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坡甞作饋歲別歲守歲之詩 蓋歲晩相與饋問 爲饋歲 酒食相邀呼 爲別歲 除夜達朝不眠 爲守歲 今年除日 偶閱有感 聊幷次之 尹愭
동파상작궤세별세수세지시 개세만상여궤문 위궤세 주식상요호 위별세 제야달조불면 위수세 금년제일 우열유감 료병차지 윤기
소동파의 궤세(饋歲) 별세(別歲) 수세(守歲) 시를 감상하고. 연말에 선물을 보내어 안부를 묻는 것을 궤세(饋歲)라 하고, 술과 음식을 차려 친지를 초대하는 것이 별세(別歲)라 하고, 섣달그믐 밤에 날이 새도록 잠자지 않는 것을 수세(守歲)라 한다. 금년 섣달그믐에 우연히 이 시들을 보고 감회가 일어 모두 차운해 보았다.
四時遞流轉 사시체류전
사계절이 번갈아서 흘러가면서
氣宣五行佐 기선오행좌
오행의 도움으로 기가 펴지는데
有似過逆旅 유사과역여
여관을 떠도는 나그네와 같으니
誰能居奇貨 수능거기화
누가 세월을 머물게 할 수 있나
人情饋遺尙 인정궤유상
인정은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여
俗節歲時大 속절세시대
명절 중에 가장 큰 설날이 되면
競有迎門笑 경유영문소
다투어 손님 맞아 웃고 즐기면서
曾無閉戶卧 증무폐호와
문 닫고 누워 지내는 사람은 없네
山珍與海錯 산진여해착
산의 진미와 더불어 해산물들이
堆積貴人座 퇴적귀인좌
귀인의 자리에는 가득 쌓이지만
寒士自寂寞 한사자적막
가난한 선비는 적막하기만 하니
年年愧蟻磨 연년괴의마
해마다 가는 세월이 부끄럽구나
交謫任家人 교적임가인
식구들이 마음대로 꾸짖어대니
殆若負大過 태약부대과
마치 큰 죄라도 지은 듯하구나
亦知古風美 역지고풍미
아름다운 옛 풍속을 알고 있지만
柰寡白雪和 내과백설화
백설곡 따라 할 수 없으니 어쩌나
<右餽歲 우궤세
위는 궤세이다.>
歲色堂堂去 세색당당거
한 해가 당당하게 떠나가 버리며
欺人故不遲 기인고부지
날 속이면서 늦추지도 않는구나
似送情人別 사송정인별
마치 정인을 보내는 것만 같아서
已發難更追 이발난경추
떠나가면 다시는 좇을 수가 없네
不如且棄置 불여차기치
차라리 내버려 두는 것만 못하니
何用望天涯 하용망천애
하늘가를 쳐다본들 어찌하리오
歡娛復幾日 환오부기일
즐겁게 지낼 날 얼마나 남았나
飮食樂此時 음식락차시
이 순간을 먹고 마시며 즐기세
我能樽盈旨 아능준영지
나에게는 좋은 술 한 동이 있고
君亦庖有肥 군역포유비
그대 또한 기름진 고기 있으니
相邀過里巷 상요과리항
집으로 찾아와서 서로 만난다면
庶忘送歲悲 서망송세비
해를 보내는 슬픔도 잊혀지리라
少壯不復來 소장불복래
젊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醉飽莫相辭 취포막상사
서로 사양 말고 배불리 취해보세
坐閱人世盡 좌열인세진
가만 앉아서 세상사를 둘러보며
但恐志氣衰 단공지기쇠
오직 지기가 쇠할까 봐 근심되네
<右別歲 우별세
위는 별세이다.>
五丁雖有力 오정수유력
다섯 장정이 비록 힘이 세다 하지만
但能拔蜀蛇 단능발촉사
촉나라 뱀 한 마리 끌어냈을 뿐이네
羲和鞭六龍 희화편육룡
희화가 몰고 가는 여섯 마리의 용을
終古孰敢遮 종고숙감차
예로부터 누가 감히 막을 수 있으리
倐爾今歲盡 숙이금세진
올 한 해가 어느덧 빨리 가버리고
柰此一夜何 내차일야하
하룻밤 남은 이 밤을 어이 하리오
或恐睡中失 혹공수중실
혹시 잠자다 잃어버릴까 두려워서
強作燈下譁 강작등하화
억지로 등불 아래에서 떠들어대네
乍喜宵漏遲 사희소루지
밤 시간 더디게 감을 기뻐하다가
旋驚曉鍾撾 선경효종과
새벽종 치는 소리에 놀라는구나
兒耽雜戲共 아탐잡희공
아이들 함께 여러 놀이 즐기는데
翁嗟暮景斜 옹차모경사
늙은이는 기우는 노년을 한탄하네
欲守竟未守 욕수경미수
지키려 해 보지만 끝내 지키지 못해
萬事以蹉跎 만사이차타
온갖 일이 모두 다 어그러지는구나
行見新歲盡 행견신세진
새해도 모두 지나감을 보게 될 테니
少年莫相誇 소년막상과
나이가 젊다고 서로 자랑하지 말게
<右守歲 우수세
위는 수세이다>
※居奇貨(거기화) : 기화가거(奇貨可居)와 같은 말로 진귀한 물건을 간직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가는 세월을 귀중한 재화에 비유한 듯하다.
※海錯(해착) : 여러 가지 해산물을 말한다.
※蟻磨(의마) : 맷돌 위의 개미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세월의 흐름을 뜻한다. 고대의 우주론에서 ‘해와 달이 동에서 서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마치 맷돌이 동에서 서로 돌아가는 데 개미 한 마리가 맷돌 위에서 서에서 동으로 가고 있는 것과 같다. [日月東行西沒 如蟻爬行於磨上也]’고 한 데서 유래한다.
※交謫(교적) : 여러 사람이 번갈아서 꾸짖는다는 말이다. 시경(詩經) 북문(北門)에 ‘내가 밖에서 들어오자, 식구들이 번갈아 나를 꾸짖네. 〔我入自外 室人交遍謫我〕’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柰寡白雪和(내과백설화) : 백설화(白雪和)는 백설곡(白雪曲)에 화답한다는 의미인데, 능력이 없어 좋은 풍속을 따라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옛날 초(楚) 나라의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은 너무 고상하여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 어려웠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志氣(지기) : 어떤 일을 이루려는 의지와 기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
※五丁雖有力(오정수유력) 但能拔蜀蛇(단능발촉사) : 오정(五丁)은 하늘이 촉왕(蜀王)을 위해 내었다는 전설 속의 다섯 장정을 말한다. 진 혜왕(秦惠王)이 촉나라를 치고는 싶어도 촉나라로 통하는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장의(張儀)의 계책대로 촉왕에게 미녀를 바치자 촉왕이 다섯 장정을 보내어 미녀를 맞아오게 하였다. 다섯 장정이 미녀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큰 뱀이 산 굴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뱀을 끌어당기다가 산이 무너져 촉나라로 통하는 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는 가는 세월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유이다.
※羲和鞭六龍(희화편육룡) : 희화(羲和)는 해 수레를 모는 전설상의 여신으로 동해 밖 희화국(羲和國)에서 새벽마다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에 태양을 싣고 용을 몰아 허공을 달려 서쪽의 우연(虞淵)에까지 이르러 멈춘다고 한다. 곧 세월의 흐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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