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五月五日記故事 (오월오일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6. 14. 11:54

음력 5월 5일인 단오수릿날 또는 천중절 이라고도 불리는 명절이다. 단오는 원래 중국 초나라의 충신이었던 굴원(屈原)이 모함을 받아 유배를 가다가 멱라수에서 투신한 날이 음력 5월 5일이어서, 굴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해마다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지금의 단오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단오의 기원과는 무관하게 양수(陽數)인 오(五)가 중복되어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전통적으로 큰 명절로 여겨 왔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단오에 관련된 고사를 망라하여 오월 오일 기고사(五月五日記故事)를 썼는데, 일부는 우리나라에 전파되어 정착한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五月五日記故事 오월오일기고사      尹愭 윤기  

단옷날의 고사를 적다

 

標名端午節天中 표명단오절천중

단오절 이름을 천중절이라 하였지만

古昔相循俗異同 고석상순속이동

예부터 이어온 풍속은 우리와 다르네

長命縷成金繭繒¹ 장명루성금견증

금 고치 비단 실로 장명루를 만들고

辟兵繒繞綉囊紅² 벽병증요수낭홍

병란 피하려 수놓은 붉은 주머니 차네

賜衣進鏡傳唐制³ 사의진경전당제

옷 하사와 거울 진상은 당나라 제도요

投粽競舟想楚風⁴⁾ 투종경주상초풍

떡 던지기와 경주는 초나라 풍속이네

剪鵒養他能語性⁵⁾ 전욕양타능어성

말 잘하게 기르려 구관조 혀를 자르고

羹梟期以去凶功⁶⁾ 갱효기이거흉공

올빼미 국 끓여서 흉한 징조를 없앴네

艾花百索粧銀鼓⁷⁾ 애화백색장은고

온갖 실로 애화를 묶어 은고 단장하며

玉臼後房搗守宮⁸⁾ 옥구후방도수궁

후방에서는 옥절구로 수궁을 찧었네

孝感曹娥黃絹妙⁹⁾ 효감조아황견묘

조아의 효에 감동한 비문은 절묘하고

兆成宋捷綠樽崇¹⁰⁾ 조성송첩록준숭

송나라 승리할 조짐에 술동이 채웠네

胡公葫愧田文戶¹¹ 호공호괴전문호

호공의 호로는 전문의 문에 부끄럽고

王鳳父慚鎭惡翁¹² 왕봉부참진악옹

왕봉 아비는 진오 조부에게 부끄럽네

詩諷古今知白直¹³ 시풍고금지백직

고금 풍간한 시로 백낙천의 곧음 알겠고

帖伸規諫見歐忠¹⁴⁾ 첩신규간견구충

글로 규계 아뢴 구양수의 충정을 보았네

尙書深寓蘇威意¹⁵⁾ 상서심우소위의

상서에는 소위의 마음이 깊이 들었고

獨獻堪奇李泌躬¹⁶⁾ 독헌감기리필궁

홀로 몸을 바친 이필이 뛰어 났었네

賀節題封勤杜老¹⁷⁾ 하절제봉근두로

두보는 부지런히 가절 하례 시를 올렸고

酬時酩酊可陳公¹⁸⁾ 수시명정가진공

잔 권할 때 이미 취한 진공을 어찌하랴

蟾蜍六日芝何用¹⁹⁾ 섬서륙일지하용

육일에 잡은 두꺼비는 어디다 쓸까마는

蠅乕餘風豆亦雄²⁰⁾ 승호여풍두역웅

승호의 기세가 남은 콩마저 씩씩하네

桃印赤靈符篆詭²¹ 도인적령부전궤

도인과 전서로 쓴 적령부는 괴이하고

天師瑞霧畫圖工²² 천사서무화도공

상서로운 안개 서린 천사부가 공교하네

