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無名子(尹愭)의 記故事

上巳日復以長律記故事 (상사일부이장률기고사) - 尹愭 (윤기)

-수헌- 2023. 4. 16. 19:05

삼월 삼짇날을 다른 말로 상사일(上巳日)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정월 들어 일진(日辰)의 지지(地支)가 첫 번째 사(巳)가 되는 날이었는데 봄이 되어 뱀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음력 3월의 첫 번째 사일(巳日)로 되었다가 위나라 이후로 삼짇날로 상사일(上巳日)이 되었다 한다. 상사일에는 동류수(東流水)에 몸을 씻고 친구들과 어울려 연음(燕飮)하는 풍속이 있는데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는 앞서 소개한 중삼기고사(重三記故事)와 별도로 상사일(上巳日)의 고사를 적었다.  

 

上巳日復以長律記故事  상사일부이장률기고사 

상사일의 고사를 다시 장률로 적었다.

 

風光正屬暮之春 풍광정속모지춘

풍광이 좋은 봄이 저무는 무렵을 맞아서

令節最稱祓禊辰¹ 영절최칭불계진

상사일을 좋은 명절 중의 제일로 일컫네

除疾用巫周化國² 제질용무주화국

주나라는 무당 불러 굿으로 질병 막고

秉蘭續魄鄭遊溱³ 병란속백정유진

정나라는 진수에서 난초 들고 초혼했네

漢前上巳風相襲⁴⁾ 한전상사풍상습

한나라 이전엔 상사일 풍습 전해지더니

魏後重三俗更因⁴⁾ 위후중삼속경인

위나라 이후 풍속이 삼짇날로 바뀌었네

取義盖言祈介祉⁵⁾ 취의개언기개지

대개 말로써 복을 비는 뜻을 취하였고

臨波也欲㓗其身⁶⁾ 임파야욕결기신

물가에 가서 몸을 깨끗이 하고자 했네

羽觴曲水公城洛⁷⁾ 우상곡수공성락

낙읍에 성을 쌓은 뒤 곡수에 술잔 띄웠고

心劒金人鬼讖秦⁸⁾ 심검금인귀참진

칼 들고 나온 금인이 진의 미래 예언했네

幄幕馨香樂園上⁹⁾ 악막형향악원상

낙유원의 장막에선 향기가 진동했고

綺羅車馬曲江濱⁹⁾ 기라차마곡강빈

곡강가의 거마는 비단으로 치장했네

聽琴太學韓文妙¹⁰⁾ 청금태학한문묘

태학에서 거문고 들은 한유의 글 빼어나고

揮筆蘭亭晉體神¹¹ 휘필란정진체신

난정 모임에서 휘둘러 쓴 필체는 신묘하네

束晢摯郞爭可决¹² 속절지랑쟁가결

속석과 지우는 다투어 뜻을 풀었고

郭虞徐肇語無倫¹³ 곽우서조어무륜

곽우와 서조의 이야기는 황당하네

梁商薤露驚先兆¹⁴⁾ 양상해로경선조

양상의 해로가는 무서운 조짐이었고

夏統歌章聳衆賓¹⁵⁾ 하통가장용중빈

하통의 소해창은 빈객들이 공경했네

積石天池嗟壞亂¹⁶⁾ 적석천지차괴란

천연지의 석축이 무너져 탄식해도

鍾山僚宴但因循¹⁷⁾ 종산료연단인순

종산의 백료들 연회는 이어져 오네

長安妓樂錢龍會¹⁸⁾ 장안기악전룡회

장안의 기녀와 악공은 전룡연에 모였고

河朔賓徒薄洛津¹⁹⁾ 하삭빈도박락진

하삭의 박락진에는 빈객 무리가 모였네

華頠善談殊衮衮²⁰⁾ 화위선담수곤곤

장화와 배위의 담론은 도도하게 빼어났고

榮瞻遙拜亦彬彬²¹ 영첨요배역빈빈

멀리 나가 절한 고영과 기첨이 훌륭했네

