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고시(擬古詩)는 고시(古詩)를 본 뜨거나 모방하여 지은 시를 말한다. 고시는 당나라 때부터 성립한 근체시(近體詩)와 구분하기 위하여 그 이전의 시체를 통칭하는 말로 쓰였다. 고시는 근체시에서와 같이 자수(字數)나 구수(句數)의 제한이 자유롭고, 평측법(平仄法)도 없으며 각운(脚韻)을 다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의고시(擬古詩)에는 단순히 고시(古詩)의 형태를 본 떠서 자신의 감회를 표현하기도 하고, 고사를 인용하여 은근히 당시의 폐풍을 풍자하거나 자신만의 의미를 붙이기도 하였다.
도연명(陶淵明)은 한(漢)나라 때 지어진 고시(古詩)에 바탕을 둔 의고시(擬古詩) 9수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고시(古詩)를 모방하였다고 하기보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강조한 자신의 감개를 서술하였다. 이백(李白)도 의고시(擬古詩) 19수를 지었고, 소식(蘇軾)은 아예 도연명의 의고(擬古)에 화운하여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를 짓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도연명(陶淵明)의 의고시(擬古詩) 9수를 모두 화운하여 지은시가 있어 원운과 비교해 본다.
擬古 其一 의고 기일 陶淵明 도연명 原韻
榮榮窗下蘭 영영창하란
창 아래에 난초가 무성히 자라고
密密堂前柳 밀밀당전류
잡 앞엔 버들이 빽빽이 늘어지니
初與君別時 초여군별시
처음 그대와 더불어 이별할 때는
不謂行當久 불위행당구
오랫동안 다니리라 하지 않았네
出門萬裏客 출문만리객
집을 나서 만 리의 나그네 되어
中道逢嘉友 중도봉가우
다니던 중에 좋은 친구를 만났네
未言心先醉 미언심선취
말하기 전에 먼저 마음이 취하니
不在接杯酒 부재접배주
술잔으로 사귄 탓만이 아니라네
蘭枯柳亦衰 난고류역쇠
난초가 마르고 버들 또한 시들 때
遂令此言負 수령차언부
마침내 약속을 저버리고 말았구나
多謝諸少年 다사제소년
여러 젊은이들에게 거듭 이르노니
相知不忠厚 상지불충후
서로 안다고 다 충후하지는 않다네
意氣傾人命 의기경인명
뜻이 맞으면 목숨까지 바친다는데
離隔復何有 이격부하유
떨어져 있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擬古 其一은 멀리 떠나 소식도 없는 친구를 그리며, 의기가 투합하면 목숨도 바친다는데, 멀리 떠난 게 무슨 변명이 되냐고 반문하는 내용이다.
擬古 其一 의고 기일 申欽 신흠 和韻
看盡溪南花 간진계남화
시내 남쪽의 꽃을 모두 구경하고
還尋溪北柳 환심계북류
다시 시내 북쪽의 버들을 찾았네
靑陽變朱夏 청양변주하
화창한 봄이 더운 여름이 되었으니
我來亦已久 아래역이구
내가 온 지도 이미 오래되었구나
山禽解客意 산금해객의
산새들이 나그네 마음을 잘 알아서
嚶嚶求友鳴 앵앵구우명
조잘대며 벗들을 부르며 우는구나
歸臥茅簷下 귀와모첨하
돌아와서 초가지붕 아래에 누워
壺觴盈淥酒 호상영록주
술병과 술잔에 맛있는 술을 채우니
窮厄雖云極 궁액수운극
비록 액운이 극에 달했다 하더라도
良貴還自負 양귀환자부
양귀가 돌아와서 스스로 당당해지네
世緣日以薄 세연일이박
속세 인연은 날이 갈수록 옅어지고
道味日以厚 도미일이후
도의 참맛은 날마다 짙어가는구나
老莊非達人 노장비달인
노자와 장자마저 달인은 아니어서
區區較無有 구구교무유
구구하게 있고 없음을 따지고 있네
※淸陽(청양) :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한 때라는 뜻으로, ‘봄’을 이르는 말.
※淥酒(록주) : 녹주. 중국의 투명한 녹색의 고급술, 또는 맛있는 술.
※窮厄(궁액) : 재앙과 액운으로 고생함. 위난을 만나 괴로워함.
※良貴(양귀) : 참으로 귀한 것이란 뜻으로 하늘로부터 받은 벼슬[天爵]을 가리킨다. 인(仁) 의(義) 충(忠) 신(信) 등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작(天爵)이고, 공(公) 경(卿) 대부(大夫) 등은 인간이 만든 인작(人爵)인데, 양귀는 천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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