雜絲條達縈雙臂²³ 잡사조달영쌍비

오색실 엮은 끈을 양팔에다 두르고

五色粉團射小弓²⁴⁾ 오색분단사소궁

오색의 분단을 작은 활로써 쏘았네

翠釜蘭湯溫曉浴²⁵⁾ 취부란탕온효욕

새벽에 벽옥 욕조에 난탕으로 목욕하고

香襜草色闘朝叢²⁶⁾ 향첨초색투조총

아침에 모여 적삼의 향기 풀로 투초하네

艾人艾乕門釵遍²⁷⁾ 애인애호문채편

애인과 애호를 집안에 골고루 꽂아놓고

菖酒菖葫飮帶通²⁸⁾ 창주창호음대통

창포호를 허리에 차고 창포술을 마시네

角黍千家菰裹米² 각서천가고과미

각서는 집집마다 향초로 찹쌀을 싸서

錐茭九子玉黏筒² 추교구자옥점통

대롱의 추교며 구자가 옥같이 찰지네

髹舷油綵鳧車疾³⁰⁾ 휴현유채부차질

옻칠 한 오리 배는 화려하며 빠르고

紅繡文綃鳳扇豐³¹ 홍수문초봉선풍

붉은 봉황 수놓은 부채가 풍성하구나

摠爲辟邪成俗習 총위벽사성속습

모두가 귀신 물리치려 생긴 풍습이니

非關懸灋致煕隆 비관현법치희륭

법을 세우지 않고 밝게 이루려 함이네

五兵消德誰能講³² 오병소덕수능강

오병을 덕으로 없앤다고 누가 말했나

千古承訛竟莫窮 천고승와경막궁

오랜 세월을 끝없이 잘못 전하여 왔네

故事只堪資檢攷 고사지감자검고

고사가 단지 고증을 도울 뿐이겠지만

一詩聊且詔兒童 일시료차조아동

한 편 시로 장차 아이들을 가르치려네

 

※長命縷成金繭繒(장명루성금견증)¹ : 단오에 오색 비단실을 팔에 걸어 장수를 기원하는 풍속이 있는데, 이 실을 장명루(長命縷) 또는 속명루(續命縷)라고 한다. 그래서 양잠과 비단 생산을 주관하는 견관(繭館)에서 비단실로 금 고치를 수놓아 궁중에 바치는데, 비단실 한 가닥마다 1년의 목숨이 연장된다고 한다. 구양수의 시에도 ‘견관에서 장명루를 막 만들었네.〔繭館初成長命縷〕’라는 구절이 있고, 또 ‘고치 수놓는 새로운 솜씨 자랑하니, 실을 둘러 목숨 연장하여 기뻐하네.〔綉繭誇新巧 縈絲憙續年〕’라는 구절이 있다.

 

※辟兵繒繞綉囊紅(벽병증요수낭홍)² : 역시 비단실로 붉은 주머니를 만들어 차면 한 해 동안 병난과 재앙 및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풍속이 있었다. 그 주머니나 비단실을 벽병증(辟兵繒)이라고 한다. 구양수의 시에 ‘붉은 비단 주머니 차고 병란 물리치네.〔朱囊仍帶辟兵繒〕’라는 구절이 있다.

 

※賜衣進鏡傳唐制(사의진경전당제)³ : 당나라 때에는 단오가 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옷을 하사하는 풍습이 있어, 두보의 시 단오일사의(端午日賜衣)에도 ‘궁중의 옷이 또한 이름 있으니, 단옷날에 영예로운 은혜 입었네.〔宮衣亦有名 端午被恩榮〕’라는 구절이 있다. 또 단오에 양주(楊州)의 강심(江心)에서 거울을 주조하여 올렸기 때문에 이후 송나라 때까지 단오의 첩자에는 경(鏡) 자의 운을 썼다고 한다.

 

※投粽競舟想楚風(투종경주상초풍)⁴⁾ : 중국 남방에서는 단옷날 용선(龍船)을 타고 종자(粽子 쫑즈)라는 일종의 떡을 강에 던지는 풍속이 있는데, 이는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진 굴원(屈原)의 충정과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굴원의 시신이 물고기 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또 아름답게 채색한 용선을 타고 서로 경주를 하기도 하였다.

