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七夕記故事(칠석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8. 15. 11:51

七夕 又記故事成長篇    칠석 우기고사성장편      尹愭 윤기

칠석 또 고사를 적어 장편시를 지었다.

 

皎皎河漢淸欲瀉 교교하한청욕사

교교한 은하수는 맑아서 쏟아질 듯하고

離離瑤草綠堪把 리리요초록감파

푸른 요초는 손에 잡힐 듯이 늘어섰는데

河西牽牛參俱出¹ 하서견우참구출

은하 서쪽에 견우성이 참성과 함께 뜨고

河東織女氐之下² 하동직녀저지하

은하 동쪽에는 직녀성이 저성 아래 뜨네

一水脉脉遙相望 일수맥맥요상망

강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멀리 바라보니

被譴何年兩分張 피견하년량분장

어느 해에 벌을 받아 양쪽으로 떨어졌나

一年一度恩命侈 일년일도은명치

한 해 한 번 만나는 은혜도 분에 넘치니

七月七日佳期當 칠월칠일가기당

칠월 칠일이 바로 아름다운 만날 날이네

鸞扇開時龍鳳駕³ 난선개시용봉가

난선이 펼쳐질 때 용봉이 수레를 끌고

虹橋成處烏鵲忙 홍교성처오작망

무지개다리 선 곳에 까막까치 바쁘구나

風吹百和月九微⁴⁾ 풍취백화월구미

백화에 바람 불고 달은 구미를 비추는데

跂彼七襄不成章⁵⁾ 기피칠양불성장

일곱 번 베틀 올라도 베를 짜지 못했네

洗車雨晴桐葉飄⁶⁾ 세거우청동엽표

세거우 개자 오동잎이 바람에 나부끼니

翕歘靈氣玆辰良 흡훌령기자진량

신령한 기운 문득 일어서 좋은 때이구나

九萬層空事有無 구만층공사유무

구만리 높은 하늘에 이런 일이 있는지를

世人瞻仰候神光⁷⁾ 세인첨앙후신광

세상 사람들 신기한 별빛을 우러러보네

酒炙祈請走兒童⁸⁾ 주자기청주아동

뛰노는 아이들도 술과 고기로 기원하고

針線拜乞紛女娘⁹⁾ 침선배걸분녀낭

단장한 처녀들은 바늘과 실로 기원하네

錦綵結樓高百丈¹⁰⁾ 금채결루고백장

비단으로 백장 높이 걸교루를 결성하고

妙曲通宵動淸商¹¹ 묘곡통소동청상

밤새도록 고운 노래로 청상곡을 연주했네

庭中鋪得磨喝樂¹² 정중포득마갈락

마당 가운데 마갈락의 형상을 늘어놓고

花果餰餌羅馨香¹³ 화과전이라형향

꽃과 과일과 향기로운 요리를 차렸었네

銀針穿月誇奇巧 은침천월과기교

은침에다 달빛을 꿰어 기교를 자랑하고

蟢子網瓜報吉祥¹⁴⁾ 희자망과보길상

거미가 참외에 줄을 쳐서 길상을 알리네

白屋公宮習俗均¹⁵⁾ 백옥공궁습속균

민가나 궁궐이나 관습과 풍속은 같은데

玉梭金鑷想荒唐¹⁶⁾ 옥사금섭상황당

옥사와 금섭 상상하니 황당하기만 하네

此事終古孰眞見 차사종고숙진견

예전에 이런 일을 정말 누가 보았기에

詩人文士記頗詳 시인문사기파상

시인과 문사가 매우 상세하게 적었을까

杜老托諷女未嫁¹⁷⁾ 두로탁풍녀미가

두보는 시집 못 간 처녀 빗대어 풍자하고

柳子發願圓鑿方¹⁸⁾ 류자발원원착방

