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廢妃愼氏挽 (폐비신씨만)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4. 11. 1. 10:27

廢妃愼氏挽 中宗正妃坐父愼守勤 廢爲庶人 享年七十一 離宮在駝駱峯下許士牙家上 

폐비신씨만 중종정비좌부신수근 폐위서인 향년칠십일 이궁재타락봉하허사아가상 

폐비 신씨를 애도하다. 중종의 정비이며 부친은 신수근이다. 폐위되어 서인이 되었고, 향년 71세이며 이궁은 타락봉 아래 허사아의 집 위에 있었다.

 

媲德早歸雙殿日 비덕조귀쌍전일

아내의 덕을 지켜 궁전에 들어오던 날

六宮鍾鼓一時開 육궁종고일시개

육궁의 종과 북이 한꺼번에 울렸는데

崑山倏忽生炎火 곤산숙홀생염화

갑자기 곤륜산에 불이 일어 타오르니

桂樹風霜薄草萊 계수풍상박초래

계수나무가 서리 맞아 풀밭에 쓰러졌네

春憶上林花泣露 춘억상림화읍로

봄에는 상림원의 꽃 생각하며 눈물짓고

夢回長信涙添哀 몽회장신루첨애

장신궁에서 꿈을 깨 슬퍼 눈물 보태며

丹心化作瑤臺月 단심화작요대월

임을 향한 단심은 요대의 달로 변하여

應向西陵夜夜來 응향서릉야야래

응당 밤마다 서릉을 향하여 오는구나

 

※廢妃愼氏(폐비신 씨) : 중종의 정비(正妃)였던 단경왕후(端敬王后). 중종반정 때 아버지 신수근이 연산군의 편에서 반정에 반대하여 처단되어, 왕비로 책봉되지 못하고 폐위되어 이궁이 타락봉(駝駱峯; 지금의 낙산)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媲德早歸雙殿日(비덕조귀쌍전일) : 비덕(媲德)은 아내가 지켜야 할 덕행을 말하고, 쌍전(雙殿)은 대전(大殿)과 중궁전(中宮殿)의 두 궁전을 의미하니, 아내의 덕을 잘 지켜 궁궐에 일찍 들어온 날을 의미한다.

※六宮(육궁) : 중국의 궁중에 있었던 황후의 궁전과 부인 이하의 다섯 궁실로, 중전의 거처를 의미한다.

※崑山(곤산) : 옥이 난다는 곤륜산(崑崙山)을 말한다. 옛글에 ‘곤강에 불이 나면 옥과 돌이 함께 탄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죄 없는 신 씨가 휩쓸려 화를 당하였다는 의미이다.

※長信宮(장신궁) : 장신궁(長信宮)은 한(漢) 나라 때의 궁궐 이름으로, 성제(成帝) 때 총애를 받던 반첩여(班婕妤)가 조비연(趙飛燕)의 참소로 쫓겨나 외로이 거처한 곳이다

※瑤臺月(요대월) : 이백의 청평조사(淸平調詞)에 ‘만약 군옥산 꼭대기에서 보지 못한다면 요대 달빛 아래에서 만나리라. [若非群玉山頭見 會向瑤臺月下逢]’라고 한 것을 인용하여, 신비가 중종을 몹시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어 하였다는 뜻이다.

※西陵(서릉) : 서릉(西陵)은 원래 위(魏) 나라 무제(武帝)인 조조(曹操)의 무덤인데, 여기서는 중종의 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