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次歸園田居韻 (차귀원전거운) - 金壽恒 (김수항)

-수헌- 2023. 11. 25. 10:18

次歸園田居韻   차귀원전거운     金壽恒   김수항 

귀원전거에 차운하다

 

東坡謫惠州 遊白水山 佛跡巖而歸 悉次淵明歸園田詩韻 今余所寓 有國師巖 卽道詵遺跡也 遂用其韻以志之

동파적혜주 유백수산 불적암이귀 실차연명귀원전시운 금여소우 유국사암 즉도선유적야 수용기운이지지

소동파가 혜주에 유배되었을 때 백수산과 불적암을 유람하고 돌아와 도연명의 귀원전 시들을 모두 차운하였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 국사암이 있는데 바로 도선의 유적이다. 드디어 그 운을 사용하여 기록한다.

 

陂陁國師巖 피타국사암

비탈진 벼랑 끝의 국사암이

斜對月出山 사대월출산

비스듬히 월출산과 마주했네

鳩林徵異事 구림징이사

구림에 기이한 일이 있었으니

陳跡已千年 진적이천년

옛 자취는 벌써 천년이 지났구나

流傳巖下路 류전암하로

전해 오기를 바위 아래의 길이

舊是千尋淵 구시천심연

옛날에는 천 길의 못이었다네

嘗聞灰變劫 상문회변겁

일찍이 들은 겁회의 변화를

始驗海成田 시험해성전

상전이 벽해 된 데서 증험했네

誰言漢陽客 수언한양객

누군가가 말하는 한양 길손이

竄身來此間 찬신래차간

몸을 숨겨서 이곳으로 와서

登巖試四望 등암시사망

바위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海山皆眼前 해산개안전

바다와 산이 모두 눈앞에 있고

前臨數百戶 전림수백호

앞에 있는 수백 호의 집에서는

日夕連炊煙 일석련취연

저녁밥 짓는 연기가 이어졌네

眞僧卓錫地 진승탁석지

참된 스님이 탁석한 장소인데

苔髮被巖顚 태발피암전

이끼가 바위 꼭대기를 뒤덮었네

有時獨盤桓 유시독반환

때로는 홀로 주위를 서성이며

目送浮雲閒 목송부운한

한가히 뜬구름에 눈길을 보내네

銷沈何足論 소침하족론

의기소침해짐을 어찌 논하랴마는

我心正悠然 아심정유연

내 마음은 진정 유연해지는구나

 

※鳩林徵異事(구림징이사) : 신라 진덕왕(眞德王) 말년에 영암의 성기산(聖起山) 벽촌의 한 처녀가 겨울철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다 물 위에 떠 있는 푸른 오이를 건져 먹은 뒤 배가 불러 아기를 낳았다. 처녀의 부모는 처녀가 아이를 낳은 게 부끄러워 아기를 국사봉(國師峰) 대 숲에 버렸는데 비둘기들이 날개로 감싸 보호하자 신기하게 여겨 다시 아기를 거두어 길렀다. 그 아기가 자라서 도선국사(道詵國師)가 되었다. 도선국사가 버려졌던 마을은 구림촌(鳩林村)이라 하고, 아기를 버린 바위를 바로 국사암(國師巖)이라 한다.

 

※嘗聞灰變劫(상문회변겁) : 겁회(劫灰)에서 온 말로, 세상이 멸망할 때에 일어난다는 큰불의 재 또는 (화재나 전란 등) 대재난을 겪은 흔적을 말한다.

 

※眞僧卓錫地(진승탁석지) : 진승(眞僧)은 도선국사(道詵國師)를 말하고, 탁석(卓錫)은 석장(錫杖)을 세운다는 뜻으로, 돌아다니던 승려가 한 절에 오래 머무름을 이르는 말이다. 곧 도선국사(道詵國師)가 도갑사(道岬寺)를 창건한 곳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其二

宦游苦趨塵 환유고추진

벼슬이란 먼지를 쫓듯이 괴로운데

謫居幸稅鞅 적거행세앙

유배지에 다행히 원망을 내려놓고

閒依耕釣隣 한의경조린

한가히 이웃 따라 밭 갈고 낚시하며

稍愜湖海想 초협호해상

세상일을 생각하니 조금 흡족해지네

慵來且高臥 용래차고와

게으름이 오면 잠깐 편히 누웠다가

興到時獨往 흥도시독왕

흥취 일어나면 때때로 홀로 거닐며

人情任厚薄 인정임후박

지나치든 모자라든 인정에 맡겨두고

物理看消長 물리간소장

소장성쇠 하는 만물의 이치를 보네

雲歸碧峯陰 운귀벽봉음

구름은 푸른 봉우리 속으로 돌아가고

潮落滄洲廣 조락창주광

조수가 빠지니 푸른 물가가 넓어졌네

卽此散幽襟 즉차산유금

이곳에서 그윽한 회포를 풀면 되지

何須攬宿莽 하수람숙망

어찌 우거진 잡초를 캘 필요가 있나

 

※趨塵(추진) : 추진(趨塵)’은 진(晉) 나라 때 반악(潘岳)이 당시의 권신(權臣)인 가밀(賈謐)을 아첨하여 섬기면서 가밀이 외출할 때마다 수레의 먼지를 바라보며 절을 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명리(名利)를 얻기 위해 비굴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宿莽(숙망) : 굴원의 이소(離騷)에 ‘流水와 같은 세월을 내 따라가지 못할 듯하니,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까 두려워서. 아침에는 비산의 목란을 뽑고 저녁에는 물가의 숙망을 뜯네. [汨余若將不及兮 恐年歲之不吾與 朝搴阰之木蘭兮 夕攬洲之宿莽]‘라는 구절에서 인용하였는데, 흘러가는 세월이 두렵지 않다는 표현이다. 숙망(宿莽)은 우거진 잡초라는 뜻이다.

