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蓀谷)과 삼당시인(三唐詩人)

移家怨 (이가원) 外

-수헌- 2020. 9. 23. 17:34

전편에 이어 손곡 이달(蓀谷 李達)이 활동하던 16세기 후반, 전쟁과 관의 수탈로 인해 고통받는 민초들의 생활을 노래한 시와 당시 농촌 풍경을 묘사한 시 몇 수 올린다. 손곡이 피폐한 민초들의 삶이나 관료들의 수탈과 실정을 비판, 고발하는 시를 쓰면서도 그 시어들은 원망적이거나 절망적이지 않고 서정적인 면이 잘 나타난다.

 

移家怨 이가원

집 옮김을 슬퍼하다

 

老翁負鼎林間去 노옹부정림간거

할아비가 솥을 지고 숲 속으로 가는데

老婦携兒不得隨 노부휴아불득수

할미는 아이들 데리고 따라가지 못하네.

逢人却說移家苦 봉인각설이가고

사람 만날 때마다 집 옮기는 고통 말하며

六載從軍父子離 육재종군부자리

육 년 종군하느라 부자가 떨어져 산다네.

 

이 시를 쓴 시기는 아마도 전쟁 중인 것 같다. 이사를 한다기보다 피난이나 어떤 피치 못할 사유로 힘들게 거처를 옮기면서 군에 간 노부부의 아들이 그리운 마음이 잘 나타난다. 육 년간 떨어져 사는 부자는 할아버지의 아들 부자간이면서 아이들과 아버지 부자간이기도 하다.

 

 

 

 

鐥淵村燈 선연촌등

선연 마을 등불

 

喬木翳荊楱 교목예형주

높은 나무는 가시나무 가리고

隔水村燈小 격수촌등소

물 건너 마을엔 등불이 깜박이네

秋機及催科 추기급최과

가을이 가까워 세금을 독촉하니

不知山月曉 불지산월효

산에 뜬 달이 밝은 줄도 모르겠네.

 

가을이 되어 추수를 해도 관리들의 세금 독촉이 걱정되어 잠 못 이루고 물 건너 마을의 깜박이는 등불을 바라보는 마음이 애처롭다.

 

撲棗謠 박조요

대추 따는 노래

 

隣家小兒來撲棗 인가소아래박조

이웃 아이들 와서 대추를 따는데

老翁出門驅少兒 노옹출문구소아

노인이 문을 나와 아이들 쫓아내니

小兒還向老翁道 소아환향로옹도

아이들 도리어 노인에게 말하기를

不及明年棗熟時 불급명년조숙시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못 간다 하네.

 

남의 집 대추를 몰래 따는 농촌 아이들의 모습과 이를 쫓는 촌로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쫓겨 가면서도 오히려 노인을 놀리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采蓮曲 次大同樓舡韻 채련곡 차대동루강운

연 캐는 노래, 대동루강을 차운하여

 

蓮葉參差蓮子多 연엽참차련자다

연잎은 뒤섞이고 연 씨앗이 많아서

蓮花相間女郞歌 연화상간녀랑

연꽃 사이로 처녀 총각 노래 하네.

來時約伴橫塘口 내시약반횡당

연못 어귀에서 때가 되면 짝이 되자 약속하고

辛苦移舟逆上波 신고이주역상파

힘들여 물결 거슬러 배 저어  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