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陶淵明述酒 幷序 (화도연명술주 병서) - 金宗直 (김종직)

-수헌- 2023. 12. 8. 18:37

이번에는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화도연명술주(和陶淵明述酒)를 소개한다. 도연명(陶淵明)의 술주(述酒)는 술의 힘을 빌어서 읊는다는 뜻으로 송태조 유유(劉裕)가 진 나라 공제[晉恭帝]를 폐위하고 송(宋) 나라를 세운 것을 은근히 비판한 시인데, 점필재가 이 시를 화운 하면서 서문에서 유유(劉裕)의 흉역(㐫逆)을 드러내 비판하였다. 이 시의 병서(幷序)에서 도연명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은어를 사용했다 하였으나, 정작 자신은 이 시가 결국  세조(世祖)의 단종(端宗) 폐위를 비판한 것으로 인정되어 조의제문(弔義帝文)과 함께 무오사화(戊午士禍)의 원인이 되어 부관참시(剖棺斬屍) 당하는 원인이 되었다.

 

 

和陶淵明述酒 幷序   화도연명술주 병서     金宗直   김종직  

도연명의 술주시에 화운하다 병서

 

余少讀述酒 殊不省其義 及見和陶詩湯東澗註疏 然後知爲零陵之哀詩也 嗚呼 非湯公 劉裕簒弑之罪 淵明忠憤之志 幾乎隱矣 其好爲瘱詞者 其意以爲裕方猖獗 于時不能以容吾力 吾但潔其身耳 不可顯之於言語 自招赤族之禍也 今余則不然 生於千載之下 何畏於裕哉 故畢露裕㐫逆 以附湯公註䟽之末 後世亂臣賊 覽余詩而知惧 則竊比春秋之一筆云

내가 젊어서 도연명의 술주시를 읽고 그 뜻을 잘 알지 못했으나, 뒤에 화도시에 대한 탕동간(湯東澗)¹ 의 주소(註疎)를 본 다음에야 영릉(零陵)²을 위한 애시(哀詩) 임을 알게 되었다. 아, 탕공이 아니었다면 유유(劉裕)가 찬시(簒弑)³한 죄와 연명(淵明)의 충분(忠憤) 어린 뜻이 숨겨질 뻔했구나. 그가 은어를 쓰기 좋아한 것은, 그의 생각에 유유가 이때에 한창 날뛰기 때문에 나의 힘이 용납될 수가 없는 형편이니, 나는 다만 몸이나 깨끗하게 할 뿐이요, 언어 가운데 그런 일을 드러내어 멸족의 화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천 년 뒤에 태어났는데 어찌 유유처럼 두렵겠는가. 그러므로 유유의 흉역한 행위를 다 드러내서 탕공의 주소 끝에 부치니, 후세의 난신적자가 나의 시를 보고 두려워할 줄을 알게 된다면 이 또한 삼가 춘추의 일필에 견주는 바이다.

 