유종원은 모난 마음 원만하길 발원했네

河鼓天孫各分躔¹⁹⁾ 하고천손각분전

견우성과 직녀성은 서로 헤어졌다가

會合何必秋爲常 회합하필추위상

다시 만나는 때가 하필 항상 가을일까

仙家是日多靈異 선가시일다령이

신선세계에선 이날 신이한 일 많았으니

不獨槎上尋源使²⁰⁾ 불독사상심원사

뗏목 타고 황하 근원 찾은 일만이 아니네

子晉白鶴緱山笙²¹ 자진백학구산생

자진은 백학 타고 구산에서 생황 불었고

王母靑鳥承華觶²² 왕모청조승화치

왕모의 파랑새가 승화전 추녀에 앉았네

方平亦鞭五色龍²³ 방평역편오색룡

방평이 또한 오색용을 채찍질해 가서

蔡經家中麻姑戱²⁴⁾ 채경가중마고희

채경의 집 안에서 마고와 함께 놀았네

豪士有才輒自負 호사유재첩자부

호쾌한 선비는 번번이 재주를 자부하고

傲弄塵世曾不愧 오롱진세증불괴

세상을 업신여기고도 부끄러움 모르네

郝隆便腹曝經笥²⁵⁾ 학륭편복폭경사

학륭은 배를 드러내고 경전을 쬐었으며

阮咸長竿曬犢鼻²⁶⁾ 완함장간쇄독비

완함은 장대 끝에 쇠코잠방이를 말렸네

未能免俗亦脫俗 미능면속역탈속

풍속을 면치 못해도 또한 탈속한 것이니

俗人見之應唾棄 속인견지응타기

보통 사람들이 보면 응당 침을 뱉겠지

白氣奕奕粧亭亭²⁷⁾ ²⁸⁾ 백기혁혁장정정

은하수 두드러지고 달은 둥실 떠오르고

朱裳絳節臨誰庭² 주상강절림수정

붉은 치마 붉은 부절 누구 집에 임하나

長生殿裏笑別淚³⁰⁾ 장생전리소별루

장생전 안에서 웃고 이별 후 눈물짓고

蔡州筵中幻流星³¹ 채주연중환류성

채주의 자리에 떨어진 유성에 미혹했네

漢唐遺事揔鄙碎 한당유사양비쇄

한당의 유사는 모두 비속하고 자잘하여

曳月揚風小人態³² 예월양풍소인태

소인 모습이 달빛 끌고 바람에 날리네

張王羅李詞徒巧³³ 장왕라리사도교

장뢰 왕건 나은 이상은은 기교만 부려

未若梅翁言不悖³⁴⁾ 미약매옹언불패

사리에 맞는 말을 한 매옹만 못하구나

君臣夫婦同一理 군신부부동일리

군신과 부부의 도리는 매 한 가지인데

丈夫齟齬多感慨³⁵⁾ 장부저어다감개

어긋난 장부가 많으니 슬픔이 느껴지네

 

※參星(참성)¹ : 28수(宿) 별자리 중 서방칠수(東方七宿)의 마지막 별자리로 서남방에 뜬다. 서양 별자리의 오리온 좌(座)에 속한 남쪽의 세 개의 별과 그 부근의 별들을 가리킨다.

 

※氐星(저성)² : 28수(宿) 별자리 중 동방칠수(東方七宿)의 세 번째 자리의 별자리이다. 서양 별자리의 천칭좌에 속한다.

 

※鸞扇開時龍鳳駕(난선개시용봉가)³ : 난선은 직녀의 얼굴을 가린 비단부채이고, 용봉의 수레는 견우가 몰고 온 수레이다. 따라서 난선(鸞扇)은 직녀성을, 용봉가(龍鳳駕)는 견우성을 상징한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시 칠석(七夕)에 ‘난선이 기울고 봉황 장막 펼쳐지니, 은하수 다리 가로질러 흐르고 까치가 날아드네.〔鸞扇斜分鳳幄開 星橋橫過鵲飛回〕’라고 읊었다.

