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歸園田居 六首 (귀원전거육수) - 申欽 (신흠)

-수헌- 2023. 11. 23. 15:24

歸園田居 六首   귀원전거육수     申欽   신흠  

전원으로 돌아와 살다

 

獲罪聖明時 획죄성명시

성명의 시기에 죄를 얻어서는

角巾歸故山 각건귀고산

각건 차림으로 고향에 돌아왔네

惕息保軀命 척식보구명

목숨을 보전하려 숨을 죽이고

居然經歲年 거연경세년

어느새 일 년 세월이 지났구나

薙荊闢爲圃 치형벽위포

채마밭 만들려 가시나무를 베고

引流匯作淵 인류회작연

시냇물 끌어 모아 못을 만들었네

葺茅蓋矮屋 즙모개왜옥

띠풀을 엮어서 오두막 지붕 덮고

把鋤開荒田 파서개황전

호미를 들고 묵은 밭을 개간했네

玆居豈不陋 자거기불루

이 생활이 왜 누추하지 않으랴만

亦復異塵間 역부이진간

그래도 풍진 세상과는 다르구나

田家氓俗醇 전가맹속순

농촌 백성들은 풍속이 순박하여

髣髴羲農前 방불희농전

복희 신농 시대를 방불하게 하네

百卉動芳園 백훼동방원

정원에는 온갖 초목이 피어나고

溪谷靄雲煙 계곡애운연

계곡에는 구름 안개가 피어나네

以我於其中 이아어기중

내가 그 속에서 살고 있으니

幽興一何顚 유흥일하전

그윽한 흥취가 어찌 치솟는가

浮榮不足論 부영불족론

부질없는 영화는 논할 것 없는데

未老幸得閒 미로행득한

늙기 전에 다행히 여유를 얻었네

忘機更忘形 망기경망형

마음을 비우고 내 몸마저 잊고

嘯傲任陶然 소오임도연

자유롭게 살며 느긋하게 즐기리라

 

<陶韻昔本多一賢字 故東坡押賢 而今本則只有然字爲結 從今本

도운석본다일현자 고동파압현 이금본칙지유연자위결 종금본

도잠의 시 옛날 본에는 현(賢)자 운(韻)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에 소동파도 그 '현'자 운을 썼었는데, 지금 본에는 다만 연(然) 자로 종결하였기에 이는 지금의 본을 따른 것이다>

 

※聖明(성명) : 임금의 어질고 밝은 지혜.

 

※忘機(망기) : 자기 이해타산을 따지거나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품지 않다, 담박하고 수수하다.

 

※嘯傲(소오) : 자유롭게 소요하며 예속의 구애를 받지 않다.

 

其二

 

眞全息天黥 진전식천경

진정을 보전하면 천형도 없어지고

迹削免塵鞅 적삭면진앙

자취를 없애면 진세의 구속 면하네

內景得三住 내경득삼주

내경을 수련하여 삼주를 얻었다면

已斷流注想 이단류주상

흘러드는 상념도 벌써 없어졌겠지

一氣自推轉 일기자추전

천지의 기운이 저절로 돌고 돌아서

世運來復往 세운래부왕

세상 운세도 왔다가 다시 돌아가겠지

不容亦奚病 불용역해병

또한 어떤 괴로움도 용납하지 않으면

涉世無寸長 섭세무촌장

처세에 있어 한 치의 이로움도 없네

天下何思慮 천하하사려

세상천지에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退藏業愈廣 퇴장업유광

물러나 숨으면 학업이 더 넓어질까

瑤瑟聲正希 요슬성정희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 들을 수 없어

悠然瞻昊莽 유연첨호망

물끄러미 먼 하늘만 쳐다보네

 

※內景(내경) : 황정내경경(黃庭內景經)의 약칭으로 양생법(養生法)을 기록한 도가(道家)의 서책이다.

 

※三住(삼주) : 도가(道家)에서 수련(修鍊)의 방법으로 기주(氣住) 신주(神住) 형주(形住)를 말한다. 당(唐) 나라 시견오(施肩吾)의 삼주명(三住銘)에 ‘기가 안정되면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이 안정되면 형체가 안정되는데, 이는 장생(長生)의 방법이다.’ 하였다.