 

※剪鵒養他能語性(전욕양타능어성)⁵⁾ : 수나라의 두대경(杜臺卿)이 지은 옥촉보전(玉燭寶典)에 ‘5월 5일에 구관조 혀를 자르면 사람의 말을 잘 배운다.〔五月五日 剪鴝鵒舌 亦能學人語〕’고 하였다. 또 앵욕(鸚鵒 쇠찌르레기)을 기르다가 단오에 혀를 자르면 말을 잘하고, 목소리가 앵무새보다 맑다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羹梟期以去凶功(갱효기이거흉공)⁶⁾ : 한나라 때에 단오에 올빼미로 국을 끓여 먹는 풍속이 있었는데, 올빼미가 악조(惡鳥)이기 때문에 5월 5일에 먹어 멸족시키려고 하는 풍속이라고 한다. <古今事文類聚>

 

※艾花(애화)⁷⁾ : 애화(艾花)는 애호(艾虎:쑥호랑이)라고도 부른다. 단옷날 궁중에서 쑥호랑이[艾虎, 艾花]와 화용(花俑;꽃 인형)을 하사하여 대신들이 장식으로 머리에 꽂았다 한다. 그 인형의 몸에 창포 잎을 양쪽에 붙여서 벽사(辟邪)와 장수(長壽)를 축원하였다.

 

※後房搗守宮(후방도수궁)⁸⁾ : 후방(後房)은 첩실이 거처하는 방으로 여기서는 후궁을 의미하며, 수궁(守宮)은 벽호(壁虎), 석척(蜥蜴), 첨사(簷蛇) 등으로 불리는 야행성 물 도마뱀의 일종이다. 전설에 이 도마뱀을 그릇에 담아 붉은 주사(朱砂)를 먹여 키운 뒤에 절구에 넣고 찧어서 붉은 연지를 만들어 몸에 한 번 바르면 종신토록 물이 빠지지 않는데, 다만 남녀 관계를 맺으면 없어진다고 한다. 한 무제 때에 단옷날 수궁을 잡아 단사를 먹여 키우다가, 이듬해 단오에 붉은 연지를 만들어 궁녀들의 팔뚝에 점을 찍어 놓으면, 이 궁녀를 범하는 자가 있으면 붉은 점이 사라지고, 그렇지 않으면 붉은 점이 남아 있다고 한다. 도마뱀으로 만든 연지를 가지고 궁녀들을 단속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인데, 후궁을 지킨다는 뜻에서 수궁이라 이름 붙였다. <博物志><古今事文類聚>

 

※孝感曹娥黃絹妙(효감조아황견묘)⁹⁾ : 효녀 조아(曹娥)는 무당 조우(曹盱)의 딸인데, 아비가 5월 5일에 강에서 물의 신인 파사신(婆娑神)을 맞는 굿을 하다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 이에 조아가 밤낮으로 아비의 주검을 찾다가 17일이 지난 뒤에 강에 몸을 던졌다. 이윽고 익사한 채 아비의 주검을 안고 물 위에 떠올랐다. 조아의 효에 감동한 백성들과 관리들이 비를 세웠고, 뒤에 후한(後漢) 한단순(邯鄲淳)이 비문을 지었는데, 이것이 조아비(曹娥碑)이다. 이 뒷면에 후한(後漢)의 채옹(蔡邕)이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齏臼)’라는 여덟 글자의 은어(隱語)를 써넣었는데, 후한 말에 조조(曹操)가 양수(楊修)와 함께 길을 가다가 이 글을 보았을 때 양수는 곧바로 그 뜻을 알아챘으나 조조는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30 리를 더 가서야 깨달았다 한다. 그 의미는 ‘절묘한 좋은 문장〔絶妙好辭〕’이라는 것인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황견(黃絹)은 오색실〔色絲〕로 만들었으니 ‘절(絶)’이고, 유부(幼婦)는 소녀(小女)이니 ‘묘(妙)’이다. 외손은 딸의 자식〔女子〕이니 ‘호(好)’이고, 제(齏)는 매운〔辛〕 부추이고 구(臼)는 물건을 담는 그릇〔受〕이니 둘을 합하면 ‘사(辭)’가 된다. <世說新語 捷悟><古今事文類聚>

 

※兆成宋捷綠樽崇(조성송첩록준숭)¹⁰⁾ : 송 태종이 태원(太原)을 정벌하려고 단주(澶州)에 행차하였을 때 당시 군량 출납을 담당하던 태복시승(太僕寺丞) 송첩(宋捷)이 마중 나와 배알 하였다. 태종이 성명을 묻자 ‘첩(捷;이길 첩)’이라고 하니, 크게 기뻐하면서 ‘우리 군대가 틀림없이 크게 이길 징조이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유계원(劉繼元)이 항복하였다 한다.