 

 

其三

歲晏風景冷 세안풍경랭

저무는 한 해 풍경 쌀쌀하고

村深車馬稀 촌심차마희

마을 깊은 곳 거마가 드문데

隣翁挈榼至 인옹설합지

이웃 늙은이 술병 들고 와서

不醉卽無歸 불취즉무귀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네

捫松露灑面 문송로쇄면

솔 만지니 이슬이 얼굴에 젖고

摘橘香滿衣 적귤향만의

귤 따니 향기가 옷에 가득한데

已謝簪組累 이사잠조루

얽매인 벼슬살이 이미 끝났으니

寧愁鄕國違 영수향국위

어찌 고향 떠났다고 근심하리오

 

※簪組(잠조) : 잠(簪)은 벼슬아치가 쓰는 관(冠)을 고정시키는 비녀이고, 조(組)는 관리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에 차고 있는 부절이나 도장을 매는 인끈이다. 따라서 높은 지위의 벼슬아치를 말한다.

 

 

其四 

玆鄕信樂土 자향신낙토

이 고장은 참으로 낙토이어서

山澤佳可娛 산택가가오

산천이 아름다워 즐길 만하네

層巒開洞府 층만개동부

겹친 산속에 동부가 열려 있고

遠浦繞村墟 원포요촌허

멀리 포구가 마을을 둘러 있네

向來落南士 향래락남사

남으로 향해 내려온 선비들이

於焉多卜居 어언다복거

어느새 많이들 살 곳을 정하여

岸岸竹成林 안안죽성림

언덕마다 대나무 숲을 조성하고

家家梅並株 가가매병주

집집마다 매화를 두루 심었네

溝塍紛繡錯 구승분수착

도랑과 밭둑은 수놓듯 얽혔어도

原野何曠如 원야하광여

들판은 어찌 그리도 드넓은지

秔稻歲常登 갱도세상등

해마다 항상 벼를 진상하고

魚蝦味有餘 어하미유여

생선과 새우 매우 맛이 있구나

里社日過從 리사일과종

마을 제삿날을 따라다니면서

樽罍不曾虛 준뢰불증허

술동이가 일찍이 빈 적이 없네

吾幸得所託 오행득소탁

내 다행히 의지할 곳 생겼으니

新詩安可無 신시안가무

어찌 새로운 시가 없을 수 있을까

 

※동부(洞府) : 신선이 거처하는 곳.

 

 

其五 

愼莫涉世路 신막섭세로

부디 벼슬길에 나가지 마오

世路羊腸曲 세로양장곡

벼슬길은 양 창자처럼 굽었다네

愼莫戀功名 신막련공명

부디 공명을 사모하지 마오

功名蛇著足 공명사저족

공명이란 헛것일 뿐이라네

何如竹林下 하여죽림하

어떠한 가 죽림 아래에서

斗酒且相屬 두주차상속

한 말술을 서로 주고받는 건

披襟遡淸風 피금소청풍

옷깃 헤치고 청풍을 맞이하며

促席翦殘燭 촉석전잔촉

다가앉아 등잔 심지를 자르고

撥棄身外愁 발기신외수

근심은 몸 밖으로 떨쳐 버리고

優游度曛旭 우유도훈욱

아침저녁을 한가로이 보내리라

 

※세로(世路) : 세상을 살아 나가는 길, 벼슬길, 세상 경험, 처세의 길.

 

 

其六 

比隣多耆老 비린다기로

이웃한 많은 명사들을 따라서

東阡或北陌 동천혹북맥

동쪽 길 혹은 북쪽 길에서

柴扉煩屢敲 시비번루고

사립문을 번거롭게 두드리고

步屧隨所適 보섭수소적

가는 곳을 걸어서 따라갔네

賴此風俗淳 뢰차풍속순

이 순박한 풍속 덕분에

鮭菜資朝夕 해채자조석

조석으로 생선 채소를 먹었지

濁醪過墻頭 탁료과장두

막걸리가 담장 너머 건너오고

寒燈分壁隙 한등분벽극

벽 틈새로 등불을 나눠 비춰주네

却羨山野人 각선산야인

산야에 사는 사람이 부럽구나

閒居無所役 한거무소역

한가로이 살며 부림을 당하지 않네

生涯有竹橘 생애유죽귤

생애를 대와 귤과 함께하고

事業唯耕績 사업유경적

하는 일은 농사와 길쌈뿐이네

嗟余困文網 차여곤문망

아, 난 규범에 매여 괴로우니

虛名竟何益 허명경하익

허명이 끝내 무슨 소용 있을까

 

※濁醪過墻頭(탁료과장두) : 두보(杜甫)의 시에 있는 ‘서쪽 이웃집을 불러서 술이 없는지 물으니, 담 너머로 막걸리를 넘겨주기에, 긴 강물 내려다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네.〔隔屋喚西家 且問有酒不 牆頭過濁醪 展席俯長流.〕’라는 구절을 인용해서 순박한 시골 인심을 표현하였다.

 

※寒燈分壁隙(한등분벽극) : 송나라 매요신(梅堯臣)의 시의 ‘벽 구멍 통해 등불 비춰 주고, 울타리 구멍으로 우물을 나누네.〔壁隙透燈光, 籬根分井口〕’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이웃 간의 훈훈한 정을 표현하였다.

 

※文網(문망) : 법률, 법규, 규범.

 

*김수항(金壽恒, 1629~1689) : 조선후기 예조판서,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구지(久之), 호는 문곡(文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