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손곡(蓀谷) 詩-別李禮長 外

-수헌- 2020. 9. 14. 19:52

이 장은 손곡집(蓀谷集)에 실린 손곡(蓀谷)이달(李達)의 시를 통해 그의 생애와 낭만에 대해 알아보고자 만들었다.

 

이달(李達, 1539년? ~ 1612년?)은 조선의 시인으로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 동리(東里), 서담(西潭)이다.

 

그는 충청도 홍주(洪州) 출신으로, 조선 초 대문장가인 쌍매당 이첨의 먼 후손이자 부정(副正) 이수함(李秀咸, 秀涵)의 서자로 태어났다. 서자라는 한계로 대과에 응시하지 못했고 다른 서얼들이 응시하는 잡과에도 응시하지 않았으며 잠시 한리학관을 지냈으나 곧 물러나 전국을 떠돌며 주옥같은 많은 시를 지었다. 한 때 강원도 원주 손곡리에 정착하여 당시(唐詩)를 연구했으며 호도 손곡(蓀谷)이라 했다.

 

고죽 최경창(孤竹 崔慶昌)· 옥봉 백광훈(玉峯 白光勳)과 함께 당시(唐詩)에 능하여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렸으며, 문장과 학문에 뛰어나 이이, 송익필, 최립, 최경창, 백광훈, 이산해, 하응림 등과 함께 팔문장계(八文章系)로 불렸다.

 

당시 감사 허엽의 아들인 허성, 허봉과 친분이 두터웠고, 그 인연으로 그들의 아우이자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許筠)과 허난설헌(許蘭雪軒)스승이 되어 가르치게 되었다. 허균은 서자 출신이었던 스승 손곡(蓀谷)의 생을 동기(動機)로 삼아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었다고 하며, 허난설헌도 조선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명나라에까지 그 명성이 자자했다. 또 허균은 스승인 손곡(蓀谷) 사후 그의 유작을 모아 손곡집(蓀谷集)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손곡(蓀谷)이달(李達)의 시에는 아취(雅趣)가 있는 서정시도 많으나, 임진왜란 전후에 고단한 삶을 살았던 당시 백성들의 아픔을 노래한 시도 많이 남겼다.

 

別李禮長(별이예장)

이예장을 보내며

 

桐花夜煙落 동화야연락

밤안개 속으로 오동꽃잎 떨어지고

海樹春雲空 해수춘운공

바닷가 나무 는 봄 구름에 사라졌네

芳草一杯別 방초일배별

풀밭에서 한 잔 술로 이별을 달래노니

相逢京洛中 상봉경락중

우리 언제 서울에서 다시 만나세

 

손곡(蓀谷)의 대표적인 시인 별이예장(別李禮長)에 대하여 서포 김만중 (西浦 金萬重)은 이 詩를 조선조 5언 절구 중 으뜸이라고 하였다.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이 강릉에 있을 때 이달(李達)을 손님으로 맞아 대접하고 있는데, 허균(許筠)의 아버지인 허엽이 이달의 경박한 사람됨을 염려하여 손님으로 맞지 말 것을 권유하였다. 이에 양사언이 허엽에게 “桐花夜煙落, 海樹春雲空”의 이달이니 어찌 소홀히 대접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일부 자료에는 둘째줄 海樹를 梅樹 로 표현한 곳도 있으나  손곡집(출처;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도서관, 사진)에는 海樹로 되어 있다>

 

佛日庵贈因雲釋 불일암증인운석

불일암의 인운 스님에게 주다

 

山在白雲中 사재백운중

산은 하얀 구름 속에 있는데

白雲僧不掃 백운승불소

스님은 흰 구름을 쓸지도 않네

客來門始開 객래문시개

손님이 와서 비로소 문을 열어보니

萬壑松花老 만학송화노

온 골짝에 송화가 만발 하였구나

 

이 시도 손곡(蓀谷)의 대표작으로, 심산유곡에 묻혀 속세를 멀리하고 세월의 변화도 잊은 채 살아가는 은둔자의 유유자적한 삶을 그렸다. 절이 흰 구름 속에 묻혀 있다고 하여 그림과 같은 산사가 속세와 단절된 이미지를 그렸으며, 낙엽이 아닌 흰 구름을 쓸고자 하는 것이 그곳의 幽深을 드러냈고, 나그네가 와서야 비로소 문을 연다고 하여 閑寂함을 나타냈다. 그 속에 사는 스님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해 온갖 번뇌를 벗어던진 悟道者일 것이다.

<이 시도 대부분의 자료에는 첫째줄 山在를 寺 로 표현하고 있으나  손곡집(출처;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도서관, 사진)에는 山在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