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步虛詞(보허사) -李達(이달)

-수헌- 2020. 11. 27. 20:57

손곡 이달(蓀谷 李達)의 시 보허사를 소개 한다. 보허사(步虛詞)란 허공을 걷는 노래라는 뜻인데 원래 악부(樂府)의 악곡(樂曲) 이름이다. 주로 신선들에 대해 읊는데, 중국 양나라 때의 학자 유신(庾信)의 〈보허사〉가 유명하며, 우리나라의 문인들 가운데에는 이달(李達)과 허난설헌(許蘭雪軒)〈보허사〉가 유명하다.

 

步虛詞1 보허사1 -李達(이달)

 

三角峨峨鬢上綃 삼각아아빈상초

높다랗게 올린 머리 비단으로 묶었는데

散垂餘髮過纎腰 산수여발과섬요

남은 머리 드리우니 가는 허리 지나네.

須臾宴赴西王母 수유연부서왕모

잠깐 동안의 잔치를 서왕모에게 알리면

一曲鸞簫向碧霄 일곡란소향벽소

한 곡조 난소소리 푸른 하늘로 향하겠네.

西王母(서왕모) ; 중국 도교 신화에 나오는 불사(不死)의 여왕 신녀(神女)의 이름. 사람의 얼굴에 호랑이의 이(齒), 표범의 꼬리를 가진 산신령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고 한다.

鸞簫(난소): 춘추시대 진목공(秦穆公)의 딸이 피리를 잘 부는 소사(簫史)에게 시집을 갔는데 피리를 잘 배워 봉황의 소리를 잘 내었다 한다. 뒤에 부부가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전하여 훌륭한 음악이나 생황 등 악기의 미칭(美稱)으로 쓰인다.

 

 

보허사2 步虛詞2 -이달(李達)

 

靑童結伴婉凌華 청동결반완릉화

신선의 아이 완릉화를 짝을 삼아

夜下三洲小玉家 야하삼주소옥가

밤에 삼주의 소옥 집으로 내려갔네

閑說紫陽宮裏事 한설자양궁리사

한가히 자양궁 뒷 이야기를 하다가

玉階偸折碧桃花 옥계투절벽도화

옥계단에서 몰래 벽도화를 꺾었네.

청동(靑童): 선인(仙人)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으로,  선동(仙童)과 같은 뜻이다

 

 

步虛詞3 보허사3 -李達(이달)

 

王母雲車五色麟 왕모운거오색린

서왕모 구름수레 오색 기린이 끌고

白鸞前導向西巡 백란전도향서순

흰 난새는 서쪽 순례를 앞장 서네.

天章曉奏虛皇殿 천장효주허황전

아침에 하늘의 글을 허황전에 아뢰니

仙桂花開八萬春 선계화개팔만춘

팔만장안에 선계 꽃이 활짝 피었네.

*허황전(虛皇殿) : 허황은 도교에 나오는 신선의 이름.

*천장(天章) : 天文[천문], 하늘의 문장.

*팔만(八萬) : 八萬長安[팔만장안], 사람이 많은 곳 즉 서울을 말함.

 

 

步虛詞4 보허사4 -李達(이달)

 

仙島焚香禮玉虛 선도분향례옥허

선도에서 옥허궁에 분향하고 예배하러

紫麟催駕五雲車 자린최가오운차

자색 기린은 오운거를 재촉하네.

西宫侍女多嬌笑 서궁시녀다교소

서궁 시녀들 모두 예쁘고 미소도 많은데

錄盡三天未見書 록진삼천미견서

삼천에 기록 없어져 글을 보지 못했네.

 

*옥허(玉虛) ; 옥허궁 (玉虛宮). 도교(道敎)에서 신선이 산다는 상상속의 궁전

삼천(三天) ;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곳.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을 삼청경(三淸境)이라 하고 또 삼천(三天)이라고도 한다.

 

 

步虛詞5 보허사5 -李達(이달)

 

玉簡金書道籙通 옥간금서도록통

옥간과 금서는 모두 도인의 책 이니

紫皇新下蕊珠宮 자황신하예주궁

자황께서 예주궁에 처음 내려 오셨네

仙官列侍排龍虎 선관렬시배용호

선관과 용호 줄지어 서서 받들면서

盡體無譁肅穆中 진례무화숙목중

엄숙하고 경건함 속에 예를 다 하네

 

*자황(紫皇) ; 도교의 전설에 나오는 최고의 신선 이름

*예주궁(蕊珠宮) ; 꽃과 구슬로 장식한 궁전을 말하는데 도교(道敎)의 경전에 나오는 전설상의 신궁(神宮)이다.

 

步虛詞6 보허사6 -李達(이달)

 

西嶽眞君上紫微 서악진군상자미

서악의 진군이 자미에 오르니

百靈奔走備威儀 백령분주비위의

백령은 분주하게 위의를 갖추네.

三淸秘訣無傳授 삼청비결무전수

삼청의 비결은 전해줄 수가 없어

偸寫天章半夜歸 투사천장반야귀

천장을 훔쳐 베껴 한밤에야 돌아왔네.

 

 

步虛詞7 보허사7 -李達(이달)

 

羊城使者取眞符 양성사자취진부

양성의 사자가 진부를 가져가며

露佩胸前豁落圖 노패흉전활락도

활락도도 가슴에 품고 가네

直指扶桑催木帝 직지부상최목제

목제를 재촉하여 부상을 가리키며

及時傳語上淸都 급시전어상청도

제때에 청도에 오르라 말 전하네

 

*진부(眞符) ; 진부는 도참(圖讖)을 가리키는데, 도참(圖讖)이란 왕의 운명이나 인사(人事)의 미래를 예언한 기록을 말한다.

*활락도(豁落圖) ; 몸을 수양하는 방법을 기록한 도서(道書).

 

 

步虛詞8 보허사8 -李達(이달)

 

三壇中夜講眞經 삼단중야강진경

한밤에 삼단에서 진경을 강술하니

大集群仙列下庭 대집군선렬하정

여러 신선들 모여 뜰 앞에 늘어섰네.

唯有老君修別殿 유유로군수별전

오직 늙은 그대 별전에서 수도하여

手書雲篆送玄冥 수서운전송현명

구름에 글을 써서 저 세상에 보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