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效崔國輔四時詞 (효최국보사시사) - 申翊聖 (신익성)

-수헌- 2022. 11. 4. 23:36

效崔國輔四時詞 효최국보사시사      申翊聖 신익성

최국보의 사시사를 본받아 짓다

 

其一 春 기일 춘

그 첫 번째 봄

簾掛蝦鬚細 염괘하수세

새우 수염처럼 가는 주렴을 걸고

香燒鳳尾團 향소봉미단

한 덩어리의 봉미 향을 사르니

梨花一株雪 이화일주설

한 그루 배나무의 눈 같은 배꽃이

吹入玉欄干 취입옥란간

옥 난간에 날아들어 오는구나

 

其二 夏 기이 하

그 두 번째 여름

燕乳雕梁畔 연유조량반

제비는 추녀 끝에서 새끼 먹이고

蜂喧玉砌陰 봉훤옥체음

벌들은 옥섬돌 그늘에서 시끄럽구나

宜男新鬪草 의남신투초

의남초는 다투어 새로이 돋아나는데

刺繡倦停針 자수권정침

수를 놓다 피곤하여 바늘 질을 쉰다

 

其三 秋 기삼 추

그 세 번째 가을

淸霜凋錦樹 청상조금수

찬 서리 내려 고운 나무 시들고

新月映銀鉤 신월영은구

은빛 고리 같은 초승달이 비치네

悄悄人無跡 초초인무적

인적이 끊어져 고요하기만 한데

紗窓螢火流 사창형화류

비단 창에 반딧불만 흐르는구나

 

其四 冬 기사 동

그 네 번째 겨울

繡幕圍金屋 수막위금옥

비단 장막이 금빛 집을 둘렀는데

龍涎繞象床 용연요상상

용연향이 상아 침상을 감도는구나

籠中嬌鳥報 농중교조보

조롱 속의 예쁜 새가 알려 주기를

微雪點梅粧 미설점매장

싸락눈이 매화를 단장한다고 하네

 

※效崔國輔(효최국보) : 최국보(崔國輔)의 시풍을 모방한다는 뜻이다. 최국보(崔國輔)는 당조(唐朝) 때의 시인으로 생몰연대 및 자호(字號)는 분명치 않으며, 여인의 정한(情恨)을 즐겨 노래했다 한다. 화려하고도 환상적인 최국보의 시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여, 오랫동안 많은 시인들이 이를 모방하여 지었다.

※宜男草(의남초)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원추리를 말한다. 훤초(萱草) 또는 망우초(忘憂草)라고 하며, 원추리 뿌리는 아들을 낳는 영험이 있다고 하여 옛날에 아들이 없는 부인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있어서 의남초(宜男草)라고 불렀고, 아들을 낳으면 근심이 사라진다고 하여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렀다 한다.

※龍涎(용연) : 용연(龍涎)은 향유고래의 장에서 생성되는 고체 물질이다,

 

*신익성(申翊聖,1588~1644) : 조선시대 오위도총부 부총관을 역임한 문신. 자는 군석(君奭), 호는 낙전당(樂全堂) 동회거사(東淮居士). 영의정을 지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