鼎鐺猶有耳 정당유유이

솥에도 오히려 귀가 있는데

人胡不自聞 인호불자문

사람이 어찌 듣지를 못하는가

君臣殊尊卑 군신수존비

임금과 신하는 존비가 달라서

乾坤位攸分 건곤위유분

하늘과 땅은 지위가 구분되네

奸名斯不軌 간명사불궤

간악한 이름이 불궤를 범하여

赤族無來雲 적족무래운

멸족되어 후손이 끊어져버리니

當時馬南渡⁴⁾ 당시마남도

당시 사마씨는 남으로 건너가고

神州餘丘墳⁵⁾ 신주여구분

중원에는 무덤만 남아 있구나

天心尙未厭 천심상미염

천심은 아직 떠나지 않았기에

有若日再晨 유약일재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온 듯했네

處仲首作孼⁶⁾ 처중수작얼

처중이 맨 처음 난을 일으키니

<王敦 왕돈이다.>

狼子非人馴⁷⁾ 랑자비인순

이리 새끼는 길들일 수 없구나

<蘇峻 소준이다.>

蚩蚩遺臭夫 치치유취부

악명을 남긴 어리석은 사나이는

斅兒戕厥身⁸⁾ 효아장궐신

자식까지 그 몸을 죽게 했으니

<桓溫父子 환온의 부자이다.>

四梟者何功⁹⁾ 사효자하공

네 올빼미는 공이 무엇 이길래

天報諒殷懃 천보량은근

하늘이 진실로 은근히 처형했나

婉婉安與恭 완완안여공

유순하였던 안제와 공제는

乃是劉氏君 내시류씨군

바로 이 유 씨들의 임금이었는데

蒼天謂可欺 창천위가기

푸른 하늘을 속일 수 있다 여겨

高把堯舜薰 고파요순훈

높이 요순의 교훈을 끌어대었네

受禪卒反賊 수선졸반적

역적질로 끝내 선위를 받았으나

史氏巧其文 사씨교기문

사관들은 교묘하게 글을 꾸며서

諉以四靈應¹⁰⁾ 위이사령응

사령이 응했다고 핑계를 대고

宗岱且祠汾¹¹ 종대차사분

태산에 봉선하고 분음에 제사했네

僞命雖能造 위명수능조

비록 거짓 천명을 만들 수 있으나

世亂當紛紛 세란당분분

세상은 의당 분분하고 혼란하였네

好還理則然 호환이칙연

순리와 법칙은 마땅히 순환하니

劭也蔑天親 소야멸천친

천친을 능멸한 건 바로 소였네

述酒多隱辭 술주다은사

술주시에는 은어도 참 많으니

彭澤無比倫 팽택무비륜

팽택에겐 비교할 자가 없겠구나

 

※湯東澗(탕동간)¹ : 송나라 때의 문인 관료이며 학자인 탕한(湯漢). 동간(東澗)은 탕한(湯漢)의 호임

 

※零陵(영릉)² : 진 공제(晉恭帝)를 말한다. 남조 송나라 태조[南朝 宋太祖]인 유유(劉裕)가 공제(恭帝)를 폐하여 영릉왕(零陵王)으로 삼았다가 그다음 해에 공제를 시해하고 제위(帝位)를 찬탈하여 국호를 송(宋)으로 했었다.

 

※簒弑(찬시)³ : 임금을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음.

 

※當時馬南渡(당시마남도)⁴⁾ : 마(馬)는 사마(司馬)씨를 말한다. 삼국(三國) 시대 사마의(司馬懿)의 손자 사마염(司馬炎)이 서진(西晉)을 세웠으나, 사대(四代) 째인 민제(愍帝) 때 한(漢)의 유요(劉曜)의 침략을 받아 서진이 멸망하고, 당시 낭야왕(瑯琊王) 사마예(司馬睿)가 강남(江南)의 건강(建康)으로 쫓겨 가서 동진 원제(東晉元帝)가 되었던 사실을 말한다.

 

※神州(신주)⁵⁾ : 송대(宋代)에 경기(京畿)를 일컫던 말로 중원(中原)의 별칭이다.

 

※處仲首作孼(처중수작얼)⁶⁾ : 처중(處仲)은 진나라의 간신 왕돈(王敦)의 자이다. 그는 진 원제(晉元帝)를 도와 공을 세웠으나, 뒤에 공을 믿고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다가 끝내 난을 일으켰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병사했다. 작얼(作孼)은 죄를 짓다는 뜻이다.

 

※狼子非人馴(낭자비인순)⁷⁾: 소준(蘇峻)을 가리킨다. 그는 진 원제를 도와 공을 세우고 관군장군(冠軍將軍)이 되었는데, 성제(成帝) 때에 반역하여 임금을 석두성(石頭城)에 내쫓기까지 하였으나, 끝내 도간(陶侃) 등의 군대에게 패하여 죽었다.

 

※斅兒戕厥身(효아장궐신)⁸⁾ : 진(晉) 나라 환온(桓溫)이 권세가 극에 달하자, 반역할 생각을 품고서 ‘사나이가 백세에 좋은 명성을 전하지 못할 바엔 악명이라도 만 년에 남겨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는 끝내 찬탈을 꾀하다가 이루지 못하고 병사하였다. 그의 아들 환현(桓玄) 또한 막대한 권력으로 안제(安帝)에게 선위(禪位)를 받고 제호(帝號)를 참칭(僭稱) 했다가 유유(劉裕)에게 패하여 죽었다.

