除夕 次東坡 簡齋 劍南 牧齋韻 제석 차동파 간재 검남 목재운 金昌協 김창협
섣달그믐날 밤에 동파 간재 검남 목재의 시에 차운하다.
淸樽守歲弟兄違 청준수세제형위
형제들과 떨어져 술로서 수세를 하는데
小屋臨江煙火微 소옥임강연화미
강변의 조그만 집에는 인기척이 없구나
老境漸同羈客住 노경점동기객주
늙어가니 점점 나그네 타향살이와 같고
殘年似送故人歸 잔년사송고인귀
여생은 돌아가는 벗 전송하는 듯하구나
蕭條櫪馬吟相向 소조력마음상향
마구간 말을 마주 보며 쓸쓸히 읊조리니
腷膞村雞鳴不稀 픽전촌계명불희
마을의 새벽닭이 홰를 치며 울어 대네
一笑眼前兒女戱 일소안전아녀희
눈앞에서 장난하는 아이들 보고 웃으며
舊時行樂尙依依 구시행락상의의
함께 즐기던 옛날이 오히려 아쉽구나
<右東坡韻 우동파운
위는 동파의 운이다.>
※煙火(연화) : 사람 사는 집에서 불을 땔 때 나는 연기라는 뜻으로, 사람이 사는 기척 또는 인가를 이르는 말.
世間憂患飽曾更 세간우환포증경
세상의 근심 걱정 일찍이 충분히 겪었는데
雙眼何時看太平 쌍안하시간태평
어느 때나 태평성대 두 눈으로 볼 수 있나
已覺駸駸前路近 이각침침전로근
앞 일이 성큼성큼 가까움을 이미 알겠는데
空餘耿耿此心明 공여경경차심명
부질없이 이 마음만 밝아지니 근심스럽네
靑山埋骨終當朽 청산매골종당후
청산에다 뼈를 묻으면 당연히 썩어질 텐데
白雪渾頭未用驚 백설혼두미용경
머리에 내린 흰 백발에 놀랄 일이 있을까
麤喜浮蛆開小甕 추희부저개소옹
작은 술독 열어서 거품 떠 있으면 즐겁고
新年一醉足吾生 신년일취족오생
새해 아침에 취할 수 있다면 나는 족하네
<右簡齋韻 우간재운
위는 간재의 운이다.>
夜永寒樓燭燼紅 야영한루촉신홍
밤은 길고 찬 누각에 촛불 붉게 타는데
樓西徙倚復樓東 누서사의부루동
누각의 동과 서를 옮겨가며 기대어서니
離心棣萼雲天外 이심체악운천외
하늘 끝 구름처럼 떨어진 형제들 생각에
淚眼松楸雪谷中 누안송추설곡중
골짜기의 선산에 눈 덮여 눈물이 흐르네
歲月飛騰眞隙駟 세월비등진극사
흘러가는 세월이 정말 사마처럼 빠른데
江湖寂寞豈冥鴻 강호적막개명홍
적막한 강호에서 어찌 은거할 수 있을까
男兒事業猶難了 남아사업유난료
사나이의 사업은 오히려 이루기 어려워
不把文章但送窮 불파문장단송궁
문장으로 다만 궁한 신세 보내려고 하네
<右劍南韻 우검남운
위는 검남의 운이다.>
※棣萼(체악) : 형제간에 서로 화락하는 즐거움을 말한다. 상체(常棣)는 산당나무를 말하는데, 시경(詩經) 소아(小雅) 상체장(常棣章)에 ‘상체 꽃이 빛나지 않은가, 지금 세상 사람 중에서 형제만 한 이 없느니라. [常棣之華 鄂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 한 데서 유래한다.
※松楸(송추) : 소나무와 가래나무로 이들을 묘역(墓域)에 많이 심는다 하여 선대 무덤의 별칭으로 많이 쓰인다.
※隙駟(극사) : 문틈으로 사마(四馬)가 빨리 지나가는 것을 본다는 뜻으로 세월과 인생이 덧없이 짧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冥鴻(명홍) : 화살에 맞지 않으려고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라는 말로, 속세를 떠나서 뜻을 고상하게 가지고 은거해 사는 사람을 뜻한다.
江湖投老且偸閒 강호투로차투한
은퇴하여 강호에서 잠깐 한가해지니
婚嫁從今欲勿關 혼가종금욕물관
이제부터 혼가에는 관여하지 않으리
簾閣梅花燈影裏 염각매화등영리
등불에 매화 그림자 주렴에 비치고
摴蒱兒女酒樽間 저포아녀주준간
술잔 곁에서 아이들 윷놀이 즐기네
春聲枕外流氷瀨 춘성침외유빙뢰
머리맡 여울에 얼음 녹는 봄 소리 나고
夜色樓頭隱雪山 야색누두은설산
누각 꼭대기 설산에는 밤빛이 은은하네
傳語漁舟早料理 전어어주조요리
고깃배에 말 전하여 일찌감치 준비하여
釣竿行拂渼湖灣 조간행불미호만
미호만에다 낚싯대나 드리워야겠네
<右牧齋韻 우목재운
위는 목재의 운이다.>
※投老(투로) : 노년이 되다. (나이가 많아) 은퇴하다.
※婚嫁從今欲勿關(혼가종금욕물관) : 이제부터 유람이나 다니겠다는 의미인 듯. 동한(東漢)의 고사(高士)인 상장(向長)은 은거하며 벼슬하지 않다가 자녀의 혼사를 다 마치고는 곧장 명산(名山)으로 유람을 떠나 즐기면서 생을 마쳤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渼湖(미호) : 서울시 동쪽 한강과 인근 남양주, 하남 일대의 한강을 말한다. 물결이 잔잔한 호수와 같다 하여 미호(渼湖) 또는 미음(渼陰), 미수(渼水)라고도 부른다.
※東坡 簡齋 劍南 牧齋(동파 간재 검남 목재) : 동파(東坡)는 송(宋) 나라의 소식(蘇軾), 간재(簡齋)는 진여의(陳與義), 검남(劍南)은 육유(陸游), 목재는 명(明)나라 전겸익(錢謙益)의 호이다.
*김창협(金昌協,1651~1708) : 조선 후기 병조참지, 예조참의, 대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중화(仲和), 호는 농암(農巖) 삼주(三洲). 좌의정 김상헌(金尙憲)의 증손자이고, 영의정을 지낸 김창집(金昌集)의 아우이다. 아버지는 영의정 김수항(金壽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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