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과 和陶詩

和歸去來辭 (화귀거래사) - 申欽 (신흠)

-수헌- 2023. 10. 8. 11:32

和歸去來辭    화귀거래사      申欽   신흠 

귀거래사에 화운함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今也不歸何日歸 금야불귀하일귀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언제 돌아가리

任化機之推遷 임화기지추천

변천하는 조화의 기틀에다 맡겨야지

胡戚戚而空悲 호척척이공비

어찌 근심하며 부질없이 슬퍼하리오

懍余齒之將暮 늠여치지장모

내 나이 늙어가는 것이 슬프기만 하고

懼歲月之難追 구세월지난추

세월 따라잡기 어려워 두렵기만 하네

伊浮榮之易謝 이부영지역사

저 덧없는 영화는 쉬 물러가는 법이니

覺轉頭而已非 각전두이이비

머리 돌려보니 이미 글렀음을 알겠네

卜幽貞而得吉 복유정이득길

그윽이 정숙하면 길하다는 점에 따라

謇蕙佩兮荷衣¹ 건혜패혜하의

연 옷 입고 혜초를 차기도 어렵구나

緬前脩之逸軌 면전수지일궤

전현들이 닦아놓은 빼어난 법도는

貴知彰而知微 귀지창이지미

드러남과 은미함을 아는 게 소중하다네

 

瞻彼交衢 첨피교구

저 네 거리 길을 쳐다보니

車馳馬奔 차치마분

말과 수레가 급히 달리는데

迺稅余駕 내세여가

비로소 나는 수레에서 내려서

衆妙之門² 중묘지문

중묘의 문에 들어왔네

道非遠人 도비원인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아

目擊而存 목격이존

눈여겨보면 존재를 알 수 있네

不材者全³ 부재자전

재목이 못 되는 자가 생명을 보전하니

豈願犧樽⁴⁾ 기원희준

어찌 희준이 되기를 바라겠는가

守三田而毓靈⁵⁾ 수삼전이육령

삼전을 잘 지켜서 성령을 기르고

鍊九丹而悅顔⁶⁾ 연구단이열안

몸을 만들면서 낯빛을 기쁘게 하리

時曳履而商歌⁷⁾ 시예리이상가

때로는 짚신을 끌며 상가를 부르지만

雖終窶而亦安 수종구이역안

비록 끝내 곤궁해도 또한 편안하네

攀叢桂而相羊⁸⁾⁹⁾ 반총계이상양

총계에 의지하여 배회하기도 하고

挹白雲而爲關 읍백운이위관

흰 구름 끌어다가 집을 삼기도 하면서

爰淸淨而恬漠 원청정이념막

이에 맑고 깨끗하게 조용히 사노라니

異夸毗之童觀 이과비지동관

비굴하고 유치한 소견들과 다르다네

惟正路之在玆 유정로지재자

오로지 바른길이 여기에 있는데

詎中途而告還 거중도이고환

어찌 중도에서 되돌아 가겠는가

寗戚之飯牛兮 영척지반우혜

영 측이 소를 먹이며 노래한 것은

徒區區於齊桓 도구구어제환

한갓 제 환공에게 등용되길 원해서였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구나

竊獨樂夫天遊 절독악부천유

홀로 몰래 자유롭게 떠돌며 즐기고

寧爲遲之學稼¹⁰⁾ 영위지지학가

편안히 번지처럼 농사일을 배울지언정

耻作宰之冉求¹¹ 치작재지염구

염구처럼 가신노릇 하기는 부끄럽네

苟內省而無咎 구내성이무구

진실로 반성하여 허물이 없어진다면

那外患之足憂 나외환지족우

어찌 외환을 걱정할 일 있겠는가

至人遺余以祕訣¹² 지인유여이비결

지인이 나에게 비결을 전해 주었으니

若農夫之易疇 약농부지역주

그것은 농부가 농사짓는 일과 같았네

驚濤縱險 경도종험

무서운 파도가 비록 험난하지만

未覆虛舟 미복허주

빈 배는 뒤엎지 못하는 법이라

哀雕籠之綵禽 애조롱지채금

새장에 갇힌 고운 새가 애처로우니

孰放爾於林丘 숙방이어림구

누가 너를 숲 속에다 놓아줄까

覽消息之同原 람소식지동원

성하고 쇠함이 같은 근원임을 보았으니

盍早退於急流 합조퇴어급류

어찌 급류에서 빨리 물러나지 않을까

物以久而必敝 물이구이필폐

물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해지기 마련인데

人奚老而莫休 인해로이막휴

사람은 어이해서 늙어도 그만두지 않는가

 