 

※胡公葫愧田文戶(호공호괴전문호)¹¹ : 고대에는 단오에 태어난 아이는 자라서 부모를 해친다는 믿음이 있었다. 전문(田文)은 전국 시대 제(齊) 나라 맹상군(孟嘗君)을 말하는데, 전문의 어머니가 오월 단오에 전문을 낳으니 아버지가 기르지 말라고 하였으나, 어머니가 몰래 길렀다. 전문이 장성하여 아버지에게 단오에 낳은 자식은 왜 기르지 않는가를 물으니, ‘단오에 나은 자식은 자라서 키가 문에 닿게 되면 아비에게 해롭다.’라고 대답했다. 전문이 ‘하늘에서 명을 받지 어찌 문에서 명을 받겠습니까? 게다가 문에서 명을 받는다면 어찌 문을 높이 만들지 않습니까? 문을 높이 만들면 누가 문에 닿겠습니까?〔受命於天 豈受命於戶 若受命於戶 何不高其戶 誰能至其戶耶〕’라고 하자 아버지가 그의 현명함을 알고 후사로 세웠다고 한다.

또 호광(胡廣)은 본래 성이 황 씨(黃氏)였는데, 그가 단오에 태어나자 역시 그의 부모가 이를 싫어하여 호로박〔葫蘆〕에 담아 강물에 버렸다. 호로박이 강의 반대 기슭에 가 닿아 그곳 사람이 주워 길렀는데, 다 자라고 나서 덕망이 높았다. 본래의 부모가 그를 다시 데려오려 하자 호광이 ‘낳아주신 부모를 저버리자니 의리에 위배되고, 길러주신 부모를 저버리자니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니, 처신할 방법이 없다. 호로박에서 태어났으니 성을 호(胡)로 하고 이름을 광(廣)이라고 해야겠다.’ 고 한 고사를 표현하였다.

 

※王鳳父慚鎭惡翁(왕봉부참진악옹)¹² : 왕봉이 5월 5일에 태어나자 그 아비가 ‘단옷날 태어난 아이가 문까지 키가 자라면 자신에게 해롭거나 아니면 아비에게 해롭다.’고 버리려고 하자, 그 어머니가 ‘옛날 전문도 이날 태어났는데 복되기만 하였습니다.’ 하여 길렀다. 왕진오(王鎭惡)가 단오에 태어나자 가족들이 버리라고 하자, 그 조부 왕맹(王猛)이 ‘옛날 맹상군이 이날 태어났는데 끝내는 맹상군이 되었다. 이 아이는 틀림없이 우리 집안을 흥성시킬 것이다.’ 하고, 미움을 진압한다는 뜻에서 ‘진오(鎭惡)’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다.

 

※詩諷古今知白直(시풍고금지백직)¹³ : 당 현종(唐玄宗) 때 양주(揚州)에서 배면(背面)에 반룡(盤龍)이 새겨진 거울 하나를 진상하였는데, 이 거울은 경장(鏡匠) 여휘(呂暉)가 선인(仙人) 용호(龍護)의 지도를 받아 5월 5일 오시(午時)에 양자강(揚子江) 위에서 주조(鑄造)했다는 것이었다. 그 뒤 천보 7년에 가뭄이 오래 계속되자 현종이 용당(龍堂)에 가서 기도를 드렸으나 반응이 없었는데, 도사(道士) 섭법선(葉法善)을 불러서 이 거울에 새겨진 반룡에게 함께 기도했더니 단비가 무려 7일 동안이나 내렸다는 고사가 전한다. 이를 바탕으로 백거이(白居易)가 백련경(百鍊鏡)이란 시를 지어 황제에게 실정을 깊이 반성하고 덕정을 행하여 기후를 조화롭게 하라고 규계하였는데, 그 시에 ‘강 복판 물 위 배 안에서 주조했으니, 오월 오일 정오의 시각이라. 옥분과 금고로 몸을 갈고닦으니, 한 조각 가을 못 물처럼 맑구나.〔江心波上舟中鑄 五月五日日午時 瓊粉金膏磨瑩己 化爲一片秋潭水〕’라고 하였다.

