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歸園田居 (귀원전거) - 陶淵明 (도연명)

-수헌- 2023. 11. 18. 12:29

歸園田居 귀원전거 陶淵明 도연명  

전원에 돌아와서 살며

 

귀원전거(歸園田居)는 도연명(陶淵明)이 41세 때 팽택 현령(彭澤縣令) 자리를 내놓고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작품이다. 속세를 떠나 조용히 밭이나 갈고 지내겠다는 바람대로 죽을 때까지 22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전원시인으로서 뛰어나면서도 쉬운 문장으로 맑고 깨끗한 시를 쓰며 살았다 한다. 도연명(陶淵明)의 시는 빼어난 작품성으로 후대의 많은 시인이 화운(和韻)하였다. 귀원전거(歸園田居)도 신흠(申欽) 김수항(金壽恒) 이만수(李晩秀) 등이 차운한 시 들이 있는데 원운(原韻)과 함께 차례대로 소개한다.

 

 

歸園田居 一   귀원전거 1

 

少無適俗韻 소무적속운

어려서 속된 음운과는 맞지 않고

性本愛丘山 성본애구산

성품은 본래 자연을 좋아했는데

誤落塵網中 오락진망중

세속의 그물 속에 잘못 떨어져서

一去三十年 일거 삼십 년

어느 듯 삼십 년 세월이 흘렀구나

羈鳥戀舊林 기조연구림

새장 속의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 지어사고연

연못의 고기는 옛 웅덩이 생각하듯

開荒南野際 개황남야제

남쪽들 가장자리의 황무지 일구며

抱拙歸園田 포졸귀원전

질박한 생각으로 전원에 돌아왔네

方宅十餘畝 방택십여묘

주위 집터는 십여 묘에 불과하고

草屋八九間 초옥팔구간

초가집은 여덟아홉 칸에 불과해도

楡柳蔭後檐 유류음후첨

느릅나무 버드나무 뒤 처마를 덮고

桃李羅堂前 도리나당전

복숭아 자두나무 집 앞에 늘어섰네

曖曖遠人村 애애원인촌

멀리 사람 사는 마을이 아스라한데

依依墟里煙 의의허리연

마을에는 연기가 아련히 피어나네

狗吠深巷中 구폐심항중

마을 안 거리에선 개가 짖어대고

鷄鳴桑樹顚 계명상수전

뽕나무 위에서는 닭이 우는구나

戶庭無盡雜 호정무진잡

집 뜰에는 더럽고 잡된 것이 없고

虛室有餘閒 허실유여한

텅 빈 방안에는 한가함이 넘치네

久在樊籠裏 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있다가

復得返自然 부득반자연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왔구나

 

 

歸園田居 二    귀원전거 2

 

野外罕人事 야외한인사

들판 밖에는 다니는 사람도 드물고

窮巷寡輪鞅 궁항과륜앙

궁벽한 거리엔 오가는 마차도 적구나

白日掩荊扉 백일엄형비

대낮에도 사립문을 굳게 닫아걸고

虛室絶塵想 허실절진상

텅 빈 방에서 속세 생각 끊고 사네

時復墟曲中 시부허곡중

이따금 굽은 언덕길 가운데를 돌아

披草共來往 피초공내왕

풀 섶을 헤치면서 함께 왕래하네

相見無雜言 상견무잡언

서로 만나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但道桑麻長 단도상마장

다만 삼과 뽕나무 농사 얘기만 하네

桑麻日已長 상마일이장

뽕과 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我土日已廣 아토일이광

나의 농토도 하루하루 넓어지지만

常恐霜霰至 상공상선지

항상 두려운 건 서리나 우박 내려

零落同草莽 영락동초망

잡초 덤불처럼 시들까 걱정이라네

 

 

歸園田居 三    귀원전거 3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남산 아래에다 콩을 심었더니

草盛豆苗稀 초성두묘희

풀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무네

晨興理荒穢 신흥리황예

새벽에 일어나 묵은땅 일구다가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달빛 속에 호미 메고 돌아오네