已矣乎 이의호

그만두어야지

季世紛紛而稠濁 계세분분이조탁

분분하고 매우 혼탁한 이 말세에

知止而止誰得留 지지이지수득류

그칠 곳 알아 그치는데 누가 만류하며

胡爲乎莽莽靡所之 호위호망망미소지

어찌 아득히 갈 곳이 아니란 말인가

淸風兮明月 청풍혜명월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빛은

與我有幽期 여아유유기

나와 더불어 은밀한 기약이 있네

况南陸之靑陽 황남륙지청양

더구나 따스한 봄 남녘의 토지는

藹宜耘而宜耔 애의운이의자

부지런히 김매고 가꾸기 알맞다네

或陟巘而尋芳 혹척헌이심방

혹은 산에 올라 꽃을 찾기도 하고

或提壺而詠詩 혹제호이영시

혹은 술병을 들고 시를 읊기도 하니

後元亮盖千祀¹³ 후원량개천사

원량보다 천 년이나 뒤에 났지만

托神交而不疑 탁신교이불의

혼이 교류하고 의지함을 의심치 않네

 

※謇蕙佩兮荷衣(건혜패혜하의)¹ : 하의혜패(荷衣蕙佩)에서 온 말로, 전국 시대 초(楚)의 굴원(屈原)이 참소를 당한 뒤에 연잎(荷葉)처럼 깨끗한 조행과 혜초(蕙草)처럼 향기로운 마음으로 못가를 헤매면서 ‘온 세상이 다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 깨어 있다.’ 한 데서 인용된 말.

 

※衆妙(중묘)² : 천지만물의 오묘한 이치, 즉 도(道)를 의미한다.

 

※不材者全(부재자전)³ : 나무가 재목감이 되지 못하면 베어가지 않으므로 제 명대로 살 수 있다는 뜻으로, 무능한 사람이 화를 면할 수 있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莊子>

 

※犧樽(희준)⁴⁾ : 소의 형상으로 만든 종묘(宗廟)의 제기(祭器). 여기서는 훌륭한 인재에 비유하였다.

 

※三田(삼전)⁵⁾ : 도가에서 말하는 삼단전(三丹田)으로 상단전(上丹田) 중단전(中丹田) 하단전(下丹田)을 말한다.

 

※九丹(구단)⁶⁾ : 구천의 기를 받아서 이루어진 사람의 몸.

 

※商歌(상가)⁷⁾ : 진(晉) 나라 영척(寗戚)이 소를 먹이면서 부르던 노래를 말함. 영척(寗戚)이 제 환공(齊桓公)에게서 벼슬을 하고자 하였으나 너무 가난하여 환공을 면회할 길이 없자, 상려(商旅)가 되어 제 나라에 들어가 소를 먹이면서 소뿔을 두드리며 상가(商歌)를 슬피 부르니, 환공이 그 소리를 듣고 그를 비범하게 여겨 등용하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구각가(扣角歌)라고도 한다.

 

※叢桂(총계)⁸⁾ : 계수나무가 무더기로 난 곳을 말하나 전하여 속세를 떠나 은둔하는 이의 거처를 말한다. 초사(楚辭) 초은시(招隱詩)에 ‘계수나무 우거진 곳이여 산이 으슥하구나. 구불구불 이어진 가지가 서로 얽혀 있구나. [桂樹叢生兮山之幽 偃蹇連蜷兮枝相繚]’라고 한 데서 온 표현이다.

 

※相羊(상양)⁹⁾ : 떠돌다. 머뭇거리다. 배회하다의 뜻.

 

※寧爲遲之學稼(영위지지학가)¹⁰⁾ : 지(遲)는 공자의 제자인 번지(樊遲)를 말한다. 일찍이 공자에게 농사짓는 일을 배우려고 청하자, 공자가 ‘나는 농사에 대해서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고 대답하고, 그가 예를 힘쓰지 않고 자잘한 일에 힘쓰는 것을 나무랐었다. <論語 子路>

 

※冉求(염구)¹¹ : 염구(冉求)는 공자가 아끼던 제자인데, 노(魯) 나라 대부(大夫)로서 참례(僣禮)를 일삼던 권신 계손씨(季孫氏)의 가신(家臣)이 되어 그를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방조한 일로 공자에게 파문(破門)을 당했다.

 

※至人(지인)¹² : 지극히 덕이 높은 사람.

 

※元亮(원량)¹³ :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원저자인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잠(陶潛)의 자.