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分 추분

-수헌- 2021. 9. 22. 12:41

추분(秋分)은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들며, 이날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절일(節日)로는 여기지는 않고, 다만 춘분과 더불어 밤낮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된다. 즉,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옛날 시인들의 시에도 추분 즈음에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시들이 많이 보인다.

 

書寄尹梧陰別墅 서기윤오음별서    鄭惟吉 정유길

윤오음의 별장에 보내는 글

 

一年乾沒到秋分 일년건몰도추분

한 해가 헛되이 지나가서 추분이 되니

荷落寒塘菊吐芬 하락한당국토분

찬 못에 연꽃은 지고 국화 향기 풍긴다

聞道西隣足閑致 문도서린족한치

듣자니 서쪽 이웃이 넉넉하고 한가로워

臥看平野割黃雲 와간평야할황운

누워서 곡식이 누런 들판을 바라본다네

 

鄭惟吉(정유길. 1515~1588) :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길원(吉元), 호는 임당(林塘), 상덕재(尙德齋). 1538년(중종 33) 별시문과에 장원 급제한 후 이조정랑, 부제학, 도승지 등을 역임하고, 대제학과 이조판서를 역임했다.

 

偶題 우제     崔鳴吉 최명길

우연히 쓴 시

 

秋分忽已過 추분홀이과

추분이 이미 홀연히 지났으니

茲歲又將闌 자세우장란

올해도 또한 끝나려 하는구나

露下蟲音促 로하충음촉

이슬 내려 벌레소리 재촉하고

雲邊雁影寒 운변안영한

구름 끝 기러기 그림자도 차네

浮生南復北 부생남부북

부평 같은 인생 남북을 떠돌고

明月缺仍團 명월결잉단

밝은 달은 기울었다 차는구나

萬事從眞宰 만사종진재

모든 일은 진재에 달렸으니

吾心到處安 오심도처안

내 마음 편할 곳은 어디일까

 

※眞宰(진재) : 노자와 장자의 학설에서, 도(道)의 본체인 하늘을 이르는 말. 또는 우주의 주재자(主宰者). 조화의 신(神). 조물주(造物主)등을 뜻함.

 

崔鳴吉(최명길, 1586~1647). 자는 자겸(子謙), 호는 지천(遲川). 1623년(광해군 15)에 김류(金瑬), 이귀(李貴) 등과 함께 인조반정을 일으켜 정사공신(靖社功臣) 1등이 되었다. 이조 참의, 이조 참판, 부제학, 대사헌 등을 거쳐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을 역임했다.

 

淸夜遊五臺 청야유오대    金時習 김시습

오대산에서 노닐며

 

山中夜將半 산중야장반

산속의 밤은 막 깊어가려 하는데

寒露襲衣裳 한로습의상

차가운 이슬 내려 옷깃에 스민다

宿鳥驚殘夢 숙조경잔몽

잠자던 새는 잔몽에 놀라 깨고

流螢過短墙 류형과단장

흐르는 반딧불 낮은 담을 넘는다

烟收萬壑靜 연수만학정

안개 걷히자 온 골짜기 고요하고

月白五峰凉 월백오봉량

달 밝으니 다섯 봉우리 서늘하네

何處堪眞隱 하처감진은

진정 은거하여 견딜 곳 그 어딘가

松杉十里香 송삼십리향

소나무 삼나무 향 십 리에 떨치네

 

※殘夢(잔몽) : 잠이 깰 무렵에 어렴풋이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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