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歸園田居 (화귀원전거) - 李晩秀 (이만수)

-수헌- 2023. 11. 29. 22:37

和歸園田居   화귀원전거     李晩秀   이만수  

謫居 적거

유배되어 지내다

其一

靑山不負我 청산불부아

청산이 나를 저버리지 않았는데

我自負靑山 아자부청산

나 스스로 청산을 저버렸구나

五十尙知非 오십상지비

오십에도 오히려 깨닫지 못하고

今我又十年 금아우십년

나는 지금 또 십 년이 지났구나

盲程夜不休 맹정야불휴

쉬지 않고 밤길을 가는 맹인이

慄慄如臨淵 률률여림연

못에 임한 것 같이 두렵기만 하네

微我戀軒組 미아련헌조

나 벼슬에 얽매이는 것도 아니고

微我無林園 미아무림원

나 숲과 동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胡爲絆此身 호위반차신

어찌하여 이 몸을 얽어매어서

馬跡車塵間 마적차진간

말 발자국과 수레 먼지 사이에 있나

羊膓在我後 양장재아후

나 지나온 길에 굴곡이 있었고

灧澦在我前 염여재아전

내 앞에는 출렁이는 풍랑이 있으니

西事竟狼狽 서사경랑패

벼슬길이 끝내는 낭패였구나

蒼黃萬竈烟 창황만조연

창황히 모든 부엌에서 연기가 일어

超超一千里 초초일천리

멀고 먼 일천 리를 뛰어넘는구나

南過鳥道巓 남과조도전

산꼭대기 조도를 남으로 넘어

恩譴比編戶 은견비편호

귀양 와서 평범한 백성으로 사니

居停得便閑 거정득편한

지내는 것이 편안하고 한가롭구나

靜言思愆尤 정언사건우

큰 허물을 조용히 생각해 보니

吾行固宜然 오행고의연

내 가는 길이 진실로 마땅하구나

 

※五十尙知非(오십상지비) : 춘추시대 위(衛) 나라의 대부였던 거원(蘧瑗)이 '나이 50세가 되었을 때 스스로 지난 49년간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 [年五十而知四十九年非]'는 고사에 비유하였다.

 

※今我又十年(금아우십년) : 이 시는 지은이 이만수(李晩秀)가 1811년 홍경래(洪景來)의 난이 일어나자 치안 유지를 잘못한 죄로 이듬해 파직되어 경주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시로 추정되는데 이때 나이가 60이어서 거원(蘧瑗)의 고사에 비유하였다.

 

※馬跡車塵間(마적차진간) : 세속에서 바쁘게 지냄을 의미한다.

 

※恩譴比編戶(은견비편호) : 은견(恩譴)은 은혜로운 꾸지람이란 뜻이나, 시어(詩語)로 귀양이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편호(編戶)는 호적에 기재된 백성으로 평범한 서민을 말한다.

 

其二

龍湖拜阿兄 용호배아형

용호에서 아형에게 절을 하고

一宿淹征鞅 일숙엄정앙

하루를 머무르고 먼 길을 떠나네

天爲風雨之 천위풍우지

하늘이 고난을 만들었지만

宛是懷遠想 완시회원상

옛 생각에 감회가 완연하구나

老人情偏弱 노인정편약

늙은이의 정이 약하게 치우쳐서

居別難於往 거별난어왕

떨어져 살기 어려워도 가야 하네

摻手更遅留 섬수경지류

손을 잡고 다시 머뭇거리고 있으며

欲話不能長 욕화불능장

얘기하고 싶어도 오래 할 수가 없네

君子固知命 군자고지명

군자가 확고하게 운명을 믿으니

理明心自廣 이명심자광

밝은 이치로 마음이 절로 넓어지네

但願加餐飯 단원가찬반

다만 건강에 유의하기만 바라지만

嶠南卽蒼莾 교남즉창망

영남 가는 길이 아득하기만 하구나

 

※龍湖(용호) : 지금의 서울 용산(龍山) 앞쪽을 흐르는 한강의 이름이다.

 

※加餐飯(가찬반) : 밥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나, 전하여 건강에 유의하라는 뜻이다. 작자미상의 악부시(樂府詩)에 ‘(편지의) 서두에는 밥 잘 먹으라 하고 말미에는 오랫동안 생각한다 하네. [上有加餐飯 下有長相憶]’라는 구절이 있다.

 

※嶠南(교남) : 조령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영남, 경상도를 이르는 말. 지은이가 경주로 귀양을 가면서 지었기에 이렇게 표현한 듯하다.