 

※帖伸規諫見歐忠(첩신규간견구충)¹⁴⁾ : 단오에 구양수(歐陽脩)가 황제각(皇帝閣)에 간언을 올릴 때 ‘좋은 명절 난탕에 목욕하며 함께 즐거우니, 독한 냉기 없애려 쑥을 캘 필요 있을까. 고요 같은 현신 얻어 국정 자문한다면, 절로 재앙이 변해 경사가 되리라.〔佳辰共喜沐蘭湯 毒冷何須採艾禳 但得皐陶調鼎鼐 自然灾沴變休祥〕’ 하였다.

 

※尙書深寓蘇威意(상서심우소위의)¹⁵⁾ : 상서(尙書)는 중국의 오경 중의 하나인 서경(書經)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소위(蘇威)는 수 양제(隋煬帝) 때의 대신인데, 대업(大業) 12년 5월 5일 단오에 백관신료들이 양제에게 진귀한 보물과 성찬을 올릴 때 소위가 홀로 상서 1부를 진상하였다 한다.

 

※獨獻堪奇李泌躬(독헌감기이필궁)¹⁶⁾ : 이필(李泌)은 당나라 대종 시대의 명재상이다. 대종(代宗) 때 단옷날에 여러 신하들이 모두 진귀한 복장과 보배를 바쳤는데, 유독 이필만 바치지 않았다. 대종이 이필에게 ‘선생은 어찌 홀로 아무것도 바친 것이 없소?” 하고 묻자, 이필이 “신은 두건에서 신발까지 모두 폐하께서 하사한 것이고, 남은 것이라곤 오직 몸뚱이 하나일 뿐입니다.〔臣自巾至履皆陛下所賜 所餘獨一身耳〕’ 하였다. 곧 자신은 자신의 몸을 황제께 바친다는 뜻이다.

 

※賀節題封勤杜老(하절제봉근두로)¹⁷⁾ : 두로(杜老)는 두보(杜甫)를 말한다. 당나라 때에는 단오가 되면 임금이 궁중의 신하들에게 옷을 하사하였기 때문에 두보의 시 단오일사의(端午日賜衣)에서 ‘궁중의 옷이 또한 이름 있으니, 단옷날에 은혜로운 영광 입었네.〔宮衣亦有名 端午被恩榮〕’ 하였다.

 

※酬時酩酊可陳公(수시명정가진공)¹⁸⁾ : 단오는 명절이기도 하지만, 고래로 또 단옷날 투신한 굴원(屈原)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문사들이 창포로 술을 많이 마셨는데, 원나라 초기의 문사 진저(陳著)가 단옷날 술을 마시며 단오 주변(端午酒邊)이라는 사(詞)를 지어 ‘잔마다 술이 그득한, 이 재미를 그 누가 알리오.〔杯杯酒滿 這般滋味誰曉〕’라고 노래했다.

 

※蟾蜍六日芝何用(섬서륙일지하용)¹⁹⁾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만 년 묵은 두꺼비를 육지(肉芝)라 하는데, 이것을 5월 5일에 잡아 말려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다섯 가지 병기(兵器)를 막아내는 효험이 있으나, 6일에 취한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송(宋) 나라 진여의(陳與義)의 시에 ‘육일의 두꺼비라 세상에 쓰이긴 글렀네.〔六日蟾蜍乖世用〕’라고 한 구절이 있다.