 

※四梟(사효)⁹⁾ :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다 하여 악인(惡人)을 비유한다. 여기서 넷이란 바로 위에서 말한 왕돈(王敦) 소준(蘇峻) 환온(桓溫) 환현(桓玄)을 말한다.

 

※四靈(사령)¹⁰⁾ : 기린[麟] 봉(鳳) 귀(龜) 용(龍)을 말하는데, 사령이 나타나는 것은 제왕(帝王)이 출현할 상서라고 한다.

 

※宗岱且祠汾(종대차사분)¹¹ : 한 무제(漢武帝) 때 분음에서 보정(寶鼎)을 얻고 나서는 감천궁(甘泉宮)에 분음사(汾陰祠)를 세워 제사를 지낸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천자의 의식을 뜻한다.

 

※劭也蔑天親(소야멸천친)¹² : 소(劭)는 남조 송 문제(南朝宋文帝)의 장자(長子)로 황태자에 책봉된 유소(劉劭)를 가리키는데, 뒤에 부왕(父王)을 무고(巫蠱;주술로서 사람을 저주함)한 사실이 발각되어 폐태자(廢太子)가 되었다가 마침내 시역(弑逆)을 자행하여 스스로 즉위하였으나, 의병(義兵)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述酒   술주     陶潛   도잠    原韻  

술의 힘을 빌어서 읊다

 

重離照南陸¹ 중리조남육

밝은 빛이 남녘땅을 비추니

鳴鳥聲相聞 명조성상문

새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네

秋草雖未黃 추초수미황

가을 풀들은 비록 시들지 않았으나

融風久已分 융풍구이분

봄바람은 흩어진 지 이미 오래구나

素礫皛修渚 소력효수저

물가에서 닦은 흰 조약돌이 반짝이고

南嶽無餘雲 남악무여운

남쪽 큰 산에 남은 구름도 없어졌네

豫章抗高門² 예장항고문

예장이 조정에 대항하였고

重華固靈墳³ 중화고령분

중화의 혼령은 무덤 속에 갇히었네

流淚抱中歎 유루포중탄

눈물 흘리며 마음속으로 탄식하며

傾耳聽司晨 경이청사진

귀 기울이니 새벽 알리는 소리 들리네

神州獻嘉粟 신주헌가속

나라 안에서는 좋은 곡식을 바치고

四靈爲我馴⁴⁾ 서령위아순

네 가지 신령도 나를 위해 복종하네

諸梁董師旅⁵⁾ 제량동사려

심제량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자

羋勝喪其身⁵⁾ 미승상기신

미승은 스스로 제 목숨을 끊었네

山陽歸下國⁶⁾ 산양귀하국

산양공은 작은 나라로 돌아갔지만

成名猶不勤⁶⁾ 성명유불력

이름만 있었지 오히려 할 일은 없었네

卜生善斯牧⁷⁾ 복생선사목

복생은 백성을 양을 치듯 잘 다스렸고

安樂不爲君⁷⁾ 안락불위군

안락은 왕을 위한 충언을 하지 않았네

平王去舊京⁸⁾ 평왕거구경

평왕은 옛 도읍지로 떠나가 버렸으며

峽中納遺薰⁹⁾ 협중납유훈

골짜기 안에서 연기를 거두어 전했네

雙陵甫云育¹ 쌍릉포운육

쌍릉을 크게 길러내었다고 하는데

三趾顯奇文¹¹ 삼지현기문

삼지조가 나타나니 기이한 현상이네

王子愛淸吹¹² 왕자애청취

왕자는 생황을 맑게 불기 좋아하여

日中翔河汾¹² 일중상하분

대낮에 강물 위를 크게 날아갔네

朱公練九齒¹³ 주공련구치

도주공은 구 년 동안을 수련하여서

閒居離世紛¹³ 한거리세분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 한가히 살았네

峨峨西嶺內¹⁴⁾ 아아서령내

높고 높은 서쪽의 봉우리 안쪽에서

偃息常所親¹⁴⁾ 안식상소친

항상 존경하는 분들이 누워 쉬는구나

天容自永固¹⁵⁾ 천용자영고

임금의 훌륭한 용모는 영원할 것이나

彭殤非等倫 팽상비등륜

팽조와 상자를 같이 비교할 수는 없네

 