 

※風吹百和月九微(풍취백화월구미)⁴⁾ : 하손(何遜)의 시 칠석(七夕)에 ‘달은 구미화를 비추고, 바람은 백화향을 실어오네.〔月映九微火 風吹百和香〕’라고 읊은 것을 인용한 표현이다. 구미는 많은 등불을 화려하게 단 등불의 일종으로, 구미화 또는 구미등이라고도 한다. 백화향은 온갖 향료를 섞어 만든 향이다.

 

※跂彼七襄不成章(기피칠양불성장)⁵⁾ : 직녀는 하루 동안에 일곱 번 베틀을 옮겨 베를 짠다고 한다. 시경(詩經) 대동(大東)에 직녀성을 노래하여 ‘저 직녀는 발돋움하여, 온종일 일곱 번 베틀에 오르네. 일곱 번 올랐으나, 베를 짜지 못했네.〔跂彼織女 終日七襄 雖則七襄 不成報章〕’라고 하였다. 여기서 보장(報章)은 베를 짜는 것을 의미한다.

 

※洗車雨(세거우)⁶⁾ : 세거(洗車)는 견우(牽牛)가 직녀(織女)를 만나기 위해 타고 가는 수레를 씻는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칠석 하루 전에 내리는 비를 세거우(洗車雨)라고도 한다. 당나라의 시인 두목(杜牧)의 시 칠석(七夕)에 ‘구름 계단 달 위에서 한 번 만남은, 한 해 쌓인 이별 한을 풀기에 부족하네. 가장 한스러운 건 내일 아침 세거우 내려, 은하를 건너지 못하고 발길을 돌림이네.〔雲階月地一相過 未抵經年別恨多 最恨明朝洗車雨 不敎回脚渡天河 〕’라고 하였다.

 

※候神光(후신광)⁷⁾ : 두보의 시 견우직녀에 ‘신령한 별빛은 끝내 기다리기 어려우니, 이 일은 끝내 흐릿하구나.〔神光竟難候 此事終蒙朧〕’라고 한 것을 변용한 표현이다.

 

※酒炙祈請走兒童(주자기청주아동)⁸⁾ : 걸교(乞巧)의 풍속은 여자들에게 있는 것만 아니고, 취학 연령의 아동들도 술과 고기를 차려놓고 자신의 문장 솜씨 좋아지기를 기원하였다 한다.

 

※針線拜乞紛女娘(침선배걸분녀낭)⁹⁾ : 젊은 처녀들은 이날 단장을 하고, 바늘과 실을 차려놓고 직녀성에 절을 하며 자신의 바느질 솜씨가 좋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형초세시기에서는 ‘칠석에 부인들이 오색실을 칠공 침에 꿰어 놓고, 마당에 과일을 진설하여 바느질 솜씨를 빌었다.’고 하기도 하였는데, 이를 걸교(乞巧)라 한다.

 

※錦綵結樓(금채결루)¹⁰⁾ : 중국에서는 칠석날 궁중(宮中)에서 비단으로 높다란 누각을 결성(結成)하고 견우와 직녀 두 별에게 제사를 올린다. 이때 비빈(妃嬪)들은 각각 달을 향하여 구멍이 아홉 개인 구공 침에 오색실을 꿰는데, 그 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면 바느질 솜씨가 늘 조짐으로 여겼다. 이 누각을 걸교루(乞巧樓)라 한다.

