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久雨 (구우) - 李敏敍 (이민서)

-수헌- 2023. 6. 26. 11:01

久雨   구우     李敏敍 이민서  

장맛비

 

高齋積霖雨 고재적림우

높다란 집에 장마가 계속되니

寢席生微涼 침석생미량

잠자리가 조금 시원해지는구나

凄凄山色變 처처산색변

산 빛마저 서늘하게 변해가고

決決泉流長 결결천류장

샘물은 콸콸대며 길게 흐르네

鳥飛強低回 조비강저회

새는 할 수 없이 나지막이 돌고

蛙鳴方王張 와명방왕장

개구리 사방에서 크게 울어 대네

遶郭煙火微 요곽연화미

성곽 주변에 연기가 옅게 두르고

連林暮靄蒼 연림모애창

숲을 덮은 저녁 안개는 푸르구나

海氣暗昏朝 해기암혼조

아침저녁 바다 기운은 어둡고

靑苔侵臥床 청태침와상

침상에까지 푸른 이끼가 끼네

周旋齋閤內 주선재합내

집 안에서만 빙빙 돌아다니다가

局促心歎傷 국촉심탄상

답답한 마음으로 탄식을 하네

仍思田間雨 잉사전간우

그러다 밭에 오는 비 생각하니

寄興秔稻場 기흥갱도장

벼가 자라는 논에 흥을 부치네

白水滿溝渠 백수만구거

맑은 물이 봇도랑에 가득 차고

餘波注陂塘 여파주피당

못에 물이 넘쳐서 들어가는구나

荷鋤理前圃 하서리전포

호미 메고 채마밭을 가꾸면서

披蓑杖後岡 피사장후강

도롱이와 지팡이로 뒷산 오르네

此事眞可樂 차사진가악

이런 일은 참으로 즐길 만 한데

胡爲久彷徨 호위구방황

뭣 때문에 오랫동안 방황했던가

 

*이민서(李敏敍,1633~1688) : 조선 후기 호조판서, 이조판서, 지 돈녕 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이중(彛仲), 호는 서하(西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