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백로(白露)

-수헌- 2021. 9. 5. 14:40

백로(白露)는 처서와 추분 사이에 들며,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서 풀잎에 맑은 이슬이 맺힌다고 하여 백로(白露)라 하며, 이때부터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白露)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서,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또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끝내고 추수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기도 하다.

 

羚角灣逢白露節 영각만봉백로절     金堉 김육

영각만에서 백로절을 맞다

 

白露驚寒節 백로경한절

백로가 되니 계절이 추울까 두려운데

舟中得氣先 주중득기선

배 안에서 찬 기운을 먼저 느낀다

遙憐天際月 요련천제월

저 멀리 하늘가에 뜬 아름다운 달은

光細未團圓 광세미단원

보름달이 아니어서 빛이 희미하구나

 

※金堉(김육, 1580~1658) : 조선 후기의 문신. 호는 잠곡(潛谷), 자는 백후(伯厚).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효종, 현종 연간에 대동법을 확대 시행하여 화폐(상평통보;常平通寶) 제도 시행을 건의했고, 시헌력(時憲曆)을 도입하여 양력 사용을 시행했다. 이 시는 명나라에 사신을 다녀오는 도중 풍랑을 만나 중국 영각만에서 피하고 있을 때 백로(白露)를 맞아 감흥을 읊었다.

 

夢作 몽작     任叔英 임숙영

꿈에서 짓다

 

白露洗遙空 백로세요공

맑은 이슬이 먼 하늘을 씻어 내려서

明河掛銀闕 명하괘은궐

은하수를 은궐에 밝게 걸쳐 놓았고

仙人綠玉蕭 선인록옥소

신선들의 아름다운 옥피리 소리가

夜弄天門月 야롱천문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희롱하네

 

※銀闕(은궐) ; 달을 가리키는 말. 또는 백옥(白玉)으로 만든 궁궐의 문으로 신선(神仙)이 사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영주(瀛州)에 있다 한다.

※任叔英(임숙영,1576~1623) : 조선 중기의 문신. 호는 소암(疎庵) 자는 무숙(茂淑)이다.

광해군 때 별시문과에 급제하였으며, 예문관 검열, 홍문관 정자 등을 거쳐 지평에 이르렀고 저서로 소암집이 있다.

 

中秋夜新月 중추야신월    金時習 김시습

가을밤의 초승달

 

白露溥溥秋月娟 백로부부추월연

백로에 두루 비치는 가을 달빛이 곱고

夜虫喞喞近床前 야충즉즉근상전

밤벌레소리 침상 앞 가까이 들려오니

如何撼我閒田地 여하감아한전지

한가한 내 처지가 흔들림은 어쩐 일인가

起讀九辯詞一篇 기독구변사일편

일어나서 구변사 한 편을 읽고 있도다

 

※田地(전지) : 논밭. 경작지라는 뜻이나 전용되어 지경. 처지. 경우. 형편이라는 뜻으로 쓰임.

※九辯(구변) : 초사(楚詞)의 편명으로 굴원(屈原)의 제자인 송옥(宋玉)이 억울하게 축출된 스승을 애석하게 여겨 지은 시이다.

 

秋思 추사    李白  이백 

가을의 사념

 

春陽如昨日 춘양여작일

바로 어제 같은 봄날에

碧樹鳴黃鸝 벽수명황리

푸른 나무 위 꾀꼬리 울었는데

蕪然蕙草暮 무연혜초모

무성하던 혜초는 시들어가고

颯爾涼風吹 삽이량풍취

어느덧 서늘한 바람 불어오네

天秋木葉下 천추목엽하

가을이 되니 나뭇잎 떨어지고

月冷莎雞悲 월랭사계비

달빛이 차니 여치도 슬퍼하네

坐愁群芳歇 좌수군방헐

꽃향기도 다해 시름에 겨운데

白露凋華滋 백로조화자

맑은 이슬에 꽃이 더욱 시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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