娵隅蠻語憐羇迹²² 추우만어련기적

남만어 추우에 매인 발자취가 가련하고

金谷罰籌照後塵²³ 금곡벌주조후진

금곡원의 벌주는 후세에까지 빛났네

鞋履踏靑修有禮²⁴⁾ 혜리답청수유례

답청놀이는 행하는 데에도 예가 있는데

盃樽斟綠亂無廵 배준짐록란무廵

술 마시는 일은 순서가 없이 어지럽네

天晴原上喧豪客 천청원상훤호객

날씨 맑은 언덕 위엔 호객들이 떠들고

日暖水邊簇麗人 일난수변족려인

햇살 따뜻한 물가에는 미인들 북적이네

凉主序詩還自得 양주서시환자득

양주는 차례 돌아오니 스스로 시 지었고

杜陵寫景信堪珍²⁵⁾ 두릉사경신감진

두보의 경치 묘사는 참으로 아름다웠네

裴公逸興言難盡²⁶⁾ 배공일흥언난진

배공의 흥취는 말로 다하기 어려웠는데

白傅淸篇畫得眞 ²⁷⁾ 백부청편화득진

백거이가 청아한 시를 그림처럼 지었네

盥濯東流由習尙 관탁동류유습상

익혀온 풍습에 따라 동류수에 몸을 씻고

遊嬉春日作經綸²⁸⁾ 유희춘일작경륜

경륜으로 만들어 봄날에 즐기며 놀았네

綵旌黃繖張能艶² 채정황산장능염

장문잠의 채정과 황산 시구는 아름답고

玉澗金溝庾不貧³⁰⁾ 옥간금구유불빈

유견오의 옥간과 금구는 천하지 않았네

紅蘂巧將錦繡襯 홍예교장금수친

붉은 꽃은 수놓은 비단속옷과 어울리고

嬌鸎忽與管絃親 교앵홀여관현친

맑은 꾀꼬리 소리는 관현악과 어울리네

宮娥翠渚紛簾幕³¹ 궁아취저분렴막

궁녀들 푸른 물가에 장막을 분분히 치고

秘閣西池集縉紳³² 비각서지집진신

서지의 비각에는 높은 관리들이 모였네

麗日芳年人似海³³ 여일방년인사해

아름답고 꽃다운 시절 사람이 바다처럼

春心醉眼草如茵³⁴⁾ 춘심취안초여인

춘정에 취한 눈으로 풀을 깔고 앉았네

惠連郊野携朋去³⁵⁾ 혜련교야휴붕거

사혜련은 벗들을 이끌고 교외로 가고

沈約甁巵鼓瑟繽³⁶⁾ 심약병치고슬빈

심약은 술 마시며 성대히 거문고 탔네

尙友老夫猶有幸³⁷⁾ 상우노부유유행

상우노부에게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昔時天氣又今新 석시천기우금신

옛날 천기가 오늘에 다시 새로워지네

 

※祓禊辰(불계진)¹ : 옛 풍속에, 3월 3일에 물가에 가서 목욕하여 불상(不祥)한 것을 제거하는 것을 불계(祓禊)라 하였고, 3월이 월건(月建)이 진(辰)으로 된 달이라 하여 진월(辰月)이라 했으니 삼월 삼짇날, 상사일(上巳日)을 의미한다.

 

※除疾用巫周化國(제질용무주화국)² : 주례(周禮)에 ‘여자 무당이 세시를 관장하여 질병을 막는다.〔女巫掌歲時 以祓除疾病〕’ 하였다.

 

※秉蘭續魄鄭遊溱(병란속백정유진)³ : 춘추 시대 정(鄭) 나라 풍속에 상사일이 되면 동쪽으로 흐르는 진수(溱水)와 유수(洧水) 가에서 혼백을 불렀으며, 난초를 잡고 불길한 것을 떨쳐냈다고 한다.

 

※漢前上巳, 魏後重三(한전상사, 위후중삼)⁴⁾ : 상사일(上巳日)에 불사(祓祀)를 하여 재액을 막고 봄나들이하던 풍속은 한나라 때까지 이어졌고, 위(魏) 나라 이후로는 삼짇날을 쓰고 상사일은 더 이상 쓰지 않았다고 한다. <宋書><古今事文類聚>. 우리나라에서는 상사일(上巳日) 뿐만 아니라 사일(社日)까지 모두 삼짇날 풍속으로 흡수되었다.