 

※淸商(청상)¹¹ : 청상곡(淸商曲)을 말한다. 청상곡(淸商曲)은 가을에 속하는 상성(商聲)의 맑고 슬픈 곡조를 말하는데, 걸교루(乞巧樓)에서 걸교(乞巧)할 때 청상곡(淸商曲)을 연주하여 밤새도록 연락(宴樂)을 즐겼다 한다,

 

※磨喝樂(마갈락)¹² : 불교에서 불법을 지키는 여덟 신장(神將)인 팔부중신(八部衆神)의 하나인 마후라가(摩睺羅迦)를 말한다. 마합라(磨合羅)라고도 한다. 사람 머리에 뱀의 형상을 한 신으로 땅을 기어 다니며 지하의 모든 요괴를 제압하고, 음악을 관장한다. 이 신은 여성성의 신인데, 마후라가(摩睺羅迦)가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직녀의 화신으로 변형되어, 칠석날 걸교제를 지낼 때에 이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든 인형을 마당에 늘어놓고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花果餰餌羅馨香(화과전이라형향)¹³ : 유종원의 시 걸교문(乞巧文)에 ‘요리는 향기롭고, 과일은 펼쳐졌네.〔餰餌馨香 蔬果交羅〕’라고 한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蟢子網瓜報吉祥(희자망과보길상)¹⁴⁾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칠석날 걸교제를 지낼 때, 거미가 차려진 음식 중 참외 위에 거미줄을 치면 반드시 효험이 있다고 믿는 풍습〔有蟢子網於瓜 則以爲符應〕이 있다고 한다.

 

※白屋(백옥)¹⁵⁾ :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초가집이라는 뜻으로 일반 평민의 집을 말한다.

 

※玉梭金鑷(옥사금섭)¹⁶⁾ : 옥사(玉梭)는 베틀 북이고, 금섭(金鑷)은 머리를 묶은 머리꾸미개로 화섭(花鑷)이라고도 한다. 직녀가 견우를 만나러 은하수에 왔을 때 옥사를 들고 금섭으로 머리를 장식했다는 의미이다. 왕건(王建)의 궁사(宮詞)에 ‘옥사와 금섭 차림으로 다리 위에 섰구나.〔玉梭金鑷采橋頭〕’ 하였다.

 

※杜老托諷女未嫁(두로탁풍녀미가)¹⁷⁾ : 두보가 견우직녀(牽牛織女)라는 시에서 ‘그대 시집 못 간 처녀 탄식하니, 마음이 울울하여 시름하는구나. 몸가짐을 언제나 법대로 하고, 베 짜기에 온 힘을 기울이나, 비록 시부모 모실 일 없는데 어찌 베 짜기에 몰두할까.〔嗟汝未嫁女 秉心鬱忡忡 防身動如律 竭力機杼中 雖無舅姑事 敢昧織作功〕’라고 읊어, 가난으로 시집을 못간 처녀를 위로하고 위정자들의 실정을 풍자하였다.

 

※柳子發願圓鑿方(류자발원원착방)¹⁸⁾ : 유종원이 칠석날에 여인들이 걸교하는 풍속을 흉내 내어 지은 걸교문(乞巧文)에서, ‘저의 모난 마음을 깎아서, 곱자로 재어 크게 원만하게 해 주소서.〔鑿臣方心 規以大圓〕’ 한 것을 말한다.

 

※河鼓天孫(하고천손)¹⁹⁾ : 하고(河鼓)는 독수리자리에 있는 열다섯 개의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인 견우성을 말하고, 천손(天孫)은 천제(天帝)의 손녀라는 뜻으로, 직녀성(織女星)의 별칭이다.

 

※不獨槎上尋源使(불독사상심원사)²⁰⁾ : 한 무제(漢武帝) 때 장건(張騫)이 사신으로 서역(西域)에 갈 때 뗏목을 타고 황하(黃河)의 근원을 향해 한없이 거슬러 올라갔다. 어떤 성시(城市)에 이르렀을 때 한 여인이 방 안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들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그 여인이 돌 하나를 장건에게 주면서 ‘성도(成都)의 엄군평(嚴君平)에게 가서 물어보라.’라고 하였다. 장건이 돌아와서 엄군평을 찾아가 그 돌을 보이자, 엄군평이 말하기를 ‘이것은 직녀(織女)의 베틀을 고인 돌[支機石;지기석]이다. 아무 연월일(年月日)에 객성(客星)이 견우성과 직녀성을 범했는데, 지금 헤아려보니 그때가 바로 장건이 은하에 당도한 때였다.’라고 했다는 전설을 말한다.