※重離(중리)¹ : 주역(周易) 이괘(離卦) 상(象)에 ‘밝음이 둘인 것이 이(離)가 되니, 대인(大人)이 본받아서 밝음을 이어 사방을 비춘다. [明兩作離大人以繼明照于四方]‘ 한 데서 인용하여 중첩된 밝음 즉 매우 밝음, 임금의 밝은 정치를 의미한 듯하다.

 

※豫章抗高門(예장항고문)² : 예장(豫章)은 작위를 받은 유유(劉裕)를 가리킨다. 환현(桓玄)이 반란을 일으키자, 유유는 곳곳의 호걸들과 연계해 환현을 토벌하였다. 그러나 유유도 진 공제(晉恭帝)를 압박해 제위(帝位)를 선위(禪位) 받아 송나라[劉宋]를 세운 뒤 진 공제(晉恭帝)를 시해한다. 고문(高門)은 돈 많고 지체가 높은 집이나 집안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진(晉) 나라 조정을 의미한다.

 

※重華固靈墳(중화고령분)³ : 중화(重華)는 순(舜) 임금의 이름이다. 여기서는 진 공제(晉恭帝)를 우(禹) 임금에게 나라를 물려준 순(舜) 임금에 은유(隱喩)하였다.

 

※四靈爲我馴(사령위아순)⁴⁾ : 사령(四靈)은 사서(四瑞)라고도 하며, 예기(禮記) 예운편(禮運篇)에 기록된 전설상의 네 가지 신령하고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麒麟), 봉황(鳳凰), 영귀(靈龜), 응룡(應龍)을 가리킨다. 짧게 린(麟) 봉(鳳) 귀(龜) 용(龍)이라고도 하며, 사령이 나타나는 것은 제왕(帝王)이 출현할 상서라고 한다. 즉 유유(劉裕)가 찬탈을 위해 사령(四靈)을 핑계함을 말한다.

 

※諸梁董師旅(제량동사려) 羋勝喪其身(미승상기신)⁵⁾ : 제량(諸梁)은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인 섭공(葉公) 심제량(沈諸梁)을 말하고, 미승(羋勝)은 초 평왕(楚平王)의 손자인 백공승(白公勝)을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미승이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 왕위에 올랐는데, 심제량(沈諸梁)이 와서 초나라를 구했으며, 미승(羋勝)은 자결하였다. 이 이야기는 왕위를 찬탈한 환현(桓玄)이 유유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의미한다.

 

※山陽歸下國(산양귀하국) 成名猶不勤(성명유불근)⁶⁾ : 산양공(山陽公)은 한나라 헌제(獻帝) 유협(劉恊)을 말한다. 위왕(魏王) 조비(曹丕)가 황제를 자칭하고 헌제를 내쫓아 산양공(山陽公)으로 삼았는데, 이는 유유가 진 공제(晉恭帝)를 내쫓아 이름뿐이고 할 일이 없는 영릉왕(零陵王)으로 삼은 것을 은유(隱喩)한다.

 

※卜生善斯牧(복생선사목) 安樂不爲君(안악불위군)⁷⁾ : 복생은 한 무제(漢武帝) 때의 사람 복식(卜式)을 말한다. 그는 양들을 잘 길러서 한 무제가 감탄하자 ‘백성을 다스리는 것도 양을 키우듯 하면 된다.’고 하였다. 이에 한 무제는 그를 발탁하여 훗날 태부로 삼았다 한다. 안락(安樂)은 한나라 때 창읍왕(昌邑王)을 지낸 유하(劉賀)의 신하인데, 임금이 음란하고 교만한데도 충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平王去舊京(평왕거구경)⁸⁾ : 주(周) 나라가 견융(犬戎)의 침입을 받아 유왕(幽王)이 피살되고 도읍인 호경(鎬京 ; 지금의 西安)이 함락되자 평왕(平王)이 도읍을 낙읍(洛邑 ; 지금의 洛陽)으로 옮긴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안제(安帝)가 환현(桓玄)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평고왕(平固王)으로 강등되어 도읍인 건업(建業)을 떠나 심양으로 옮겨간 것에 비유하였다.