 

※取義盖言祈介祉(취의개언기개지)⁵⁾ : 무당이 불사를 하는 것은 질병을 막고 복을 빌기 위해서라는 의미인 듯하다. 사(巳)는 복〔祉〕의 의미이다. 질병을 없앤 뒤에 큰 복을 기원한다는 뜻이다. 《風俗通》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8 上巳》

 

※臨波也欲㓗其身(임파야욕결기신)⁶⁾ : 계(禊)는 깨끗이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날 흐르는 물에 가서 목욕을 하여 재액을 막는다. 앞에서 상사일에 진수와 유수에 봄나들이를 간다고 한 정(鄭)나라의 풍속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羽觴曲水公城洛(우상곡수공성락)⁷⁾ : 진 무제(晉武帝)가 상사일에 굽이져 흘러가는 물〔曲水〕에 술잔을 띄우는 이유를 묻자, 상서랑 속석(束晳)이 옛날에 주공(周公)이 낙읍(洛邑)에 성을 쌓은 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완공을 축하하였는데, 일시(逸詩)에 ‘술잔이 물결 따라 흐르네. [羽觴隨波流]’라고 하였다고 대답하였다 한다. <古今事文類聚 曲水流觴>

 

※心劒金人鬼讖秦(심검금인귀참진)⁸⁾ : 진 소왕(秦昭王)이 상사일에 황하의 물굽이에서 술자리를 열었을 때 물속에서 검을 받들고 나온 금인(金人)이 서하(西夏)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주겠다 하였다. 이 일이 있은 이후 진 소왕이 패자가 되었다. <古今事文類聚 曲水流觴>

 

※幄幕馨香樂園上(악막형향악원상) 綺羅車馬曲江濱(기라차마곡강빈⁹⁾) : 낙원(樂園)은 한 선제(漢宣帝)가 만든 낙유원(樂遊園)이다. 당나라 때 태평 공주(太平公主)가 언덕에다 정자를 지어 놓고 놀았는데 사방이 탁 트여 있었다. 상사일에 남녀들이 이곳에 와서 액막이를 하여 설치한 장막이 즐비하고 타고 온 수레와 말이 빼곡하였으며, 사람들의 화려한 옷차림이 눈부시고 향기가 길에 진동하였다고 한다. 곡강(曲江)은 낙유원(樂遊園) 내로 흐르던 강이다. <古今事文類聚 樂遊園>

 

※聽琴太學韓文妙(청금태학한문묘)¹⁰⁾ : 한유가 상사일에 태학에서 거문고 소리를 듣고 문장을 지었는데, 이 글이 바로 창려집(昌黎集)에 실린 상사일연태학청탄금시서(上巳日燕太學聽彈琴詩序)이다.

 

※揮筆蘭亭晉體神(휘필난정진체신)¹¹ : 왕희지(王羲之)가 영화 9년(353) 3월 상사일에 회계산 난정(蘭亭)에서 사안(謝安) 등 42명의 명사들과 모여 시를 지으며 봄 정취를 즐겼다. 이날 지은 시들을 모아 시첩을 만들고, 그 시첩에 왕희지가 서문을 쓴 것이 바로 난정서(蘭亭序)인데 그 글씨가 천하제일로 불린다. 진체(晉體)는 왕희지의 글씨체를 말한다.

 

※束晢摯郞爭可决(속절지랑쟁가결)¹² : 진 무제(晉武帝)가 상서랑(尙書郎) 지우(摯虞)에게 상사일에 곡수(曲水)에 술잔을 띄우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지우는 ‘한 장제(漢章帝) 때에 평원(平原)의 서조(徐肇)가 삼월 초하루에 딸 셋을 낳았다가 초사흘에 모두 죽자 마을에서 괴이한 일로 여겨서 모두들 물에 가서 씻으며 액막이를 한 데서 유래했다.’라고 하였고, 상서랑 속석(束晳)은 ‘옛날에 주공(周公)이 낙읍(洛邑)에 성을 쌓은 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즐긴 일과, 진 소왕(秦昭王)이 상사일에 하곡에서 술자리를 베풀었다가 물속에서 검을 받들고 나온 금인(金人)이 서하(西夏)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주겠다 하여 패자가 된 일에서 유래하였다.’라고 대답하였다 한다. <古今事文類聚 曲水流觴>