 

※子晉白鶴緱山笙(자진백학구산생)²¹ : 자진(子晉)은 주 영왕(周靈王)의 태자 왕자진(王子晉)이고, 구산(緱山)은 중국 하남성에 있는 산으로 구령(緱嶺) 또는 구씨산(緱氏山) 이라고도 한다. 자진(子晉)은 생황을 잘 불어서 봉황 울음소리까지 냈다고 하는데, 영왕(靈王)에게 간언을 하다 천민이 되었다. 훗날 신선이 되어 백학을 타고 인간 세상에 잠깐 내려와 구산에서 가족을 만나고 헤어졌다고 한다. 이 날이 7월 7일인데 가족이 구산(緱山)에서 기다리니 과연 왕자진이 백학(白鶴)을 타고 날아와 인사를 하고, 생황을 불다가 며칠 뒤 다시 백학을 타고 날아갔다고 한다.

 

王母靑鳥承華觶(왕모청조승화치)²² : 왕모(王母)는 서왕모(西王母)를 말하고 청조(靑鳥)는 서왕모의 사자(使者) 또는 시녀(侍女)를 의미한다. 한무제(漢武帝)의 고사(故事)에 의하면 칠월 칠석에 서왕모가 한 무제(漢武帝)와 만나려고 약속했는데, 당일에 무제가 승화전(承華殿)에 있는데 갑자기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 전 앞에 앉았다. 한 무제가 동방삭(東方朔)에게 무슨 새냐고 물으니 ‘서왕모가 곧 내려올 것이니 술을 준비하여 기다리십시오.’라고 대답하였다. 밤이 되자 과연 서왕모가 내려왔다 한다.

 

※方平亦鞭五色龍(方平亦鞭五色龍)²³ : 방평은 한(漢) 나라 때의 신선 왕원(王遠)의 자이다. 채경(蔡經)은 본래 미천한 신분이었는데 왕방평에게 선술을 배워 다시 젊어졌다. 채경이 ‘7월 7일에 왕방평이 올 것이니, 술 수백 말을 빚어 마시게 하라.’ 하였다. 그날이 되자 왕방평이 왔는데, 우거(羽車)에 오룡(五龍)을 매어 타고 왔다 한다.

 

※蔡經家中麻姑戱(채경가중마고희)²⁴⁾ : 칠월 칠석에 채경의 집에 온 왕방평이 선녀(仙女)인 마고(麻姑)를 불러 놀았다 한다.

 

※郝隆便腹曝經笥(학륭편복폭경사)²⁵⁾ : 칠월 칠석에는 예로부터 책이나 옷가지를 좀이 쓸지 않도록 볕에 말리는 풍속이 있었는데, 진(晉) 나라 때의 고사인 학륭(郝隆)이 칠석날에 이웃 부잣집들이 비단옷을 볕에 쬐는 것을 보고 대낮에 불룩한 배〔便腹〕를 내어놓고 드러누웠다. 누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나는 내 뱃속에 들어 있는 서책들을 볕에 쬐고 있다.’ 하였다고 한다. 경사(經笥)는 경전을 담은 책상자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학륭이 자기의 배를 책상자에 비유하였다.

 

※阮咸長竿曬犢鼻(완함장간쇄독비)²⁶⁾ : 완함(阮咸)은 위진(魏晉) 시대 완적(阮籍)의 조카로, 둘 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하나이다. 칠월 칠일에 북쪽에 사는 집안 부자들이 모두 화려한 옷가지를 내어 말리는데, 완함만은 장대 끝에 쇠코잠방이를 걸어 말렸다.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기자 완함은 ‘아직 시속을 벗어나지 못해 그냥 이렇게 해보는 것이다.’ 하였다. 독비(犢鼻)는 쇠코잠방이로 무릎까지 오는 짧은 잠방이를 말한다.

