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元曉 乙巳 (원효 을사) - 尹愭 (윤기)

-수헌- 2025. 1. 25. 12:25

元曉 乙巳   원효 을사     尹愭   윤기 

을사년 설날 새벽

 

俄頃已新歲 아경이신세

잠깐 사이 이미 새해가 되었으니

笑談失去年 소담실거년

웃으며 얘기하다 지난해를 보냈네

不勝惆悵意 불승추창의

서글픈 마음을 가눌 수가 없으니

誰任主張權 수임주장권

대체 누가 이 일을 맡아서 하는가

似送情人別 사송정인별

정인을 작별하여 보내는 듯하고

如觀逝水遄 여관서수천

여울의 빠른 물살을 보는 듯하네

古今同一理 고금동일리

고금의 이치가 모두 이와 같은데

何必獨凄然 하필독처연

나 홀로 처연할 일 무엇이겠는가

 

又 또

元非爲守歲 원비위수세

원래 수세하려 함이 아니었는데

也自不成眠 야자불성면

스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구나

默數塒鷄唱 묵수시계창

닭 울음소리를 묵묵히 헤아리면서

還憐磨蟻旋 환련마의선

가는 세월을 생각하니 처연해지네

衰頹悲老境 쇠퇴비노경

노경에 쇠퇴한 이 몸이 슬프구나

戲笑憶童年 희소억동년

웃고 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

且喜昇平世 차희승평세

그래도 태평한 세월을 즐거워하며

優游可樂天 우유가낙천

유유자적 즐기면서 살 수 있으리

 

※磨蟻旋(마의선) : 돌아가는 맷돌 위의 개미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가는 세월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고대 우주론으로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에 의하면 ‘해 달과 별들은 본래 서에서 동으로 돌지만, 하늘(우주)은 동에서 서로 돌아가므로 우리가 보기에는 해와 달과 별이 동에서 서로 하늘과 같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마치 맷돌이 동에서 서로 돌아가는 데 개미 한 마리가 맷돌 위에서 서에서 동으로 가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日月東行西沒 如蟻爬行於磨上也]’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