 

※郭虞徐肇語無倫(곽우서조어무륜)¹³ : 후한의 곽우(郭虞)가 상사일에 딸 둘을 낳았다가 그날 모두 죽었다는 고사와. 앞의 주 에서 지우(摯虞)가 ‘한 장제(漢章帝) 때에 평원(平原)의 서조(徐肇)가 삼월 초하루에 딸 셋을 낳았다가 초사흘에 모두 죽자 마을에서 괴이한 일로 여겨서 모두들 물에 가서 씻으며 액막이를 한 데서 유래했다.’라고 한 고사를 말한다. <古今事文類聚 曲水流觴>

 

※梁商薤露驚先兆(양상해로경선조)¹⁴⁾: 양상은 동한(東漢) 순재 황후(順宰皇后)의 아버지로 대장군을 지냈다. 상사일에 낙수(洛水) 가에서 빈객을 모아 연회를 베풀어 즐기다가, 술자리가 파할 무렵에 난데없이 해로가(薤露歌)를 부르자 연회에 참석한 빈객들이 구슬픈 소리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 태복(太僕) 장종(張種)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가 돌아가 그 일을 주거(周擧)에게 말해주자, 주거가 때에 맞지 않은 노래를 불렀으니 불길한 조짐이라고 탄식하였다. 양상이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後漢書 周擧列傳> 해로가(薤露歌)는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노래이다.

 

※夏統歌章聳衆賓(하통가장용중빈)¹⁵⁾ : 하통은 진(晉) 나라 때 오중(吳中)의 회계(會稽)에 살았던 은사(隱士)이다. 한 번은 그가 낙양(洛陽)에 갔었는데, 그의 범상치 않은 행동을 본 태위(太尉) 가충(賈充)에게 오중 지방에 관한 풍속 등을 묻고, 그 지방에 관한 가곡(歌曲)을 지어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하통이 대답하기를 “오자서(伍子胥)가 오왕(吳王)에게 충간하였으나 도리어 죽임을 당하여 시체가 바다에 던져졌기에, 나라 사람들이 지금도 그의 충렬(忠烈)을 가슴 아프게 여긴다. 그래서 내가 소해창(少海唱)을 지었으니 지금 불러 보겠다.” 하고는 발을 구르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 “소해창을 들으니 오자서와 굴원이 바로 곁에 서 있는 것 같다.” 하였고, 가충은 “이 오아(吳兒)는 바로 목인석심(木人石心)이다.” 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목인석심은 굳은 절조를 비유한 말이다. <晉書 隱逸列傳 夏統>

 

※積石天池嗟壞亂(적석천지차괴란)¹⁶⁾ : 옛날 상사일에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술을 마시던 유상곡수의 터가 무너지고 없다는 의미이다. 상사일의 유상곡수에 대해 진(晉)나라의 육기(陸機)는 ‘천연지의 남쪽은 돌 도랑이므로 이 도랑의 물을 끌어와 채운다. 천연지의 서쪽에 돌을 쌓아 불제를 지내는 당을 만든다. 물가에 걸터앉아 술잔을 띄우고 술을 마신다.〔天淵池南石溝 引禦溝水 池西積石爲禊堂 跨水流杯飲酒〕’라고 하였다. <晉書 禮儀志> <淵鑑類函>

 

※鍾山僚宴但因循(종산료연단인순)¹⁷⁾ : 유상곡수를 하던 옛 자취는 사라졌지만 그 풍속은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진 원제(晉元帝)가 바다 서쪽 종산에서 유상곡수의 모임을 열고 백료(百僚)를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한다. <晉書 禮儀志>

 

※錢龍(전룡)¹⁸⁾ : 낙양 사람 가운데 기녀와 풍악을 불러 노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삼짇날에 꿰미에 돈을 꿰어 용의 형상처럼 만들기도 하고 주렴을 만들기도 하여 전룡연(錢龍宴)을 열었다고 한다.