 

 

其三

 

我居何寂寂 아거하적적

내 사는 곳이 어찌나 적적하고

山深人亦稀 산심인역희

산이 깊어 사람 또한 드물구나

惟有林中鳥 유유림중조

오로지 숲 속에 사는 새들만이

款款空催歸 관관공최귀

느릿느릿 돌아가기를 재촉하네

杖策涉東陂 장책섭동피

지팡이 짚고 동쪽 비탈 넘으면

西風吹薛衣 서풍취설의

가을바람이 벽라의에 불어오네

生事此爲足 생사차위족

살아가는 일 이것이면 만족하니

休言與世違 휴언여세위

세상과 떨어졌다고 말하지 말게

 

 

其四

 

萬事旣無求 만사기무구

만사에 처음부터 바라는 것 없어도

一室有以娛 일실유이오

한 칸 방에서 즐기는 것은 있다네

時時出門望 시시출문망

때때로 문 밖을 나가서 바라보면

極浦連郊墟 극포련교허

멀리 포구가 교외 들판과 닿았네

不羨桃源人 불선도원인

도원에 사는 사람도 부럽지 않아

獨向桃源居 독향도원거

나도 홀로 도원에 가서 살려하네

塘裏芙蓉花 당리부용화

연못 속에는 연꽃들이 피어있고

塘上垂柳株 당상수류주

연목 위에는 버드나무가 휘늘어져

杖屨日來往 장구일래왕

매일 지팡이 짚고 오고 가고 하면

此樂長自如 차악장자여

이에 즐겁고 항상 여유롭겠구나

豐約且安分 풍약차안분

많으나 적으나 분수대로 살텐데

那復計贏餘 나부계영여

어찌 굳이 여분을 남기려 할까

浮生貴與賤 부생귀여천

떠도는 인생 귀하든 천하든 간에

畢竟同歸虛 필경동귀허

마지막엔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네

所以老耼翁 소이로담옹

그렇기 때문에 노담 늙은이께서

談經唯說無 담경유설무

도덕경에서 오직 허무를 강조했네

 

※老耼翁(노담옹) : 중국 도교(道敎)의 창시자로 도덕경(道德經)을 저술한 노자(老子)를 말한다. 담(耼)은 그의 본명이다.

 

 

其五

 

尋幽豈知疲 심유기지피

명승지를 찾는데 어찌 피로를 느낄까

溪谷從詰曲 계곡종힐곡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가노라면

落葉滿空山 낙엽만공산

빈산에는 낙엽이 가득 쌓였고

喬林霜亦足 교림상역족

교목 숲에는 서리가 가득 내렸네

道高跡反蹇 도고적반건

도는 높아져도 행적은 도리어 굼뜨니

志遠世何局 지원세하국

뜻은 원대한데 세상은 왜 이리 좁을까

百年懍無幾 백년름무기

백 년이 얼마 되지 않아 두려우니

倐忽風中燭 숙홀풍중촉

바람 속의 촛불처럼 잠깐이구나

淸遊不厭頻 청유불염빈

고상한 놀이는 자주 해도 싫지 않아서

聊以窮昏旭 료이궁혼욱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기고 있네

 

 

其六

 

村路縱復橫 촌로종부횡

마을길이 가로 세로 나 있는데

東阡接西陌 동천접서맥

동쪽 길이 서쪽 길과 연결되었네

野人日無事 야인일무사

백성들은 날마다 하는 일이 없이

放逝頗閒適 방서파한적

꽤나 한적하게 자유로이 다니는구나

舒嘯上林皐 서소상림고

휘파람을 불면서 임고에 올라가서

悠然忘景夕 유연망경석

여유롭게 해가 기우는 것도 잊고

須臾暝色起 수유명색기

잠시 기다려 어두움이 일어나면

新月映林隙 신월영림극

초승달이 숲 사이로 비치겠지

却愧樊籠裡 각괴번롱리

부끄럽게도 새장 속에 갇혀서

半生爲物役 반생위물역

반평생을 남의 부림을 당했어도

貧賤無所羨 빈천무소선

가난하여도 부러운 것이 없는데

富貴有何績 부귀유하적

부귀한들 무슨 공적이 있겠는가

古今同一丘 고금동일구

고금에 한 줌 흙 되는 건 같은데

浮榮顧何益 부영고하익

뜬 영화가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林皐(임고) : 은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숲과 언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