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子夜四時歌 (자야사시가) - 申欽 (신흠)

-수헌- 2022. 12. 26. 11:02

子夜四時歌 자야사시가      申欽 신흠  

 

春    봄

輕輕六銖衣 경경육수의

육수의처럼 가벼운 옷을 입고는

叵耐薄寒生 파내박한생

얇아서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서

不褰紫錦帳 불건자금장

자줏빛 비단 휘장을 걷지 않고

深掩芙蓉屛 심엄부용병

부용병풍으로 깊숙이 가리었네

 

夏    여름

手摘宜男草 수적의남초

손으로 의남초의 꽃을 땄더니

新開百子花 신개백자화

새로이 백자화가 활짝 피었네

潮紅暈雙臉 조홍훈쌍검

두 뺨이 햇무리처럼 붉게 달아올라

沃暍嚼氷瓜 옥갈작빙과

더위를 씻고자 찬 오이를 씹네

 

秋    가을

銀塘荷褪香 은당하퇴향

은빛 연못의 연꽃은 향이 바래고

瑤砌蘭凋姿 요체란조자

옥섬돌 난초는 자태가 시들었네

如何桃花頰 여하도화협

어찌하면 복사꽃 같이 붉은 뺨이

一似三月時 일사삼월시

한결같이 춘삼월 같을 수 있을까

 

冬     겨울

人言花似雪 인언화사설

남들은 꽃을 눈 같다고 말하나

我道雪如花 아도설여화

나는 눈을 꽃 같다고 이르네

手持辟寒犀 수지벽한서

벽한서를 손에 가지고서

還唱陽春歌 환창양춘가

양춘가 부르며 돌아오네

 

※子夜(자야) : 자시(子時) 무렵의 한밤중. 자시는 대략 밤 열한 시부터 다음날 새벽 한 시까지이다.

 

※六銖衣(육수의) : 불가어(佛家語)로 매우 가벼운 옷을 일컫는 말. 도리천의(忉利天衣)는 무게가 육수(六銖)이고, 염마천의(炎摩天衣)는 무게가 삼수(三銖)이고, 도솔천의(兜率天衣)는 무게가 이수(二銖)이고, 화락천의(化樂天衣)는 무게가 일수(一銖)이고, 타화자재천의(他化自在天衣)는 무게가 반수(半銖)라고 한다. 수(銖)는 무게의 단위로 한 냥의 1/24이며, 아주 근소한 량을 의미한다.

 

※宜男草(의남초) : 원추리를 말함. 임신한 부인이 원추리 꽃을 허리에 차면 반드시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또 아들을 낳으면 근심이 없어진다 하여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

 

※辟寒犀(벽한서) : 추위를 없애준다고 하는 뿔. 당 현종(唐玄宗) 때 교지국(交趾國)에서 무소의 뿔을 바쳐왔는데, 빛은 황금같이 누렇고 금반(金盤)에 담아 전중(殿中)에 두니 따스운 기운이 일어났다고 한다.

 

※陽春歌(양춘가) : 양춘백설곡(陽春白雪曲).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을 말하는데, 중국 초(楚) 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 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짐. 전하여 상대방의 시문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