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한가위

-수헌- 2021. 9. 17. 22:58

곧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은 중추절, 가배,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며,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수확하는 시기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우리에게는 설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한가위가 언제부터 추석(秋夕)이란 이름으로 쓰였는지는 잘 모르나, 가을 저녁이란 뜻이니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은 시기 보름날 저녁에 뜨는 달을 보며 지어진 이름인 듯하다. 예전에는 추석이면 귀성인파로 도로가 미어졌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옛 시인들의 시도 중추절에 객지에서 고향을 못가 그리워하는 시가 많이 보인다.

 

仲秋賞月 중추상월    金孝元 김효원

한가위 달을 감상하며

 

歲歲年年夜夜懸 세세녀년야야현

해마다 밤마다 뜨는 달이지만

仲秋三五最淸姸 중추삼오초정연

한가위 보름달이 제일 곱구나

對渠那得樽無酒 대거나득준무주

그대 대하며 잔에 어찌 술이 없을까

爲倩良朋敞錦筵 위청량붕창금연

좋은 벗 불러 크고 멋진 잔치 열리라

 

※김효원(金孝元,1542~1590) : 조선 명종(明宗)~선조(宣祖) 때의 문신. 조식(曺植), 이황(李滉)의 문인으로 이조 전랑(吏曹銓郞)의 추천과 임명을 둘러싸고 심의겸(沈義謙)과 반목하면서 사림계가 동인(東人)과 서인(西人)으로 나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仲秋 중추    權近 권근

 

1

去歲逢秋齊魯東 거세봉추제로동

지난해는 제노 동쪽에서 가을을 맞았는데

如今謫在益山中 여금적재익산중

올 가을엔 익산 가운데 귀양 와 있네

年年佳節思歸客 년년가절사귀객

해마다 명절에는 돌아가고 싶은 나그네

得酒愁顔又一紅 득주수안우일홍

술 얻으니 시름에 찬 얼굴 또 한 번 붉네

 

※齊魯(제노) : 중국 춘추 시대의 제나라와 노나라를 아울러 이르는 말. 각각 공자맹자가 태어난 곳이므로 교육, 문화의 중심지로 비유된다.

 

2

秋風玉露洗銀河 추풍옥로세은하

가을바람 맑은 이슬 은하를 씻어내니

月色由來此夜多 월색유래차야다

그래서 이 밤에는 달빛이 밝구나

惆悵浮雲能蔽日 추창부운능폐일

슬프게도 뜬 구름이 해를 가리니

停杯一問欲如何 정배일문욕여하

술잔 멈추고 어찌할까 묻고 싶네

 

3

僮奴吹笛老僧歌 동노취적로승가

아이가 피리 불고 노승이 노래하니

蹇父呼來把琵琶 건부호래파비파

건부를 불러와 비파를 잡게 했네

誰信陽村多興味 수신양촌다흥미

나 양촌이 흥미 많음을 누가 믿을까

謫來奇事亦堪誇 적래기사역감과

귀양 와서 별난 일 또한 자랑할 만하네

 

※權近(권근,1352~1409) : 초명은 권진(權晉), 자는 가원(可遠), 사숙(思叔), 호는 양촌(陽村), 소오자(小烏子). 정몽주 정도전 등과 같은 여말선초의 성리학자이며, 조선 건국에도 일조하여 조선에서 대제학, 대사성 등의 벼슬을 역임했다.

 

中秋 중추    鄭夢周 정몽주

추석날

 

中秋昔作咸州客 중추석작함주객

옛날 중추절에 함주에 갔을 때가

屈指今經二十年 굴지금경이십년

손꼽아 보니 올해 이십 년이 지났네

白首重來對明月 백수중래대명월

흰머리로 다시 와 밝은 달을 보니

餘生看得幾回圓 여생간득기회원

남은 생에 둥근달 몇 번이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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