곤)³⁶⁾ : 맹견(孟堅)은 후한시대 한서를 저술한 반고(班固)의 자이다. 그가 지은 동도부(東都賦)에 천자가 새해 첫날 아침 성대한 하례를 받을 때에 백관과 사방의 나라에서 하례를 온 사신들의 인사를 받는 장면이 웅장하고 화려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新符摠映曈曈日(신부총영동동일)³⁷⁾ : 동동(曈曈)은 해가 돋을 때의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말한다. 왕안석(王安石)의 시 원일(元日)에도 ‘폭죽 소리 가운데 한 해가 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도소주에 스며드네 천만 집집마다 새해가 밝아오니, 복사나무 헌 부적을 새 부적으로 바꿔 다네.〔爆竹聲中一歲除 春風送暖入屠蘇 千門萬戶曈曈日 總把新桃換舊符〕’ 하였다.

 

※愁詠偏生寂寂村(수영편생적적촌)³⁸⁾ : 설날 고향에 있지 못하고 먼 타향에 있던 시인들이 객지의 쓸쓸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읊었다는 뜻이다.

 

※杜老飄零悲歲色(두로표령비세색)³⁹⁾ : 두보(杜甫)의 시 설날에 종무에게 보이다〔元日示宗武〕〉에 ‘여기저기서 객지에서 정월을 만나고, 아스라이 먼 땅에서 체류하네. 떠돌이 신세로 백주를 다시 드니, 늙고 병든 몸에 단지 명아주 평상뿐이구나.〔處處逢正月 迢迢滯遠方 飄零還柏酒 衰病只藜牀〕’ 하였다. 백주(柏酒)는 정월 초하루에 마시는 도소주에 잣을 넣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梅翁酬唱響詞垣(매옹수창향사원)⁴⁰⁾ : 매옹(梅翁)은 북송의 시인 매요신(梅堯臣)이다. 그가 설날 모임에서 오충경(吳冲卿)의 시에 화운하여 화오충경원회(和吳冲卿元會)라는 시를 지어 사원에 회자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사원(詞垣)은 옛날 한림원의 별칭이다.

 

※靑陽輝散憐初建(청양휘산련초건)¹ : 청양(靑陽)은 봄볕을 말한다. 동진(東晉)의 시인 조비(曹毗)가 그의 시 정조(正朝)에 ‘신령스러운 봄이 은택 뿌리기 시작하니, 따스한 봄볕이 퍼지네.〔靈春散初澤 棼熅靑陽舒〕’라고 한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白屋寒多喜稍暄(백옥한다희초훤)² : 두보의 시 사군과 함께 도착하다〔使君同到〕에 ‘지독히 추운 초가집이 따스해지기 시작하네.〔白屋寒多暖始開〕’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語送延祥鄰俗好(어송연상린속호)³ : 정월 초하루에 복을 받기를 기원하는 구절이나 시를 지어, 관원들은 임금에게 올리고 민간에서는 이웃에 서로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이때 올리는 시를 연상시(延祥詩)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