 

其三

君年已逼順 군년이핍순

그대 나이 이미 이순이 되었으니

我齒忽望稀 아치홀망희

내 나이도 홀연 고희를 바라보네

平生鹿車亭 평생녹거정

평생을 녹거와 정자에서 지내며

携手願同歸 휴수원동귀

손 이끌고 함께 돌아오길 원했네

此別終須返 차별종수반

지금 이별해도 끝내 돌아올 텐데

何必淚沾衣 하필루첨의

어찌 눈물로 옷을 적시려 하는가

丁寧護兒稚 정녕호아치

정녕 어린 아이를 지키려 한다면

愼莫吾言違 신막오언위

진실로 잘못된 말을 하지 말아야지

 

※鹿車(녹거) : 사슴이 끄는 수레라는 뜻이나, 전하여 작은 수레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其四

兒子不知愁 아자불지수

내 아이는 근심 걱정을 모르고

少小但歡娛 소소단환오

젊은 시절 다만 즐기기만 하였네

北征觀肅野 북정관숙야

북으로 가서 엄숙한 들판을 보고

西遊過箕墟 서유과기허

서쪽으로 다니며 기허를 지났네

跬步不暫離 규보불잠리

반 발자국도 잠시 떨어지지 않고

飮食與起居 음식여기거

함께 기거하며 식사도 하였는데

別來四易月 별래사역월

떨어져 지낸 뒤 넉 달이나 지났으니

眼中珊瑚株 안중산호주

눈 안에 산호기둥이 박힌 듯하네

伏波戒嚴敦 복파계엄돈

복파가 마엄과 마돈을 훈계하였듯이

毋爾季良如 무이계량여

너도 두계량처럼 되려 하지 말라

晦翁敎受之 회옹교수지

회옹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고

程文伯恭餘 정문백공여

정문과 백공을 본받아야 하리라

誰道南州遠 수도남주원

누가 남쪽고을이 멀다고 했던가

書來月無虛 서래월무허

매달 편지가 빠짐없이 오는구나

願汝學業勤 원여학업근

네가 학업에 부지런하기만 바라며

祝汝疾恙無 축여질양무

네가 질병과 근심 없기만 축원하네

 

※箕墟(기허) : 기자(箕子)가 살던 옛터. 곧 평양(平壤), 또는 우리나라를 가리킴.

 

※跬步(규보) : 반걸음 또는 반걸음 정도의 가까운 거리

 

※伏波戒嚴敦(복파계엄돈) : 복파(伏波)는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을 말하고, 엄돈(嚴敦)은 마원(馬援)의 조카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을 말한다.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이 경박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다니자, 마원(馬援)이 변방의 반란을 평정하는 중에도 조카들을 훈계하는 편지를 썼다는 고사가 있다.

 

※毋爾季良如(무이계량여) : 계량(季良)은 두계량(杜季良)을 말한다. 위의 마원(馬援)이 조카들에게 보낸 계형자엄돈서(誡兄子嚴敦書)라는 편지에, ‘사람됨이 중후하고 청렴결백한 용백고(龍伯高)와 의협심이 강한 두계량(杜季良)을 본받아 배우기 바란다. 그러나 용백고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백조를 그리려다 오리를 그린 격[刻鵠不成向類鶩]이 되고, 두계량을 제대로 못 따르면 범을 그리려다 개를 그리는 꼴[畵虎不成反類狗]이 될 터이니 조심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구절은 너무 큰 것을 욕심내다가 실패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晦翁(회옹) : 주자학을 집대성하고, 논어와 맹자에 관한 집주(集注)를 저술하여 중국 사상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주희(朱熹)를 말한다. 회옹(晦翁)은 그의 호이며, 존칭하여 주자(朱子)라고 불린다.

 

※程文伯恭餘(정문백공여) : 정문(程文)은 위의 주자와 함께 성리학(性理學)을 집대성한 정호(程顥)와 정이(程頤) 형제를 말하는 듯하다. 성리학(性理學)은 정호(程顥) 정이(程頤) 형제가 주자(朱子)와 함께 집대성하여 정주학(程朱學)이라고도 한다. 백공(伯恭)은 여조겸(呂祖謙)을 말하는데, 백공(伯恭)은 그의 자이다. 백공(伯恭)이 주자(朱子)와 함께 쓴 근사록(近思錄)은 송나라의 논어(論語)라 불린다.

