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雨水 在玄倉七日 與諸公唱酬 三首 曺兢燮
대우수 재현창칠일 여제공창수 삼수 조긍섭
큰 비가 내려 현창에 이레 동안 있으면서 제공들과 함께 창수하다 3수
長日長霖愁共長 장일장림수공장
오랫동안 긴 장마에 시름도 같이 길어지는데
擧頭無計見天光 거두무계견천광
머리를 들어도 밝은 하늘 볼 계책이 없구나
寒厨吹濕烟橫碧 한주취습연횡벽
찬 부엌에는 습기가 일어 푸른 연기 끼었고
小艇浮空浪破黃 소정부공랑파황
누런 물결에 부서진 거룻배가 공중에 떠있네
<見田廬漂沒而下 舟人以小船或鉤取之 견전려표몰이하 주인이소선혹구취지
농가 오두막이 물에 떠내려 오니 배를 탄 사람이 거룻배나 갈고리로 건져 내는 것을 보았다.>
灾異中心猶戰栗 재이중심유전률
특별한 재해 속에 마음은 마땅히 전율하고
經綸左肘已生楊 경륜좌주이생양
움직이는 왼쪽 팔에는 벌써 종기가 생겼네
神州墊溺能無念 신주점닉능무념
중국마저 잠겼다니 어찌 걱정 없이 견딜까
聞說君家自范陽 문설군가자범양
들으니 그대의 가문은 범양에서 왔다는데
平生湖海興偏長 평생호해흥편장
평생 호해에서 노닌 흥취가 유난히 길어서
一棹思乘萬頃光 일도사승만경광
노 저어 만경파도 타고 떠날 생각이 나네
久客衣裳身膩黑 구객의상신니흑
오랜 나그네의 옷과 몸은 때가 끼어 검고
老農阡陌事蒼黃 노농천맥사창황
밭두둑에 할 일 많아 늙은 농부 허둥대네
漁舟浦浦驚燃竹 어주포포경연죽
포구마다 고깃배들이 폭죽 소리에 놀라고
牧笛村村笑折楊 목적촌촌소절양
마을마다 목동의 피리소리 절양을 비웃네
安得輕風掃陰翳 안득경풍소음예
어이하면 가벼운 바람이 어두움 쓸어내고
江樓樽酒對斜陽 강루준주대사양
강루에서 술잔 기울이며 석양을 마주할까
此地田園似仲長 차지전원사중장
이곳의 전원은 중장통의 거처와 비슷하여
風流門戶舊輝光 풍류문호구휘광
풍류의 문호에서 예스런 광채가 빛나네
蟻浮春瓮唇霑綠 의부춘옹진점록
술동이 속의 잘 익은 술로 입술을 적시고
蟹熟秋盤手劈黃 해숙추반수벽황
가을 소반 노란 게딱지를 손으로 쪼개네
今日竹林無向阮 금일죽림무향완
오늘의 죽림에는 상수와 완적도 없는데
當時瓜葛似潘楊 당시과갈사반양
인척 간 사이가 당시의 반양처럼 좋구나
關門紫氣誰能識 관문자기수능식
관문의 자색 기운을 누가 능히 알아채니
東路蕭條李伯陽 동로소조리백양
동쪽 길로 이백양이 조용히 오시는구나
※玄倉(현창) : 낙동강변인 경남 창녕군 이방면(梨房面)의 마을이다. 광주 노씨(光州盧氏)의 세거지이다.
※左肘已生楊(좌주이생양) : 버들[楊]은 종기를 뜻한다. 장자 지락(莊子 至樂)에 ‘버들이 왼쪽 팔에서 나왔다.〔柳生其左肘.〕’라는 말이 있는데, 부스럼이나 혹이 생긴 것 또는 노쇠하여 죽음에 이르는 상서롭지 못한 징조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神州(신주) : 옛날의 중국을 지칭하는 말, 중국까지 잠겼다는 것은 온 세상이 물에 잠긴듯하다는 과장된 표현인 듯하다.
※范陽(범양) : 중국 삼국 시대 위(魏) 나라의 지명(地名)이다. 현재의 하북성(河北省) 탁현(涿縣)에 해당되는데, 범양(范陽) 출신으로 당나라 한림학사를 지낸 노수(盧穗)가 안녹산의 난을 피하여 아들 9형제를 데리고 신라로 이주하여 왔으며, 그의 아들 노해(盧垓)가 신라에서 광산백(光山伯)에 봉해져 후손들이 광주 노씨(光州盧氏)를 관향으로 하였다 한다. 앞의 제목에서 말한 현창(玄倉)이 광주 노씨(光州盧氏)의 세거지여서 이런 표현을 한 듯하다.
