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燈夕在京師 (등석재경사) - 黃俊良 (황준량)

-수헌- 2024. 2. 23. 12:05

燈夕在京師   등석재경사     黃俊良    황준량  

정월 대보름날 서울에서

 

萬牛難挽隙駒過 만우난만극구과

만 마리 소도 빠른 세월을 붙들기 어려운데

驚見篝燈映絳紗 경견구등영강사

붉은 비단에 비치는 구등 불을 보고 놀라네

啣火燭龍明月爛 함화촉룡명월란

불을 머금은 촉룡인 듯 밝은 달이 찬란하고

麗天星斗彩雲斜 려천성두채운사

별이 고운 하늘에는 채색 구름이 비껴있네

歌鐘沸夜騰和氣 가종비야등화기

밤에 노래와 종소리 들끓어 화기가 오르고

士女塡城拂豔羅 사녀전성불염라

성을 메운 남녀의 고운 비단옷이 펄럭이네

京洛風流從古是 경락풍류종고시

서울의 풍류가 예로부터 이러하였으니

故園今日問如何 고원금일문여하

고향의 오늘 밤은 어떠한지 물어본다

 

※燈夕(등석) : 등을 다는 저녁이란 뜻으로 예부터 상원절, 즉 정월 대보름을 말한다.

 

※京師(경사) :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곳. 수도(首都).

 

※隙駒過(극구과) : 백구과극(白駒過隙). 흰 망아지가 빨리 달리는 것을 본다는 뜻으로, 세월과 인생이 덧없이 짧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篝燈(구등) : 밖에 빛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농(籠) 안에 넣은 등불을 말한다.

 

※燭龍(촉룡) : 산해경에 나오는 중국 종산의 신이다. 입에 촛불을 머금고 천문(天門)에 비추며, 이 신이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되고, 입으로 입김을 세게 불면 겨울이 되고 숨을 들이마시면 여름이 된다고 한다.

 

*황준량(黃俊良,1517~1563) : 조선전기 신녕현감, 단양군수, 성주목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중거(仲擧), 호는 금계(錦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