 

其五

孤臣去京國 고신거경국

외로운 신하가 서울을 떠나며

回首淸漢曲 회수청한곡

맑은 한강 구비로 머리 돌리니

行行遅遅峴 행행지지현

고개 마루에서 행렬은 더디고

斜日更駐足 사일경주족

지는 해는 산기슭에 머물렀네

欝葱千章松 울총천장송

천 그루의 소나무가 빽빽하여

萬年護仙局 만년호선국

선국을 만년동안 지켜왔는데

臣罪臣自知 신죄신자지

신의 죄는 신이 몸소 알고 있으나

臣心先王燭 신심선왕촉

신의 마음은 왕촉을 앞서는구나

村燈不成寐 촌등불성매

시골마을의 등불이 잠들지 않으니

飮涕達晨旭 음체달신욱

아침 해 뜰 때까지 눈물을 삼켰네

 

※孤臣(고신) : 임금에게 버림받은 외로운 신하라는 뜻.

 

※臣心先王燭(신심선왕촉) : 왕촉(王燭)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충신이다. 연(燕) 나라 군대가 제나라를 침략하였을 때, 왕촉(王燭)이 어질다는 말을 듣고, 그가 사는 주위는 일체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그에게 1만 호를 봉하여 회유하고, 항복을 권유하였으나, 왕촉(王燭)은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 [忠臣不事二君 烈女不更二夫]’라는 말을 남기고, 목을 매어 죽었다. 곧 신(臣)의 충성심이 왕촉보다 앞선다는 의미이다.

 

其六

迢遞度川原 초체도천원

아득히 멀리 내와 벌판을 건너

逶遅越阡陌 위지월천맥

구불구불 밭둑길을 더디게 넘네

大嶺高際天 대령고제천

큰 고개와 높다란 하늘 사이에

浮雲杳何適 부운묘하적

뜬 구름은 아득히 어디로 가는가

鷄林舊遊地 계림구유지

옛적 노닐던 땅 계림에서의

卄載如宿夕 입재여숙석

이십 년이 하룻밤과 같구나

榮名哂蟻穴 영명신의혈

명예가 개미구멍을 비웃어도

歲月驚駒隙 세월경구극

구극처럼 빠른 세월에 놀라네

天公眞餉我 천공진향아

하느님이 진정 날 먹인다 해도

擔夫謝形役 담부사형역

짐꾼으로 일에 얽매이지 않겠네

植植姚平仲 식식요평중

요평중이 계책을 수립하였어도

勇退由敗績 용퇴유패적

대패를 이유로 용퇴하였으니

朝聞夕死可 조문석사가

아침에 깨닫고 저녁에 죽더라도

動忍庶增益 동인서증익

성품을 더욱 강인하게 하여야지

 

※鷄林(계림) : 신라 탈해왕 때부터 한동안 부르던 ‘신라’의 다른 이름. 저자 이만수가 경주 땅에 유배되었기에 이렇게 표현한 듯하다.

 

※卄載如宿夕(입재여숙석) : 숙석(宿夕)은 하룻밤이라는 뜻으로, 잠깐 사이를 이르는 말.

 

※駒隙(구극) : 구극(駒隙)은 백구과극(白駒過隙)에서 온 말로, 문틈으로 흰 망아지가 빨리 지나가는 것을 본다는 뜻이다. 세월과 인생이 덧없이 짧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擔夫謝形役(담부사형역) : 담부(擔夫)는 짐꾼이고, 형역(形役)은 마음이 육체나 물질의 지배를 받음을 말한다. 즉 일이나 물질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植植姚平仲(식식요평중) : 식식(植植)은 계책을 수립한다는 의미이다. 요평중(姚平仲)은 송나라 장수인데, 북송(北宋) 말기 금나라 군대가 침입하였을 때 요평중(姚平仲)이 금군을 기습할 계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야간기습은 사전에 정보가 누설되어 실패로 끝난다.

 

※朝聞夕死(조문석사) : 아침에 도를 들어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다는 말.

 

※動忍增益(동인증익) : 인의의 마음을 일으키고 기질의 성품을 강인하게 만들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함.

 

*이만수(李晩秀,1752~1820 ) : 조선후기 형조판서, 병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성중(成仲), 호는 극옹(屐翁) 극원(屐園). 1811년 홍경래(洪景來)의 난이 일어나자 치안 유지를 잘못했다는 죄로 이듬해 파직되고, 경주에 유배되었다가 곧 사면되어 공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