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川草堂四時詞 오천초당사시사 權韠 권필
爲尹而性 孝止 題 위윤이성 효지 제
윤이성 효지를 위해 짓다.
春 봄
池塘水綠柳絲斜 지당수록류사사
못 둑에 물은 푸르고 버들가지 휘늘어졌는데
沙上新蒲欲吐芽 사상신포욕토아
창포는 모래 위로 새싹을 드러내려 하는구나
睡美不知連夜雨 수미불지련야우
단잠이 들어 밤새도록 비가 온 줄도 몰랐는데
曉看紅濕滿山花 효간홍습만산화
새벽에 보니 산에 가득한 붉은 꽃이 젖었구나
夏 여름
簾外雲山雨乍晴 렴외운산우사청
주렴 너머 구름 낀 산에 내리던 비 문득 개니
北牕筠簟午風淸 북창균점오풍청
북창 가 대자리에 부는 낮 바람이 시원하구나
靑苔滿院人無事 청태만원인무사
집에는 푸른 이끼 가득 끼고 할 일이 없어서
臥聽流鶯一兩聲 와청류앵일량성
누워서 꾀꼬리 울음소리 한두 마디를 듣노라
秋 가을
茅簷坐對菊花樽 모첨좌대국화준
띳집 처마 밑에 앉아 국화 술동이 마주한 채
盡日看山不閉門 진일간산불폐문
하루 종일 문도 닫지 않고 산만 바라다보네
莫道詩人生理薄 막도시인생리박
시인은 생계가 박하다는 말은 하지 마시게
秋來芋栗滿西園 추래우률만서원
가을 오면 서쪽 밭에 토란과 밤이 가득하다네
冬 겨울
孤村歲暮斷人跫 고촌세모단인공
외딴 마을 세모에 사람 발자국 소리 끊기고
谷口悲泉凍石矼 곡구비천동석강
골짜기 입구 돌다리 얼어붙어 샘물도 슬프네
深室擁爐開小甕 심실옹로개소옹
깊은 방 안에서 화로 끼고 작은 술동이 열고
任敎風雪打寒窓 임교풍설타한창
눈바람이 추운 창문을 때려도 아랑곳 않네
※尹而性(윤이성) : 석주가 초당에 칩거할 때 종종 들러준 이웃이라고 한다.
*권필(權韠,1569~1612) : 조선시대 석주집(石洲集)을 저술한 시인.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마쳤으며, 강화 오천(五川) 가에 초당을 짓고 칩거하며 많은 유생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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