※湖海(호해) : 호수와 바다. 전하여 사방 각지나 세상을 뜻한다.
※折楊(절양) : 이별 또는 이별의 마음을 뜻한다. 한(漢) 나라 사람들이 이별할 때 장안(長安) 동쪽에 있던 파교(灞橋)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주었던 데서 유래하였다. 이는 버들을 뜻하는 류(柳)가 머무를 유(留)와 음이 같은 데서 유래했다고 하며, 이별의 정을 노래한 절양류(折楊柳)란 고대의 악곡도 있다.
※仲長(중장) : 후한(後漢)의 중장통(仲長統)을 말한다. 그는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전원에 집을 짓고 유유히 노니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그는 저서 낙지론(樂志論)에서 ‘사는 곳에 좋은 밭과 넓은 집이 있고 산을 등지고 곁에 내가 흐르며 도랑과 못이 둘러 있고 대와 나무들이 벌여 있으며 앞에는 마당과 채마밭이 있고 뒤에는 과수원이 있다.〔使居有良田廣宅, 背山臨流, 溝池環匝, 竹木周布, 場圃築前, 果園樹後.〕’라고 하였다.
※風流門戶舊輝光(풍류문호구휘광) : 문호(門戶)는 외부와 교류하기 위한 통로나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니 이 지방의 풍속과 교류가 예스럽고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蟻浮(의부) : 술이 익을 무렵 쌀알만 한 녹색 거품이 생기는데 그 모양이 마치 개미가 뜬 것[蟻浮] 같아 이를 술 개미라고 하며 그 술을 부의주(浮蟻酒) 또는 녹의주(綠蟻酒)라고 한다.
※今日竹林無向阮(금일죽림무상완) : 상완(向阮)은 중국 위진(魏晉) 때의 상수(向秀)와 완적(阮籍)을 말하는데, 이들은 혜강(嵇康) 완함(阮咸) 산도(山濤) 유영(劉伶) 왕융(王戎) 등과 함께 죽림(竹林) 아래 모여 술 마시고 청담(淸談)을 즐겨 이들을 죽림칠현(竹林七賢)이라 한다.
※瓜葛似潘楊(과갈사반양) : 과갈(瓜葛)은 외와 칡의 덩굴처럼 얽힌 혼인관계를 말한다. 반양(潘楊)은 진(晉) 나라 반악(潘岳)의 집안이 그의 아내 양 씨(楊氏)의 집안과 대대로 인척의 교분을 맺은 데서 유래한 말로. 좋은 인척 관계를 의미한다.
※關門紫氣(관문자기) : 함곡관(函谷關)의 관령(關令) 윤희(尹喜)가 자색(紫色) 기운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성인(聖人)이 오리라 예언했는데 과연 노자가 푸른 소를 타고 그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東路蕭條李伯陽(동로소조이백양) : 이백양(李伯陽)은 도가(道家)의 창시자로 도덕경(道德經)을 저술한 노자(老子)를 말한다. 노자(老子)는 성(姓)은 이(李), 이름은 이(耳), 자는 백양(伯陽) 또는 담(聃). 노군(老君) 또는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불린다. 따라서 이 구절은 노자와 같은 성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덕담이다.
<이 시는 조긍섭(曺兢燮)이 장마로 발이 묶여 이레 동안 머물면서 본 창녕 현창(玄倉) 마을의 풍경과 느낌을 적었다.>
*조긍섭(曺兢燮,1873~1933) : 일제강점기에 암서집, 심재집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중근(仲謹), 호는 심재(深齋). 1910년 합병소식을 듣고서는 두문불출하면서, 비슬산 기슭에 구계서당(龜溪書堂)을 짓고 후학을 양성했다.
'계절시(季節詩)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久雨傷稼 (구우상가) - 丁若鏞 (정약용) (0) | 2023.07.11 |
---|---|
霖雨 (임우) - 李敏求 (이민구) (0) | 2023.07.02 |
久雨 (구우) - 李敏敍 (이민서) (0) | 2023.06.26 |
端午 (단오) (0) | 2023.06.19 |
芸田歌 (운전가) - 李敏敍 (이민서) (1) | 2023.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