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次東坡四時詞韻 (차동파사시사운) - 朴世堂 (박세당)

-수헌- 2022. 11. 16. 10:28

이 시는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이 소동파(蘇東坡)의 시 사시사(四時詞)를 차운하였는데 서계집((西溪集)에는 春 夏 秋 3首 밖에 전하지 않아 조금 아쉽다.

 

次東坡四時詞韻 차동파사시사운      朴世堂 박세당  

동파의 사시사에 차운하다

 

春  봄

小庭寥寥深院落 소정요요심원락

깊숙한 집안 작은 뜰이 적막하고 쓸쓸한데

春早輕寒籠翠幕 춘조경한롱취막

이른 봄 꽃샘추위가 푸른 장막처럼 덮었네

繞渠晴煙惹細草 요거청연야세초

도랑을 두른 안개 개이니 가는 풀이 엉켰고

滿簾紅日媚小萼 만렴홍일미소악

주렴에 가득한 예쁜 꽃에 붉은 햇살 비치네

玉人緘恨暗銷肌 옥인함한암소기

미인은 한을 봉해 남몰래 몸속에서 녹이며

一點香心訴向誰 일점향심소향수

한 점 향기로운 마음을 뉘에게 하소연할까

東風十日淚不乾 동풍십일루불건

봄바람 부는 열흘 동안 눈물 마르지 않고

紅雨斑斑濕羅衣 홍우반반습라의

붉은 꽃잎 떨어져서 비단옷에 얼룩이 드네

 

夏  여름

簾影重重淸晝永 렴영중중청주영

긴긴 낮 발에 햇살이 겹겹이 밝게 비치니

象床拂拭氷光冷 상상불식빙광랭

얼음 빛처럼 차가운 상아 평상을 닦는구나

垂柳陰繁粧閣暗 수류음번장각암

늘어진 버드나무 그늘이 짙어 누각 어둡고

黃梅雨歇香塵靜 황매우헐향진정

황매우도 그치고 번화하던 거리도 고요하네

曲欄徙倚帶輕顰 곡란사의대경빈

찡그린 얼굴로 굽은 난간으로 옮겨 기대어

粉汗啼痕懶未匀 분한제흔라미균

화장한 볼에 눈물 자국 미처 지우지 못했네

金梭抛擲愁支頤 금사포척수지이

쇠북을 내던지고 턱을 괴고 시름겨워도

靑鳥飛去不見人 청조비거불견인

파랑새가 날아가도 가인은 보이지 않네

 

秋  가을

淸霜一洗蘼蕪綠 청상일세미무록

된서리가 푸른 미무를 모두 시들게 하고

窓外秋聲生苦竹 창외추성생고죽

창 밖 대나무에 가을 소리가 거칠게 나네

羅幕凄凄簟色寒 나막처처점색한

쓸쓸한 비단 장막의 대자리 색도 차갑고

螢入疏簾月照屋 형입소렴월조옥

달 비친 집 주렴 사이로 반딧불 들어오네

孤砧搗盡閉深扃 고침도진폐심경

외로이 다듬이질 끝내고 빗장 걸어 잠그니

曉雨梧桐咽空庭 효우오동인공정

오동나무에 새벽 비 내려 빈 뜰을 울리네

低帷欲作相思夢 저유욕작상사몽

휘장 속에서 님 만나는 꿈을 꾸려했는데

驚起西風雁一聲 경기서풍안일성

가을바람 기러기 소리에 놀라 잠이 깨누나

 

※黃梅雨(황매우) : 매실나무의 열매가 누렇게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장마’를 이르는 말.

※香塵(향진) : 봄날 번화한 길거리의 화사한 분위기.

※靑鳥(청조) :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로, 전하여 미인(美人)의 뜻으로 쓰인다. 또 반가운 사자나 편지를 뜻하기도 한다.

※蘼蕪(미무) : 향 풀의 일종이다. 궁궁이 또는 운향(芸香)이라고도 한다.

 

*박세당(朴世堂,1629~1703) : 조선 후기 성균관 전적, 예조좌랑, 홍문관 부제학, 한성부 판윤,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하고, 서계선생집, 신주도덕경, 색경 등을 저술한 학자. 문신. 자는 계긍(季肯), 호는 잠수(潛叟) 서계초수(西溪樵叟) 서계(西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