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元宵二詠 (원소이영) - 黃玹 (황현)

-수헌- 2024. 2. 19. 15:14

元宵二詠   원소이영     黃玹   황현  

대보름 밤에 두 수를 읊다

 

燒月 소월

달집 태우기

金可流石可焦 금가류석가초

쇠도 녹일 수 있고 돌도 태울 수 있다지만

靑天有月誰能燒 청천유월수능소

푸른 하늘에 걸린 달을 누가 태울 수 있을까

村童相傳有奇術 촌동상전유기술

시골 아이들에 전해지는 기이한 방법이 있네

枯槎敗薪撑岧嶢 고사패신탱초요

마른 등걸 썩은 땔감을 높다랗게 쌓아 올려

東風吹火聲爆爆 동풍취화성폭폭

불을 피우니 동풍 불어 타닥타닥 소리 내며

黃雲夭矯迷山椒 황운요교미산초

누런 연기 피어오르니 산봉우리가 희미하네

嫦娥非是畏熱焰 항아비시외열염

항아가 뜨거운 불꽃을 두려워할 리 없겠지만

遲捲重簾羞和嬌 지권중렴수화교

겹친 연기 늦게 걷히면 고운 모습 손색 있지

故放陰精倍寒凜 고방음정배한름

짐짓 음의 정기를 풀어 서늘함이 갑절되니

瑪瑙大槃摩氷綃 마노대반마빙초

커다란 마노 쟁반에 빙초를 문지른 듯하구나

桂下聞有弄斧人 계하문유롱부인

계수나무 아래에는 도끼질하는 이 있다던데

至今不見刋枝條 지금불견천지조

지금까지 잘라 낸 가지는 보지를 못했네

况是下界螢微 황시하계형미

하물며 하계의 반딧불같이 희미한 불빛이

一點何曾到重霄 일점하증도중소

언제 한 점이 높은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東方之俗無燈夕 동방지속무등석

동방에는 저녁에 등을 다는 풍속이 없으니

聊將燒月參風謠 요장소월참풍요

다만 달집 태우기를 풍요에 넣었을 따름이네

 

野火 야화

쥐불놀이

鬼火無焰虎火靑 귀화무염호화청

귀신불은 불꽃이 없고 호랑이 불은 푸른데

野火一種奇其形 야화일종기기형

쥐불도 한 종류로 그 모양이 기이하구나

驛堠兀兀孤炬燃 역후올올고거연

홀로 타는 횃불은 봉화대처럼 오뚝하고

佛國晃晃千燈熒 불국황황천등형

천 개의 등불은 불국처럼 휘황하게 밝네

遲延有似蠶食葉 지연유사잠식엽

누에가 뽕잎 먹듯 천천히 타들어 가다가

驟闊又如風開萍 취활우여풍개평

또 바람이 부평초를 흩듯이 번지는구나

環城催驅絳繒牛 환성최구강증우

성을 둘러싸고 강증우를 내몰 듯하고

滿天交織熒惑星 만천교직형혹성

하늘 가득 형혹성이 수를 놓는 듯하네

坡陀近遠都不辨 파타근원도불변

원근의 밭두렁이 모두 분별되지 않고

但聞歊欱來風霆 단문효합래풍정

다만 바람 우레 몰아치는 소리만 들리네

野叟不關今宵月 야수불관금소월

시골 늙은이야 오늘 밤 달과 상관없으니

儘放烟焰迷靑冥 진방연염미청명

하늘이 가리도록 연기 화염 한껏 피워라

道是一炬策奇勳 도시일거책기훈

말하자면 횃불 하나로 기이한 공을 세워

燒凈艸根灰蝗螟 소정초근회황명

풀뿌리를 깨끗이 태워 해충을 박멸한다네

虞衡烈山追古典 우형렬산추고전

옛 전적을 좇아서 우형처럼 산을 태우고

田祖畀炎歌詩經 전조비염가시경

불을 피우며 전조에게 시경을 노래하네

君不聞野燒不盡春復生 군불문야소불진춘부생

들불에도 죽지 않고 봄에 다시 돋아난다 하지 않던가

詩家情恨連郊坰 시가정한련교경

시인의 정과 한은 멀리 교외로 이어져서

從此和烟和雨爲芳艸 종차화연화우위방초

이제부터 방초를 위해 안개와 비와 어우러져서

東風要我吟魂醒 동풍요아음혼성

동풍이 나의 시상을 일깨우게 하리라

 

※嫦娥(항아) : 달 속에 산다는 미모의 여선(女仙). 본래 유궁후(有窮后) 예(羿)의 부인이었는데, 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不死藥)을 얻어 오자, 항아가 이를 훔쳐 먹고 달 속의 광한전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기고 두꺼비가 되었다고 한다.

 

※瑪瑙大槃摩氷綃(마노대반마빙초) : 마노(瑪瑙)는 단백석과 옥수, 석영이 섞인 보석의 하나이고, 빙초(氷綃)는 얇은 흰 비단을 말한다.

 

※桂下聞有弄斧人(계하문유롱부인) : 당(唐) 나라의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爼)에 ‘달의 계수나무는 높이가 500장(丈)인데 그 아래에서 어떤 사람이 항상 도끼로 찍어 대는데, 나무는 상처가 났다가 곧 다시 아문다. 그 사람의 성은 오(吳)이고, 이름은 강서(剛西)로, 선학(仙學)을 배우다가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귀양을 보내 나무를 벌채하게 하였던 것이다.’고 하였다.

 

※東方之俗無燈夕(동방지속무등석) : 등석(燈夕)은 일반적으로 정월 대보름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지만, 이날 행하는 관등놀이를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관등놀이를 정월 대보름에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등놀이를 초파일에 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環城催驅絳繒牛(환성최구강증우) : 전국 시대 제(齊) 나라의 장수 전단(田單)은 즉묵(卽墨)에서 연(燕) 나라 군대를 물리치기 위하여 한밤중에 소 1000여 마리에게 붉은 비단옷을 입히고 오채(五彩)의 용무늬를 그린 뒤 그 뿔에 칼날을 묶고 꼬리에도 기름 먹인 갈대를 묶은 뒤 불을 붙여 공격하여 승리하였다.

 

※虞衡烈山追古典(우형렬산추고전) : 우형(虞衡)은 고대 중국에서 산림(山林)과 천택(川澤)을 관리하던 관직이다. 순(舜) 임금이 익(益)으로 하여금 우형의 직임을 맡게 하고 불을 관장하게 하였는데, 익이 산택(山澤)에 불을 질러 태워 버리자 인간에게 해를 끼치던 금수(禽獸)들이 모두 도망하여 숨었던 고사가 있다.

 

※田祖畀炎歌詩經(전조비염가시경) : 전조(田祖)는 중국 전설 속의 신이자 황제로 사람에게 농사를 가르쳤다고 한다. 염제(炎帝), 신농(神農), 선농(先農), 선색(先嗇)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경(詩經) 보전(甫田)에서 전록(田祿)을 소유한 공경(公卿)이 농사에 힘써서 방사(方社)와 전조의 제사를 받드는 것을 노래하였다.

 

※野燒不盡春復生(야소불진춘부생) : 당(唐) 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부득고원초송별(賦得古原草送別)에, ‘무성한 저 언덕 위의 풀이여, 한 해에 한 번씩 났다가 시드는구나. 들불로 태워도 다 타지 않아 봄바람 불 때면 다시 생기네.〔離離原上草 一嵗一枯榮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하였던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