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端午記故事(단오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6. 16. 10:15

이 시는 앞의 五月五日記故事(오월오일기고사)에서 중국 고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이 시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단오절 세시 풍속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였다.

 

又記東俗   우기동속      尹愭 윤기  

또 단오의 우리 풍속을 적었다.

 

鞦韆自古在寒食 추천자고재한식

그네 타기는 예로부터 한식에 했는데

東俗天中乃設之 동속천중내설지

동방의 풍속에는 단오에 그네 타네

怪底殊方風習別 괴저수방풍습별

괴이하게 나라 다르면 풍속도 다르니

張燈亦異上元時 장등역이상원시

관등놀이도 또한 대보름으로 다르네

 

※鞦韆自古在寒食(추천자고재한식) :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청명이나 한식에 그네를 탔기 때문에 이때를 추천절(鞦韆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단오에 그네를 탔다.

 

※張燈亦異上元時(장등역이상원시) :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관등놀이를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사월 초파일에 관등놀이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이 시는 다른 시와 달리 고사의 인용 없이, 당시의 단오 풍속을 눈에 보이는 대로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又記卽事   우기즉사     尹愭 윤기  

또 보이는 대로 적었다.

 

良節五月五 양절오월오

좋은 명절 오월 오일에

兒童採菖蒲 아동채창포

아이들은 창포를 뜯어서

煮葉沐其髮 자엽목기발

잎을 삶아서 머리를 감고

裁根揷其顱 재근삽기로

뿌리 잘라서 머리에 꽂으니

數節又多歧 촉절우다기

촘촘한 마디에 가지가 많네

端端塗以朱 단단도이주

반듯하게 붉은색으로 칠해

楣上何所有 미상하소유

문미 위 어디에 있는 것은

神印赤字符 신인적자부

붉은 글씨의 신인부적이네

辟邪消五兵 벽사소오병

재앙 물리치고 오병 없애려

何必粽縈菰 하필종영고

굳이 줄풀로 떡을 싸야 하나

陰陰槐柳園 음음괴류원

회나무 버들 우거진 동산에

鞦韆忽有無 추천홀유무

그네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네

男女各相伴 남녀각상반

남녀가 서로 각각 짝을 지어

去賭一塲娛 거도일장오

내기를 하면서 한바탕 즐기네

 

<數音促 수음촉

數의 음은 촉(促)이다.>

 

※數節又多歧(촉절우다기) : 창포의 땅속줄기는 많은 마디가 있으며 수염뿌리가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楣上何所有(미상하소유) 神印赤字符(신인적자부) : 문미[楣]는 문 위에 가로로 댄 나무로 도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궁중에서는 단옷날 관상감에서 붉은 부적을 찍어 올리면 이것을 문미에 붙인다고 하는데 이 부적을 신인부(神印符) 또는 적령부(赤靈符)라고 한다.

 

※五兵(오병) : 오병은 과(戈) 수(殳) 극(戟) 추모(酋矛) 이모(夷矛)의 다섯 가지 무기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전쟁과 재앙 또는 이에 다치는 것을 의미한다. 구양수의 단오첩자사(端午帖子詞)에서 ‘덕으로 오병을 물리치니 적령부를 어디에 쓸까.〔五兵消以德 何用赤靈符〕’라고 하였다.

 

※角黍(각서) : 각서(角黍)는 단오에 먹는 절식으로 떡의 일종이다. 다른 이름으로 추(錐), 교(茭), 통(筒), 칭추(稱鎚), 또는 구자(九子)라고 부른다. 풍토기(風土記)에 의하면 줄풀의 잎으로 찹쌀을 싸고, 거기에 밤과 대추 등을 넣고 쪄서 만든다고 한다.

 

 

노랑꽃창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