 

※蠅乕餘風豆亦雄(승호여풍두역웅)²⁰⁾ : 승호(蠅乕)는 파리를 잡아먹는 거미의 일종이다. 아이들이 승호라는 거미 열 마리 정도를 잡아 항아리에 담아 주둥이를 봉하고, 이어 파리 수십 마리를 잡아 그 속에 넣으면 서로 잡아먹으려고 다툰다. 파리를 모두 잡아먹고 나면 자기들끼리 잡아먹기 시작하며, 마지막 한 마리가 남으면 이놈에게는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굶주려 죽을 정도가 되어 작은 콩 하나를 던져주면 이 거미가 꾸물거리며 먹으려고 달려들지만 너무 딱딱하여 도저히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끝까지 버리지 않고 마침내 콩을 물고 죽는다. 아이들이 이 콩을 가져다 책상 위에다 놓아둔다. 이때 파리들이 근처에 날아들면, 콩이 스스로 뛰어올라 파리를 맞혀 죽인다. 빗나가는 일이 한 차례도 없어, 아이들이 이것을 가지고 논다고 한다. <五雜組><古今事文類聚> 이 구절은 단오고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이나, 앞의 구절 蟾蜍六日芝何用(섬서륙일지하용)의 대구(對句)로 인용한 듯하다.

 

※桃印赤靈符篆詭(도인적령부전궤)²¹ : 한(漢) 나라 제도에 복숭아나무 인장을 가지고 악귀를 물리쳤다. 단오가 되면 오색비단에 전서를 수놓은 부적을 서로 주고받아 병풍과 휘장에 붙여두어 사악한 기운을 물리쳤다고 한다. 또 신선방약과 불로장수의 비법을 서술한 도교서적 포박자(抱朴子)에서는 단오가 되면 적령부(赤靈符)를 만들어 가슴에 붙인다고도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卷9 桃印符, 赤靈符》

 

※天師瑞霧畫圖工(천사서무화도공)²² : 천사(天師)는 도교(道敎)에서 최고 지도자인 도인을 의미하며 초대 천사(天師)는 장도릉(張道陵)으로 장천사(張天師)로 불리었다. 송나라 때에 단오절이 되면 경도(京都)의 사람들은 천사(天師)의 초상을 그려 천사부(天師符)로 판매하고, 장천사(張天師)의 모습을 흙 인형으로 만들어 여기에 쑥으로 수염을 붙이고 마늘로 주먹을 만들어 문 앞에 세워두었는데, 이것을 천사애(天師艾)라고 한다. 소철(蘇轍)의 시에도 ‘태의가 다투어 천사애를 바치니, 상서로운 안개가 늘 요모문에 서렸네.〔太醫爭獻天師艾 瑞霧常縈堯母門〕’라는 구절이 있다. 요모문은 한나라 구익궁(鉤弋宮)의 문 이름이다.

 

※雜絲條達縈雙臂(잡사조달영쌍비)²³ : 단오에는 오색 비단실로 장명루(長命縷)를 만들어 팔에 두름으로써 재앙과 병난을 피하는 풍습이 있다. 그래서 양잠과 비단 생산을 주관하는 견관(繭館)에서 비단실로 수를 놓아 금 고치를 만들어 궁중에 바치는데, 비단실 한 가닥마다 1년의 목숨이 연장된다고 한다. 구양수의 시에 ‘견관에서 장명루를 막 만들었네.〔繭館初成長命縷〕’라는 구절이 있고, 또 ‘비단 고치 수놓아 새로운 솜씨 자랑하고, 실을 둘러 목숨 연장하여 기뻐하네.〔綉繭誇新巧 縈絲憙續年〕’라는 구절이 있다.