道狹草木長 도협초목장

길은 좁고 초목은 길게 자라서

夕露沾我衣 석로첨아의

저녁 이슬이 내 옷을 적시는구나

衣沾不足惜 의첨불족석

옷 젖는 것은 아깝지 않지마는

但使願無違 단사원무위

다만 내 바램이 어긋나지 않았으면

 

 

歸園田居 四   귀원전거 4

 

久去山澤游 구거산택유

오랜만에 산과 못으로 다니면서

浪莽林野娛 낭망림야오

우거진 임야를 다니며 즐기네

試携子姪輩 시휴자질배

자식과 조카들 손을 잡고 이끌며

披榛步荒墟 피진보황허

덤불 헤치고 황폐한 옛터로 가네

徘徊丘壟間 배회구롱간

언덕 위의 무덤사이를 서성이니

依依昔人居 의의석인거

옛사람의 거처가 어렴풋하구나

井竈有遺處 정조유유처

우물과 부엌 있던 터가 남아있고

桑竹殘朽株 상죽잔후주

뽕나무 대나무 그루터기도 남았네

借問採薪者 차문채신자

나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네

此人皆焉如 차인개언여

이 사람들은 모두 어찌 되었냐고

薪者向我言 신자향아언

나무꾼이 나에게 대답하는 말이

死沒無復餘 사몰무복여

모두 죽고 남은 사람이 없다네

一世異朝市 일세이조시

한 세대면 세상이 달라진다더니

此語眞不虛 차어진불허

이 말이 참으로 빈말이 아니구나

人生似幻化 인생사환화

사람 사는 것이 허깨비와 같아서

終當歸空無 종당귀공무

끝내는 공과 무로 돌아가는 것이지

 

 

歸園田居 五   귀원전거 5 ​

 

悵恨獨策還 창한독책환

비통함에 홀로 지팡이 짚고 돌아오며

崎嶇歷榛曲 기구력진곡

덤불 우거진 험한 길을 지나오니

山澗榆且淺 산간청차천

산골 계곡 물은 얕게 찰랑거려서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나의 발을 깨끗이 씻을 수 있구나

漉我新熟酒 녹아신숙주

나는 새로 익은 술을 거르면서

隻鷄招近局 척계초근국

닭 한 마리 잡아 이웃을 부른다

日入室中闇 일입실중암

해가 저물어 방안이 어둑해지니

荊薪代明燭 형신대명촉

촛불 대신 땔나무로 불을 밝힌다

歡來苦夕短 환래고석단

즐거워도 밤이 짧아서 괴로운데

已復至天旭 이부지천욱

벌써 아침 해가 다시 떠오르네

 

 

歸園田居 六    귀원전거 6

 

種苗在東皐 종묘재동고

동쪽 언덕에 살며 씨앗을 뿌렸더니

苗生滿阡陌 묘생만천맥

싹이 자라나서 온 두렁에 가득하네

雖有荷鋤倦 수유하서권

비록 호미 메고 김매기가 싫증 나도

濁酒聊自適 탁주료자적

막걸리 한잔에 절로 즐겁기만 하네

日暮巾柴車 일모건시거

날 저물어 나무 실은 수레를 덮으니

路暗光已夕 노암광이석

이미 저녁이 되어 길이 어둑하구나

歸人望煙火 귀인망연화

사람들은 밥 짓는 연기 따라 돌아가고

稚子候檐隙 치자후첨극

어린아이들은 처마 밑에서 기다리네

問君亦何爲 문군역하위

그대는 또 무엇을 하려는지 물으니

百年會有役 백년회유역

인생 백년에 반드시 할 일 있다네

但願桑麻成 단원상마성

단지 뽕나무와 삼이 잘 자라길 바라고

蠶月得紡績 잠월득방적

누에 철에는 길쌈할 수 있기 바라네

素心正如此 소심정여차

평소의 마음 진정 이와 같을 뿐이니

開逕望三益 개경망삼익

길 열어놓고 좋은 벗 오기를 바라네

 

※三益(삼익) : 삼익지우(三益之友)의 준말로 사귀어서 이로운 세 부류의 벗, 즉 정직하고 성실하고 견문이 넓은 사람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