 

※白氣奕奕(백기혁혁)²⁷⁾ : 백기(白氣)는 밤하늘을 하얗게 흐르는 은하수를 말한다. 명나라 문가(文嘉)의 시 칠석에 ‘한밤중 누가 백기로 나누어 놓았나.〔中宵白氣雖分辨〕’라고 하였다.

 

※粧亭亭(장정정)²⁸⁾ : 장정정(粧亭亭)은 단장한 듯한 고운 달이 둥실 뜬 것을 의미한다. 명나라 오관(吳寬)은 신월(新月)이라는 시에서 ‘새로 돋은 달이 소녀와 같아, 곱게 저녁 단장 하였네. 붉은 누대 위에 둥실 떠서, 은하수 옆에 은은하네.〔新月如少女 靜娟凝晚粧 亭亭朱樓上 隱隱銀漢旁〕’라고 읊었다.

 

※朱裳絳節臨誰庭(주상강절림수정)² : 유종원이 걸교문 말미에서 하늘에 대고 우졸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어떤 사람이 푸른 소매에 붉은 치마를 입고 손에는 붉은 부절을 들고〔青袖朱裳 手持絳節〕 내려와서 ‘그대가 빈 내용은 모두 그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니, 정말로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 실천하라.’는 말을 해주었다. 여기서는 ‘칠석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내려온 견우와 직녀의 정령이 누구의 집으로 내려가 들어주는가?’ 하는 의미이다.

 

※長生殿裏笑別淚(장생전리소별루)³⁰⁾ : 장생전(長生殿)은 당 현종(唐玄宗)과 양 귀비(楊貴妃)가 칠석날 만난 장소이다.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서 칠석날 장한전에서 둘이 속삭일 때, ‘하늘에선 비익조 되고, 땅에선 연리지가 됩시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랑하였는데, 안녹산의 난 때 양귀비가 현종의 면전에서 교살(絞殺)된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蔡州筵中幻流星(채주연중환류성)³¹ : 채주의 정 씨(丁氏) 여인이 매년 칠석날이 되면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바느질 솜씨를 빌었다. 그녀가 꿈속에서 문득 유성이 자리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이튿날 손톱 위에 금사(金梭) 무늬가 생겼다. 이로부터 솜씨가 크게 좋아졌다고 한다.

 

※曳月揚風(예월양풍)³² : 두보의 시 견우직녀(牽牛織女)에서 ‘달빛 끌며 미풍에 드날리네.〔曳月揚微風〕’라고 한 구절을 변용하였다.

 

※張王羅李(장왕나리)³³ : 장왕(張王)은 송나라 시인 장뢰(張耒)와 왕우칭(王禹偁)이고, 나리(羅李)는 당나라 시인 나은(羅隱)과 이상은(李商隱)을 말한다. 장뢰는 칠석시가 유명하고, 왕우칭 역시 칠석을 비롯한 다수의 시를 지었으며, 나은과 이상은도 칠석과 관련하여 많은 시를 남겼다.

 

※梅翁(매옹)³⁴⁾ : 매옹(梅翁)은 송나라 시인 매요신(梅堯臣)을 말한다. 매요신은 칠석유감(七夕有感) 촉직(促織) 등 칠석과 관련된 다수의 시를 남겼다.

 

※丈夫齟齬多感慨(장부저어다감개)³⁵⁾ : 두보의 시 견우직녀(牽牛織女)에 ‘모난 자루와 둥근 구멍이 맞지 않듯, 장부 중에도 세상과 맞지 않는 영웅이 많네.〔方圓苟齟齬 丈夫多英雄〕’라고 한 구절을 인용하여, 견우와 직녀가 만나지 못하듯이 세상과 어긋나 어진 군주를 만나지 못한 대장부가 많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