 

※峽中納遺薰(협중납유훈)⁹⁾ : 훈(薰)은 향풀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쑥을 태운 연기를 말한다. 월(​​越)나라에서 임금이 3대에 걸쳐 피살당하자 왕자 수(搜)가 골짜기의 굴로 도망쳤는데, 월나라 사람들이 쑥을 태운 연기를 굴속으로 보내어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해 왕으로 추대하였다. 여기서는 유유가 황제의 자리를 노려 안제(安帝)를 죽이고 공제(恭帝)를 억지로 세운 것을 은유(隱喩)한다.

 

※雙陵甫云育(쌍릉보운육)¹ : 쌍릉(雙陵)은 낙양에 있는 진(晉) 무제(武帝)와 혜제(惠帝)의 무덤인데, 여기서는 관중(關中)과 낙양(洛陽) 일대의 중원 지역을 뜻하며, 유유가 관중과 낙양 일대를 수복한 것을 의미한다.

 

※三趾顯奇文(삼지현기문)¹¹ : 삼지조(三趾鳥)는 세 발 달린 새 삼족오(三足烏)를 의미한다. 삼족오(三足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전설의 새인데, 태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족오(三足烏)의 발이 세 개인 것은 삼신일체(三神一體), 즉 천(天) 지(地) 인(人)을 연결하는 것으로 천계의 사자(使者), 군주, 천제(天帝)를 상징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역시 유유의 송나라[劉宋] 수립을 반어법으로 은유(隱喩)한 듯하다.

 

※王子愛淸吹(왕자애청취) 日中翔河汾(일중상하분)¹² : 왕자(王子)는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 진(晉)을 말한다. 생황(笙簧)을 부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나중에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승천하였다고 한다. 왕자 진이 신선이 되어 떠나간 일을 동진의 멸망으로 은유(隱喩)하고 있다.

 

※朱公練九齒(주공련구치) 閒居離世紛(한거리세분)¹³ : 주공(朱公)은 도주공(陶朱公)으로 불리는 월(越) 나라의 대부(大夫) 범려(范蠡)를 말한다. 그는 전국시대 월왕(越王) 구천을 도와 오(吳)나라를 멸망시킨 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금의 산동성 서북쪽인 도(陶) 땅에 은거하여 도주공(陶朱公)이라 불리며 살았다 한다. 이는 유송(劉宋)을 창건한 유유가 불렀으나 출사하지 않은 도연명(陶淵明) 자신을 은유(隱喩)한다.

 

※峨峨西嶺內(아아서령내) 偃息常所親(언식상소친)¹⁴⁾ : 서령(西嶺)은 백이(伯夷)와 숙제(叔弟)가 은거했던 수양산(首陽山)을 말한다. 주나라에 출사하지 않고 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백이(伯夷) 숙제(叔弟)를 도연명 자신에 은유한다.

 

※天容自永固(천용자영고)¹⁵⁾ : 여기서 천용(天容)은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긴 진 공제(晉恭帝)를 말한다.

 

※彭殤非等倫(팽상비등륜)¹⁶⁾ : 팽상(彭殤)은 팽조(彭祖)와 상자(殤子)를 말한다. 팽조는 요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까지 팔백 살을 살았다는 장수(長壽)의 상징이고, 상자(殤子)는 요절(夭折)한 어린아이를 가리킨다. 부당하게 찬탈한 나라는 그 수명이 짧지만, 정도(正道)를 행하다가 힘이 약해 왕위를 빼앗긴 나라는 오랫동안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추원재; 점필재 김종직과 그의 부친이 살았던 곳에 위치한 재실
예림서원 . 점필재 김종직을 배향한 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