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五川草堂四時詞 (오천초당사시사) - 權韠 (권필)

-수헌- 2022. 12. 4. 17:01

五川草堂四時詞 오천초당사시사      權韠 권필  

爲尹而性 孝止 題 위윤이성 효지 제

윤이성 효지를 위해 짓다.

 

春 봄

池塘水綠柳絲斜 지당수록류사사

못 둑에 물은 푸르고 버들가지 휘늘어졌는데

沙上新蒲欲吐芽 사상신포욕토아

창포는 모래 위로 새싹을 드러내려 하는구나

睡美不知連夜雨 수미불지련야우

단잠이 들어 밤새도록 비가 온 줄도 몰랐는데

曉看紅濕滿山花 효간홍습만산화

새벽에 보니 산에 가득한 붉은 꽃이 젖었구나

 

夏 여름

簾外雲山雨乍晴 렴외운산우사청

주렴 너머 구름 낀 산에 내리던 비 문득 개니

北牕筠簟午風淸 북창균점오풍청

북창 가 대자리에 부는 낮 바람이 시원하구나

靑苔滿院人無事 청태만원인무사

집에는 푸른 이끼 가득 끼고 할 일이 없어서

臥聽流鶯一兩聲 와청류앵일량성

누워서 꾀꼬리 울음소리 한두 마디를 듣노라

 

秋 가을

茅簷坐對菊花樽 모첨좌대국화준

띳집 처마 밑에 앉아 국화 술동이 마주한 채

盡日看山不閉門 진일간산불폐문

하루 종일 문도 닫지 않고 산만 바라다보네

莫道詩人生理薄 막도시인생리박

시인은 생계가 박하다는 말은 하지 마시게

秋來芋栗滿西園 추래우률만서원

가을 오면 서쪽 밭에 토란과 밤이 가득하다네

 

冬 겨울

孤村歲暮斷人跫 고촌세모단인공

외딴 마을 세모에 사람 발자국 소리 끊기고

谷口悲泉凍石矼 곡구비천동석강

골짜기 입구 돌다리 얼어붙어 샘물도 슬프네

深室擁爐開小甕 심실옹로개소옹

깊은 방 안에서 화로 끼고 작은 술동이 열고

任敎風雪打寒窓 임교풍설타한창

눈바람이 추운 창문을 때려도 아랑곳 않네

 

※尹而性(윤이성) : 석주가 초당에 칩거할 때 종종 들러준 이웃이라고 한다.

 

*권필(權韠,1569~1612) : 조선시대 석주집(石洲集)을 저술한 시인.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마쳤으며, 강화 오천(五川) 가에 초당을 짓고 칩거하며 많은 유생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