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日 疊立春日韻 二首 원일 첩입춘일운 이수 崔岦 최립
설날을 맞아 입춘일 시에 첩운하다. 2수
舊曆惟堪醬瓿漫 구력유감장부만
옛 달력은 이제 장독 뚜껑 덮을 신세인데
新年又奈客中看 신년우내객중간
새해를 어찌 또 객지에서 맞이해야 하나
那霑二升淥醽酒 나점이승록령주
어찌하면 두 됫박 녹령주에 목을 축이고
且具五種辛菜盤 차구오종신채반
또 밥상에 오신채를 두루 갖출 수 있을까
國事已從占得旺 국사이종점득왕
나라의 운세가 왕성하다는 점괘가 나오고
家人還向夢成團 가인환향몽성단
집안사람 돌아와 단란해지는 꿈을 꾸며
東歸猶更三百日 동귀유경삼백일
삼백일을 보내고서 이제 다시 귀국하는데
況是中興而後歡 황시중흥이후환
이는 바로 중흥을 이룬 뒤의 기쁨이구나
但祝風塵去目前 단축풍진거목전
다만 눈앞에서 병란 사라질 것 축원하니
殘生不甚惜流年 잔생불심석유년
남은 생애에 가는 세월 아까울 게 있을까
雖然元日客中得 수연원일객중득
비록 객지에 있는 동안 설날을 맞더라도
定是春光歸後姸 정시춘광귀후연
고운 봄날은 반드시 돌아간 뒤에 맞겠지
垂槖肯嫌兒婦慁 수탁긍혐아부흔
아녀자들 싫어할 빈 보따리가 걱정돼도
弊裘還當酒家錢 폐구환당주가전
술집에 누더기 맡기고 술 좀 마셔야겠네
醒能起草中興頌 성능기초중흥송
술에서 깨면 능히 중흥송을 지어 보고
醉復狂歌樂聖天 취부광가낙성천
취하면 미친 듯 다시 태평성대 노래하리
※이 시는 간이(簡易) 최립(崔岦)이 선조 27년(1594)에 중국 군대의 파병 요청과 광해군(光海君)의 세자 책봉을 주청(奏請)하러 주청 부사(奏請副使)로 중국에 갔을 때 지은 시이다.
※舊曆惟堪醬瓿漫(구력유감장부만) : 쓸모가 없어졌다는 의미이다. 한(漢) 나라의 유흠(劉歆)이 양웅(揚雄)이 쓴 태현경(太玄經)을 보고서 쓸데없이 고생만 한다고 희롱하며 ‘세상의 학자들이 주역(周易)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태현경(太玄經)을 알겠는가. 후세 사람들이 간장 항아리 덮개로나 쓰지 않을지 두렵다. [吾恐後人用覆醬瓿也]’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淥醽酒(녹령주) : 령(醽)은 미주(美酒)를 가리키는 것으로 잘 걸러서 맑고 좋은 술이라는 의미이다. 백거이(白居易)의 시에 ‘작은 술통 속엔 두 됫박 술이 있고, 새로 깐 돗자리에 여섯 자의 상이 펼쳤네. [小榼二升酒 新簟六尺床]’라는 표현이 있다.
※五種辛菜(오종신채) : 오신채(五辛菜). 매운맛이 나는 다섯 가지 나물인 파, 마늘, 부추, 여뀌, 겨자를 말한다. 옛날 풍속에 입춘일이면 봄을 맞는 의미에서 이 다섯 가지 나물을 만들어 먹고, 또 이 나물을 쟁반에 담아서 이웃에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垂槖(수탁) : 수탁균재(垂橐稛載 ; 빈 손으로 갔다가 전대에 가득 담아 돌아옴.)에서 온 말로, 빈 보따리, 빈 전대라는 뜻이다.
※醒能起草中興頌(성능기초중흥송) : 당나라 현종(玄宗) 때 안녹산의 난으로 현종은 난을 피해 촉(蜀)으로 가고 태자가 제위에 올라[肅宗] 난을 평정하고 당을 중흥하였다. 원결(元結)이 대당중흥송(大唐中興頌)을 지어 난을 평정한 숙종(肅宗)의 공적을 찬양하였는데, 이를 인용하여 임진왜란으로 피폐한 조선을 중흥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최립(崔岦, 1539~1612) :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 대 중국 외교문서 작성의 제1인자로 임진왜란 때는 여러 번 명(明)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원조 교섭을 했다. 자는 입지(立之), 호는 간이(簡易) 동고(東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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