 

※河朔賓徒薄洛津(하삭빈도박락진)¹⁹⁾ : 박락진(薄洛津)은 안평(安平) 경현(經縣) 서쪽의 장수(漳水)에 있는 나루 이름이다. 후한의 장수 원소(袁紹)가 상사일에 박락진에서 빈객과 휘하들을 모아놓고 크게 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華頠善談殊衮衮(화위선담수곤곤)²⁰⁾ : 화위(華頠)는 진나라 때의 현신(賢臣)인 장화(張華)와 배위(裴頠)를 말한다. 조정의 현신들이 상사일에 낙수에서 불제를 하고 모임을 열었다. 뒤에 어떤 이가 왕제(王濟)에게 “지난번 상사일 놀이에서 무슨 담론이 있었던가요?”라고 묻자, 왕제가 “장화(張華)가 사기(史記)와 한서(漢書)를 이야기하고, 배위(裴頠)가 앞 시대 선현들의 행적을 논했는데, 기세가 도도하여 들을만하였다.〔張華善說史漢 裴頠論前言往行 袞袞可聽〕”라고 대답하였다.

 

※榮瞻遙拜亦彬彬(영첨요배역빈빈)²¹ : 영첨(榮瞻)은 오중(吳中) 지방의 명사(名士)인 고영(顧榮)과 기첨(紀瞻)을 말한다. 삼월 상사일에 진 원제가 친히 불제를 구경하려고 견여(肩輿)를 타고 행차하자, 왕도(王導)와 왕돈(王敦) 등 당시의 제현들이 모두 말을 타고 배행했다. 당시 강남 지방의 중망을 받고 있던 고영과 기첨이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다가 함께 나아가 절을 하여 예를 표했다. 왕도의 주선 아래 원제가 이들을 원로(元老)로 대우하자 강남 지방의 민심이 일시에 원제에게로 귀의하여, 분열되었던 국론이 통일되게 되었다. <晉書 王導列傳>

 

※娵隅蠻語憐羇迹(추우만어련기적)²² : 진(晉) 나라의 학륭(郝隆)이 남만 참군(南蠻叅軍)이 되어 상사일의 모임에서 ‘추우가 맑은 못에서 뛰어논다.〔娵隅躍清池〕’는 시를 지었다. 환공(桓公)이 추우가 무엇이냐고 묻자, 학륭이 남만 지역에서 쓰는 물고기의 방언이라고 대답하였다. 환공이 어째서 남만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가 하고 물으니, 학륭이 ‘천리를 달려와 공에게 일신을 맡겨서 비로소 남만 참군이 되었으니, 어찌 남만의 사투리를 쓰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고 미천한 외직을 맡긴 것에 대한 항의이다. <古今事文類聚 娵隅>

 

※金谷罰籌照後塵(금곡벌주조후진)²³ : 금곡은 진(晉) 나라 대부호 석숭(石崇)의 별장이 있는 금곡원을 가리킨다. 석숭은 이곳에 빈객을 모아서 시부를 짓고 술을 마시며 호탕하게 놀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 석 잔을 마시게 했다고 한다.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도 이 고사를 인용하여 ‘만약 시를 짓지 못한다면 금곡원의 벌주 숫자를 따라 벌을 내리겠다.〔如詩不成 罰依金谷酒數〕’ 하였다. <古文眞寶 春夜宴桃李園序> 벌주(罰籌)는 벌로 마신 술잔의 숫자를 의미한다.

 

※凉主序詩還自得(凉主序詩還自得)²⁴⁾ : 양주(凉主)는 서량(西凉)의 군주를 말한다. 서량의 무소왕(武昭王) 이고(李暠)가 상사일에 유상곡수의 연회를 열고 여러 신하들에게 시를 읊조리게 하였다. 이어 자신이 직접 시와 서문을 지어 좌중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晉書 凉武昭王李玄盛列傳>

 

※杜陵寫景信堪珍(두릉사경신감진)²⁵⁾ : 두릉(杜陵)은 두보(杜甫)를 말하는데, 그의 장편시 여인행(麗人行)에서 상사일을 맞은 장안(長安)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古今事文類聚 上巳>

 

※裴公(배공)²⁶⁾ : 배공(裴公)은 당나라 때의 재상이자 시인인 배도(裵度)를 말하는데, 그는 재상으로 있는 동안 헌종(憲宗)부터 문종(文宗)까지 네 황제를 모셔 진국공(晉國公)으로 봉해져 배진공(裵晉公)으로 불린다.