 

※五色粉團射小弓(오색분단사소궁)²⁴⁾ : 오색의 분단은 단오의 절식인 각서(角黍)를 말한다. 고엽(菰葉)에 찹쌀을 싸서 찌는 떡으로 삼각 모양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각반(角飯)이라고도 한다. 초나라 사람들이 5월 5일에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한 굴원(屈原)의 죽음을 슬퍼하며, 대통에 쌀을 담아 강에 던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단오절마다 이 떡을 만들어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왕인유(王仁裕)의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 ‘궁중에서 매년 단오절이 되면 찰떡과 각서를 만들어 금 쟁반에 담고 작은 뿔로 섬세하고 예쁘게 활을 만든다. 여기에 화살을 매어 쟁반의 찰떡을 쏘아서 맞힌 사람이 떡을 먹는다. 대개 찰떡은 매끄러워 맞히기 어렵기 때문이다.〔宮中每到端午節 造粉團角黍 貯於金盤中 以小角造弓子 纖妙可愛 架箭射盤中粉團 中者得食 蓋粉團滑膩而難射也 都中盛於此戲〕’ 하였다. <古今事文類聚>

 

※蘭湯(난탕)²⁵⁾ : 난탕(蘭湯)은 향기로운 난초를 넣어서 끓인 물을 말하는데, 전한(前漢) 시대의 예서(禮書)인 대대례기(大戴禮記)에 ‘단오일에 난탕으로 목욕을 한다.〔午日以蘭湯沐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香襜草色闘朝叢(향첨초색투조총)²⁶⁾ : 풀싸움[鬪草]은 단오에 주로 아이들이 하던 중국의 세시 놀이로, 여러 가지 풀을 뜯어다가 서로 비교하여, 다양한 풀들을 많이 뜯은 사람이 이기는 놀이이다. 구양수(歐陽脩)의 시 부인각(夫人閣)에 ‘오늘 아침 함께 모여 다투느라, 소매 가득 담은 온갖 풀이 향기롭네.〔共鬥今朝勝 盈襜百草香〕’라는 구절이 있다.

 

※艾人艾乕(애인애호)²⁷⁾ : 앞의 주 ⁷⁾ 의 艾花(애화)와 화용(花俑;꽃 인형)을 말한다.

 

※菖酒菖葫飮帶通(창주창호음대통)²⁸⁾ : 단오일 민속에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뜻에서 창포로 작은 인형이나 호리병 모양을 만들어 차고, 또 창포로 담근 술을 마셨다.

 

※角黍千家菰裹米(각서천가고과미) 錐茭九子玉黏筒(추교구자옥점통)² : 각서(角黍)는 단오에 먹는 절식으로 떡의 일종이다. 다른 이름으로 추(錐), 교(茭), 통(筒), 칭추(稱鎚), 또는 구자(九子)라고 부른다. 풍토기(風土記)에 의하면 줄풀의 잎으로 찹쌀을 싸고, 거기에 밤과 대추 등을 넣고 쪄서 만든다고 한다. 또 지방에 따라 살진 거북을 쪄서 껍질과 뼈를 발라내고 마늘과 여뀌 등을 넣어 만든 ‘조귀점미(俎龜粘米)’라는 각서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髹舷油綵鳧車疾(휴현유채부차질)³⁰⁾ : 남방 지역에서 단오에 경쾌한 오리 배를 만들어 타는데, 이것을 비부(飛鳧) 또는 수거(水車), 수마(水馬), 부거(鳧車)라고 한다. 이 때문에 고시에 ‘수마가 강에 떠서 굴원의 혼을 애도하네.〔水馬浮江弔屈魂〕’ 하였고, 명(明) 나라 섭양(葉襄)의 시 단오에 ‘계수나무 노로 오리 배를 저으니 말 먼지 다 사라지네.〔桂楫鳧車盡馬塵〕”라고 하였다.

 

※紅繡文綃鳳扇豐(홍수문초봉선풍)³¹ : 단오는 여름의 초입이기 때문에 더위와 사악한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부채를 만들어, 임금은 신하에게 하사하고 신하는 임금에게 선물했던 풍속이 있다. 이를 단오선(端午扇) 또는 절선(節扇)이라고 한다.

 

※五兵消德誰能講(오병소덕수능강)³² : 오병은 과(戈) 수(殳) 극(戟) 추모(酋矛) 이모(夷矛)의 다섯 가지 무기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전쟁과 재앙 또는 이에 다치는 것을 의미한다. 구양수의 단오첩자사(端午帖子詞)에 ‘덕으로 오병을 물리치니 적령부를 어디에 쓸까.〔五兵消以德 何用赤靈符〕’라고 한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