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冊封元子于景福宮 (책봉원자우경복궁)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4. 10. 26. 12:34

嘉靖三十六年丁巳歲秋八月十七日 冊封元子于景福宮之思政殿 爲世子 越七日 某甲 行會百官宴于勤政殿庭 敎曰 予以否德 叨承丕基 戰兢自守 十有三載 而獲譴于天 連歲凶荒 今因封世子之慶 乃設羣臣宴於勤政殿 此實君臣同德 魚水一堂之秋也 卿等 宜各醉飮 俾盡宴會之情 因命題 今日參宴宗宰文武百官曁五衛諸將 後日徐當製進 予將覽焉 

가정삼십륙년정사세추팔월십칠일 책봉원자우경복궁지사정전 위세자 월칠일 모갑 행회백관연우근정전정 교왈 여이부덕 도승비기 전긍자수 십유삼재 이획견우천 련세흉황 금인봉세자지경 내설군신연어근정전 차실군신동덕 어수일당지추야 경등 의각취음 비진연회지정 인명제 금일참연종재문무백관기오위제장 후일서당제진 여장람언

가정 삼십육 년 정사년(1557년) 가을 팔월 십칠일에 경복궁 사정전에서 원자를 책봉했다. 세자를 위하여 칠일이 지난 어느 날 근정전 뜰에서 백관이 모여 연회를 열었다. 교서에 이르기를 ‘내가 부덕하여, 외람되이 막중한 기업을 이어서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지키길 13년인데 하늘로부터 견책을 받아 해마다 흉년과 재해가 이어 들었다. 이제 세자 책봉의 경사를 맞아 근정전에서 신하들이 모여 연회를 베푸니 이는 실로 군신이 덕으로 고기와 물이 함께 하는 것 같다. 경들은 함께 마시고 취하여 연회의 뜻을 모두 따르라. 그래서 시제를 내리니 오늘 잔치에 참여한 종실 재상 문무백관 및 호위하는 모든 장수들이 후일 천천히 지어 바치면 내가 장차 살펴볼 것이다.’ 하였다.

 

秋宴當秋賀慶成 추연당추하경성

가을을 맞아 경사를 하례하는 연회에서

羣臣湛樂頌昇平 군신담악송승평

산하들이 풍류를 즐기며 승평을 기리네

風吹獸炭飄香篆 풍취수탄표향전

바람 부니 수탄에서 향연이 피어오르고

鳳舞虞韶奏鹿鳴 봉무우소주록명

우소 연주에 봉황 춤추고 사슴이 우네

夏啓謳歌天下意 하계구가천하의

하늘의 뜻에 따라서 하계구가를 부르고

漢高尊酒未央情 한고존주미앙정

미앙궁 한 고조의 정에 술잔 높이 드네

白頭共忝宮花賜 백두공첨궁화사

하사 받은 꽃을 흰머리들이 욕되게 하고

愧乏涓埃答聖明 괴핍연애답성명

성명에 미약한 답을 내려니 부끄럽구나

九五龍飛御海東 구오룡비어해동

구오의 용이 해동 조선에서 날아오르니

相歡魚水一堂中 상환어수일당중

군신이 화합하는 가운데 서로 기뻐하네

倘非元首明哉力 당비원수명재력

만일 임금님의 밝은 노력이 아니었다면

誰贊雍熙大矣功찬옹희대의공

누가 큰 공으로 태평성대를 이끌었을까

殷棄三仁鴻柞短 은기삼인홍작단

은은 삼인을 버려서 큰 재목이 모자랐고

周親十亂泰時隆 주친십란태시륭

주는 십란이 있어 태평시대가 융성했네

如今君有君人語 여금군유군인어

지금 임금님과 임금님의 말씀을 따르니

堯舜臣隣庶見同 요순신린서견동

요순을 함께 모신 신하들이 많이 보이네

<右君臣同德 狎同 皆御題 우군신동덕 압동 개어제

위는 군신이 한 가지 덕이다. 같은 압운이고, 모두 어제이다.>

 

※昇平(승평)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風吹獸炭飄香篆(풍취수탄표향전) : 수탄(獸炭)은 가루 숯을 짐승모양으로 뭉쳐 만든 것으로 도성의 호귀가(豪貴家)들이 이것으로 술을 데웠다 한다. 향전(香篆)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전서(篆書)처럼 꼬불꼬불 올라간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鳳舞虞韶奏鹿鳴(봉무우소주록명) : 봉황은 태평성대에 나타나고, 우소(虞韶)는 순임금의 노래이고, 사슴은 먹이를 발견하면 다른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우니[鹿鳴], 전반적으로 태평성대를 찬양하는 뜻이다.

※夏啓謳歌(하계구가) : 하(夏) 나라의 우(禹) 임금이 죽은 뒤에 우의 아들 계(啓)를 칭송하고 따랐다 [謳歌]는 고사를 말한다. 즉 세자에게 대를 이어 충성하겠다는 의미이다.

※漢高尊酒未央情(한고존주미앙정) : 한 고조(漢高祖)가 미앙궁(未央宮)이 낙성되어 제후와 뭇 신하들로부터 조회(朝會)를 받고 주연(酒宴)을 베풀었을 때, 고조가 술잔을 들고 태상황(太上皇)의 장수를 기원한 고사를 인용하여 임금(명종)과 세자(순회세자)의 장수를 기원한 표현인 듯하다.

※愧乏涓埃答聖明(괴핍연애답성명) : 연애(涓埃)는 물방울과 티끌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이르는 말이고, 성명(聖明)은 임금의 어질고 밝은 지혜를 말하니, 재주가 없어 임금의 뜻에 보답 못해 부끄럽다는 말이다.

※九五龍(구오룡) : 구오(九五)는 주역(周易)에서 건괘(乾卦)의 밑에서부터 다섯 번째 양효(陽爻)의 이름이다. 이 제5괘(卦)의 괘사(卦辭)가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인데, 비룡재천은 용이 하늘로 날아오름, 즉 왕이 되는 것이다.

※魚水一堂(어수일당) : 물고기와 물이 한집에 있다는 뜻으로, 전하여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합함을 의미한다.

※元首明哉(원수명재) : 임금이 밝고 현명하다는 의미이다. 서경(書經) 익직(益稷)에 ‘임금님이 밝으시면 신하들도 훌륭하여 만사가 안정되리라. [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라는 문구가 나온다.

※殷棄三仁鴻柞短(은기삼인홍작단) : 중국 은(殷) 나라 말기에 있었던 세 명의 어진 사람. 곧 미자(微子), 기자(箕子), 비간(比干)을 이르는 말이다. ‘ 논어(論語) 미자 편(微子編)에 의하면 이 세 사람은 은(殷) 나라 주왕(紂王)의 폭정을 만류하다가 ’ 미자는 도망갔고, 기자는 종이 되었으며, 비간은 죽임을 당했다. [微子去之 箕子爲之奴 比干諫而死]‘고 한다.

※周親十亂(주친십란) : 십란(十亂)은 주 무왕(周武王)을 도와 은(殷) 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정벌한 주공 단(周公旦) 태공망(太公望)등 10명의 신하를 말한다. 무왕(武王)이 군사들을 모아 놓고 ‘주왕에게는 억조(億兆)의 군사가 있지만, 나에게는 마음과 덕이 하나로 통하는 10명의 유능한 신하가 있다. [有亂臣十人]’는 연설에서 유래한다. 난(亂)은 다스린다는 의미가 있고, 난신(亂臣)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라는 뜻이지만, 어려움을 잘 풀어가는 신하라는 뜻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