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宮詞 (궁사) - 李山海 (이산해)

-수헌- 2022. 12. 8. 16:03

宮詞 궁사      李山海 이산해  

有一詩人作長信宮四時詞 兒童傳誦之 聞而效其體 유일시인작장신궁사시사 아동전송지 문이효기체

한 시인이 지은 장신궁 사시사를 아이들이 전해 외우기에 이를 듣고 본떠서 지어 보았다.

 

玉欄珠箔鎖重門 옥란주박쇄중문

옥 난간에 구슬 발을 치고 겹문도 잠기고

咫尺昭陽隔主恩 지척소양격주은

임금의 은총이 지척의 소양궁에 막혔네

鳳輦不來春又暮 봉련불래춘우모

봉련은 오지 않고 봄은 또 저물어 가고

碧桃紅杏自黃昏 벽도홍행자황혼

푸른 복숭아 붉은 살구에 황혼이 드네

 

安榴初發落薔薇 안류초발락장미

석류꽃 처음 피고 장미가 떨어질 즈음

白苧微凉透雪肌 백저미량투설기

시원한 모시옷에 눈 같은 살갗 비치네

睡起花鈿慵不整 수기화전용불정

잠 깨어 꽃 비녀는 정돈하지도 않고

却將金杏打鶯兒 각장금행타앵아

누런 살구로 꾀꼬리를 때리려고 하네

 

象床銀簟夜迢迢 상상은점야초초

상아 침상 은 대자리에 길고 긴 밤에

深院疎螢度寂寥 심원소형도적요

반딧불만 성근 깊은 궁전 쓸쓸하구나

挑盡玉虫愁倚枕 도진옥충수의침

등잔불 돋우고 시름겨워 베개 의지하니

五更寒雨打芭蕉 오경한우타파초

오경 무렵 찬비가 파초 잎을 치는구나

 

玉盌輕氷映粉腮 옥완경빙영분시

살얼음 낀 옥 대야에 분칠 한 뺨 비추고

侍兒呵手畫雙眉 시아가수화쌍미

시녀는 언 손을 불며 두 눈썹을 그리네

生憎北砌梅花早 생증북체매화조

얄밉게 북쪽 섬돌 곁 매화가 일찍 피니

春色偏深向日枝 춘색편심향일지

해를 향한 가지에만 봄빛이 두텁구나

 

※長信宮(장신궁) : 중국 한(漢) 나라의 궁전. 장락궁(長樂宮) 안에 있었으며, 주로 태후(太后)가 살았다. 한나라 성제(成帝) 때 후궁 조비연(趙飛燕)이 황후를 모함하여 폐위시키자, 당시 총애를 받던 후궁이자 시인인 반첩여(班婕妤)가 위험을 느끼고 태후를 모시겠다는 핑계로 장신궁에 들어갔다는 고사가 있다. 반첩여는 장신궁에 머물며 자도부(自悼賦), 도소부(搗素賦), 원가행(怨歌行) 등 세 편의 시를 지었는데 그중에 원가행만이 오늘날까지 전한다.

※昭陽(소양) : 한(漢)의 성제(成帝)를 모시던 조비연(趙飛燕)과 동생 합덕(合德) 자매가 있던 昭陽宮을 말함.

※鳳輦(봉련) : 예전에, 꼭대기에 황금 봉황이 장식되어 있는, 임금이 타는 가마를 이르던 말

 

*이산해(李山海,1539~1609) : 조선시대 홍문관 정자, 사헌부 집의,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여수(汝受), 호는 아계(鵝溪) 종남수옹(終南睡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