 

※白傅淸篇畫得眞(백부청편화득진)²⁷⁾ : 위 주 의 배진공(裴晉公)이 삼짇날에 백거이와 소적(蕭籍) 등 열다섯 명사를 불러 배에서 연회를 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겁게 놀았다. 이때 배진공(裴晉公)이 수창(首唱)한 뒤 사방을 돌아보며 화답하게 하자, 백거이가 술잔을 들고 붓을 잡고 12운의 시를 지어 올렸다. <古今事文類聚 宴洛濵詩>

 

※經綸(경륜)²⁸⁾ : 큰 뜻을 가지고 어떤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함.

 

※綵旌黃繖張能艶(채정황산장능염)² : 북송(北宋) 철종(哲宗) 때 비각(秘閣) 관료들이 상사일에 서지(西池)에 모여 시를 읊었다. 이때 왕중옥(王仲玉)이 지은 시에 장문잠(張文潛)이 화답하기를 ‘푸른 물결 소리 일어나 누런 일산 흔들리는데, 봄바람 힘이 없어 채색 깃발 드리워 있네.〔翠浪有聲黄繖動 春風無力綵旌垂〕’라고 한 것을 말한다.

 

※玉澗金溝庾不貧(옥간금구유불빈)³⁰⁾ :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 나라의 시인 유견오(庾肩吾)의 시 삼일시난정곡수연(三日侍蘭亭曲水宴)에 ‘복숭아꽃은 옥간에 피어나고, 버들잎은 금구에 짙네.〔桃花生玉澗 柳葉暗金溝〕’라고 한 것을 말한다.

 

※宮娥翠渚紛簾幕(궁아취저분렴막)³¹ : 당나라 때 태평 공주(太平公主)가 곡강(曲江)가의 언덕에다 정자를 지어 놓고 놀았는데, 상사일에 남녀들이 이곳에 와서 액막이를 하며 설치한 장막이 즐비하고 타고 온 수레와 말이 빼곡하였으며, 사람들의 화려한 옷차림이 눈부시고 향기가 길에 진동하였다고 한다.

 

※秘閣西池集縉紳(비각서지집진신)³² : 앞의 주 에서 왕중옥(王仲玉)과 장문잠(張文潛)이 시로 화답한 모임을 말한다. 진신(縉紳)은 붉은 비단과 옛날 사대부가 의식 때 예복에 갖추어 매던 큰 띠를 말하는데 전하여 관리나 지체 높은 사람을 말한다.

 

※麗日芳年人似海(여일방년인사해)³³ : 남북조 시대 심약(沈約)의 시 삼월삼일(三月三日)에 ‘아름다운 날은 바로 상사일이요, 꽃다운 시절은 모두 이때에 있네.〔麗日屬上巳 芳年俱在斯〕,라고 표현하였다.

 

※春心醉眼草如茵(춘심취안초여인)³⁴⁾ : 백거이(白居易)의 시 삼월삼일 낙수 가에서 불계를 하다〔三月三日祓禊洛濵〕에 ‘물은 춘심을 이끌어 흩어놓고, 꽃은 취안을 당겨 미혹되게 하네.〔水引春心蕩 花牽醉眼迷〕’라고 한 구절을 인용한 표현이다

 

※惠連郊野携朋去(혜련교야휴붕거)³⁵⁾ : 진(晉) 나라 사혜련(謝惠連)의 시 삼월삼일곡수집(三月三日曲水集)에 ‘벗들과 손잡고 교외로 가려고, 이른 아침 성을 나섰네.〔携朋適郊野 昧爽辭鄽郭〕’라는 표현이 있다.

 

※沈約甁巵鼓瑟繽(심약병치고슬빈)³⁶⁾ : 남북조 시대 심약(沈約)의 시 삼월삼일(三月三日)에 ‘상연에서 보배로운 거문고를 연주하고, 금병에는 큰 술잔 띄웠네.〔象筵鳴寶瑟 金瓶泛羽巵〕’ 라는 표현이 있다.

 

※尙友老夫(상우노부)³⁷⁾ : 상우(尙友)는 앞 시대 현자들을 벗한다는 뜻으로, 상우노부(尙友老夫)는 무명자 자신을 칭하는 말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